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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위해
쉼 없이 일하고
아무도 없는 창틀에서
홀로
쓸쓸히
죽어간 너를.

내가 기억할게.
고생많았어.

2024년 11년 19일 아침
창문 블라인드를 올리자 홀로 죽어있는
꿀벌 한 마리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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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피곤한 날

손도 까딱하기 싫고

좋아하던 것도 심드렁하다

 

해야하는 건 산더민데

머리도 마음도 복잡하고

정리가 안된다

 

한 발만 내딛으면 괜찮을까

마음을 부여잡고 조심조심

밀려드는 무기력에

이렇게 글이라도 써 본다

 

마음이 피곤한 건

몸이 피곤해서 일까?

마음이 피곤해서 

몸도 피곤한 걸까?

 

마음이 피곤한 날

잠이라도 푹 자둘까보다.

 

2024년 7월 21일 

한 것도 없이 일요일이 되자 마음이 괜시리 피곤해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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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졸업하던 날

바른생활 상으로 내게 주어졌던

작은 알람시계 

 

검은 바탕에 보라색 디자인

머리 위 버튼 하나

종소리와 멜로디로

바른생활 어린이

바른생활 청소년

바른생활 어른을 위해

수 많은 아침 나를 깨웠다.

 

물 건너 타역 이만리에서도

세월에 시계 색이 바래도록

깨웠던 수 많은 날들.

 

어느 덧

핸드폰에 기능을 뺏기고

머리 위 버튼은 눌려진지

한 해

두 해

십 년을 훌쩍 넘기니

너도 나랑 같이 늙어가나 보다.

 

대형 배터리 두 번 갈 동안

뚜껑을 잃어버리고 

가끔씩 울긴 하더니

세월에 긁혀도

더 이상 울지 못하고

매 초 매 분 충실히 가기만 한다. 

 

눌려졌던 버튼 아래 

뽀얀 세월을 보니

너, 오래도 참았구나

우는 법을 잊어버려 

이제 깨우는 법도 모르는구나.

 

함께한 이십칠년만큼 보다 더

앞으로도 함께가자

더 이상 나를 깨우지 못해도

야광무늬로 시간을 알려주는 널

내 어디고 꼭 데리고 다닐테니.

 

2024년 7월 16일

카파 알람시계위 먼지를 닦다가 오랜기간 눌러놨던 묵음버튼을 해제했는데 

버튼 위는 색이 바래 누르스름하고 쑥 올라온 버튼 아래는 뽀얀 버튼 원래 색깔과 

대비되게 하도 묵음해놔서 더 이상 알람소리를 못 내는 알람시계가 짠해진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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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려고 불끄고 누우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내 머릿 속.

 

낮 동안 잡혔던 눈 풀려나니

깜깜한 틈을 타

뇌는 스위치를 켠다.

 

내일 이거랑 저거는 이렇게 저렇게 하고

아차! 오늘 이건 이랬어야 됐는데,

어? 근데 그건 이름이 뭐였더라?

아참! 한다고 해 놓고 그 새 잊어버렸네!

아... 이건 이렇게 하면 최곤데... 

 

생각은 생각을 부르고 시뮬레이션 돌리며

미리

하고

가고

적고

사고

길어진 생각의 꼬리는 끊길 생각이 없다.

 

하필 누워서 자려는 순간 떠오른 아이디어는

너무 기발해서

적자니 잠 깰 것 같고

그냥 자자니 내일은 가물가물 하겠지.

 

불을 켜서 적어? 말어?

그렇게 길어지는 불면의 밤.

 

머리를 대고 누우면

생각의 스위치를 끄자

마음의 스위치를 끄자

 

자, 이제부터 생각 스위치 

off.

 

2024년 7월 12일

자다가 기어코 일어나서 휘갈겨 적은,  꿀잠 자기 위한 자기최면 한 줄: "마음의 스위치를 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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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갛게 하얀 얼굴에

새하얀 옷 입고

넓디 넓은 앞이마에

흐르던 땀 닦으며

내게로 오던 너

 

멋쩍은 웃음에

네모꼴로 변하는 입,

커다란 눈망울은

금세 쏟아질 듯

반질반질하다

 

즐거운 일엔

함박웃음 지으며 yay~!

