나이를 아무리 먹는다고해서 배울 것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요즘 뼈저리게 느낀다.
40여년간 거의 매일 빠짐없이 해왔던 것, 머리감기.
나는 몸에 기름기가 많은 편이다.
그리고 머리카락은 학창시절 반곱슬에서 나이가 들 수록 반반곱슬이거나 반반반곱슬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남들은 내 머리카락이 직모라고 하더라만, 자연스럽게 놔두면 곱슬인 부분이 섞여있고 비오는 날에 차분하지 않은 것도 그 이유고.
어쨌건, 언제 어디선가 봤는데 직모인 머리는 기름기가 많단다? 왜? 뭣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렇단다.
근데 나의 경우도 직모에 가까운 곱슬이 조금 섞인 머리카락이긴 한데, 참 기름지다.
하루만 안 감아도 머리가 떡지고, 이틀 안 감으면 차마 봐줄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기억하는 한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매일 머리를 감았다 샴푸도 매일 썼고.
헤어 드라이기는 또 쓰기 싫어서 보통 자연건조를 하거나 머리를 말리지 않고 자는 날도 부지기수.
그러다가 고 3때 스트레스로 머리 맡이 따갑다는 느낌이 잦았고 머리카락이 왕창 빠져서 1/3 가량 잃었고
그 상태서 복구가 안된 채로 쭉 살았다.
그리고 또 다시 1/3 정도를 잃는 일이 최근 생겼다.
수영을 다니고부터 일주일에 평균 7~8번 정도 심할 땐 10번 가까이 수영을 다니다 보니 머리 감음 = 샴푸를 써서 감음의 공식을 항상 적용했던 나는 하루에도 두 번씩 샴푸를 써서 머리를 감았다.
샴푸 비용은 둘째치고 머리카락이 그렇게 많이 빠질 수가 없다.
그러다가 코로나로 락다운이 되서 수영장 문을 닫았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음 대머리 될 뻔.
코로나 여파로 수영을 못가게 되면서 내 머리카락은 왜 이렇게 잘 빠지는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첫째로 샴푸 사용이 너무 잦고
둘째로 머리를 너무 자주 감는다
셋째로 머리 감을 때 손으로 빗질을 하는 것도 안 좋은 습관인 것 같고
넷째로 감고 나서 확실히 말려주지 않는 것도 안 좋은 버릇인 듯.
하여 코로나로 강제로 바깥 외출이 극소화된 이 시점에서 최대한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게 관리를 해보기로 했다.
첫번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샴푸는 3일에 한 번씩만 써 봤다.
결과는 대만족.
혹시 머리를 감으면서 샴푸의 맛(?)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가?
샴푸를 먹는 것도 아닌데, 내가 쓰는 샴푸가 독한 건지 이 것만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머리를 자주 감으면서 느꼈는데 샴푸를 머리에 바르고 문지르는 동안 혀 안에 샴푸의 맛이 느껴졌다.
그만큼 샴푸가 독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3일에 한 번씩 써도 충분히 관리가 된다.
두번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머리를 이틀에 한 번, 삼일에 한 번씩 감아봤다.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바깥 외출 후에 머리를 감지 않는다는 것이 찝찝하기 그지 없어서 이틀 연속 쉬는 날에 강행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머리를 매일 감지 않으면 머릿기름이 폭발하고 무엇보다 너무 머리맡이 가려워서 견딜 수가 없다.
몇 십 년을 매일같이 감다가 갑자기 끊으니 심리적인 요인인지 실제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너무 가려워서 안 감는 건 포기. 대신 매일 머리를 감되 물로만 씻는 걸로.
머리를 감을 때 따뜻한 물로만 감으면 머리의 가려움은 사라지지만 생긴 머릿기름은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세번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머리 감을 때 손 끝을 이용해서 문질문질 해주고 두피 마사지도 꾹꾹 눌러가며 해줬다.
확실히 효과가 있는게 따끔따끔하던 머리맡이 점차 눌러도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고, 손가락 빗질 대신에 컨디셔너를 이용해서 톡톡톡 가볍게 비벼줘서 알아서 엉킨 머리카락이 자연스레 떨어지도록 했다.
네번째 문제는 충분히 시간을 두고 드라이기로 말렸다. 제일 인내심을 요하는 부분이다.
나는 성격이 급해서 드라이기를 오래도록 쥐고 말리는 게 답답하다. 대충 탈탈 털고 알아서 말려지는 자연건조를 선호하다가 완전히 다 마를 때까지 뜨겁거나 뜨시거나 미적지근한 바람이 나오는 드라이기에 익숙해지려고 참을 인 참을 인 참을 인을 여러번 되뇌었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머릿기름이 있을 때 드라이로 물기를 다 말리려면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린다. 약 2~3배 가량 더 걸림.
머릿기름이 샴푸로 인해 완전히 씻겼을 때 > 물로만 감아서 머릿기름이 조금 생겼을 때 > 이틀 째 물로만 감아서 머릿기름이 왕창 생겼을 때 순으로 머리를 말리는 시간이 더 길어졌지만 그래도 꾹 참고 잘 말려보았다.
물로만 씻더라도 잘 말려주니 일단은 머리맡이 상쾌하고 가려운게 없어서 좋았고
머릿기름이 아예 없는 것보다 조금 생기고 왕창 생겼을 때는 외려 스타일링하기가 좋다.
나는 여지껏 머릿기름의 이점(?)을 잘 활용하지도 못했고, 머릿기름이 생기면 떡진다는 느낌이 더 강했기에 머릿기름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샴푸로 매일 매일 머릿기름을 다 씻어내니, 내 몸은 기를 쓰고 더 뿜뿜하면서 배출시킨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샴푸로 머릿기름을 씻어내도 다음날이 되면 워낙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머릿기름이 장난이 아니라 헤어 오일을 사서 바를 일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샴푸로 머리를 감고 난 다음날은 영락없이 머털이거나 밤송이거나 고슴도치다.
그런데 머릿기름이 조금 남아 있을 땐 외려 머리가 차분해서 훨씬 스타일이 깔끔하고 좋더라.
그리고 이틀째가 되면 더 뿜어져 나온 머릿기름에 살짝 민망한 정도가 된다. 그래도 이틀까지는 물로 감아도 충분히 봐줄 수 있는 단정한 상태이다.
반면, 머리를 아예 하루, 이틀 정도 물로 조차도 감지 않으면 일단 머리맡이 너무 가렵고, 머릿기름도 폭발해서 스타일링은 둘째치고 참 난잡하고 지저분한 형태의 머리카락이 된다.
결론은 사람들이 주구장창 말하던 머리 너무 자주 감으면 안 좋다는게 진리였다.
머리는 3일에 한 번씩 샴푸를 써서 감고, 그 사이는 매일 감되 물로만 감고 컨디셔너 정도는 사용해도 좋고 감을 때 열 손가락 이용해서 두피를 꾹꾹 눌러 전체를 마사지 해주면 확실히 탈모예방에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두피까지 완전히 머리카락을 말려주면 두피 건강뿐 아니라 스타일링에도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