한 마리 비글처럼

껑충껑충 뛰고

 

호기심 어린 큰 눈이

빙글빙글 돌아갈 땐

물 가에 내어놓은

로초딩이 된다.

 

2024년 7월 3일

친구이자 남친이자 남편이자 아들이자 내 귀여운 휴먼 댕댕이 여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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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 힘이 더 센데도 늘 무거운 걸 드는 손은 

왼손이고

오른손 시중을 드는 것도

왼손이고

오른손 일하라고 움직이지 않게 꽉 잡아줘야 하는 것도 

왼손이고

 

오른손 잡이라 오른손 중요한 줄로만 알았더니

다치고 나서야 비로소 느껴지는

왼손의 배려.

 

그래도 

반지 하나 끼워줬다!

 

2024년 7월 3일 

왼팔이 아파 왼손이 하던 일 오른손이 하고서야 느끼는 왼손의 고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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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구리 같은 우리네 삶

나는 무엇을 바라 그리 열심히 살았을까

 

나는 그냥 살았을 뿐인데

그저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내 몸과 마음은 그게 아니었나보다.

 

우아하게 물 위에 떠 있는 백조들이

사실은 물 위에 떠 있기 위해 물 아래서 쉴새없이 물갈퀴질을 하고 있다고

누가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호숫가를 걸으며 내가 본 흑조들은 물갈퀴질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물 위에 원래 쉽게 떠 있고

가끔씩 한 발 한 발 내저었는데

우아하게 앞으로 잘만 나가더라.

 

한 시간 물질을 하면 한 시간 쉬어줘야 한다는 머구리들처럼,

쉬지 않고 조업해 전복씨를 다 말려버리면

훗날 그들의 생계가 위험해지는 것처럼,

너무 열심히 나를 불살라 생을 살아버리면

내 몸도 마음도 병이 들고 아프게 되는 것.

 

너무 열심히 살지 말자

세상 태평하지만 우아한 흑조들처럼.

 

2024. 1.24 

김창옥 강의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사람들에게" 유튜브 강의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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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내리쬐다
반짝 시원해지며
보슬비 나리우고 시원한 오늘처럼
싱그러운 그녀
 
내 머리맡 콕 찍고서 뒤에 숨어
세상 해맑은 미소와
장난끼 어린 표정으로
지나가는 길에도
다가와 알은체를 한다
 
샛파란 병원 로고 박힌 유니폼에
자연스레 늘어뜨린 갈색 머리카락
반짝반짝 빛나는 눈
급하게 살짝살짝 터치한 듯한 붉은 입술
 
그녀는 아래로
나는 위로
일하러, 검사하러, 병원가는 길
트레인 타러가는 그 짧은 찰나에 마주친
에핑Epping 역 안 우리.
 
2023년 12월 20일
병원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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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가운 햇살 강하게 내리쬐는

어느 36도 한낮의 여름 오후

뙤약볕 잔디 구장에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리그

 

살랑살랑 이따금씩 불어오는

그늘 안 바람은 시원하고

그늘 밖 바람은 후덥지근한데

 

하얀 모자 하얀 유니폼

검게 그을린 피부의 선수들이

그늘 안 벤치에 앉은 내게

동경의 눈빛을 보낸다.

 

투수와 배터만이 빠릿할까?

느릿느릿 지리멸렬하게 진행되는 경기

이따금씩 와아- 소리치고

박수 갈채와 너댓쯤 되는 스펙테이터spectator들의 응원에

오늘 내 경기는 끝낼 수 있을까?

 

2023년 12월 16일

은혜와 점심 약속 전, 에핑 오발에서 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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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

깜깜한 어둠 속

벌건 눈을 하고

신경질적으로 

마구 휘두른 전기모기채에서

사라져간 영혼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듣다.

 

2023년 11월 27일

밤10시부터 5시까지 모기 두 마리와 싸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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