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학 공부를 할 때 느꼈던 것 중에 하나가 많은 질병들이 나이 40세 되면 발병빈도가 확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불혹을 넘기고 보니 왜 그런말이 나왔는지 세삼 이해가 된다.
어렸을적엔 나이 서른, 마흔 쯤 되면 정신적으로는 성숙한 어른이고, 피지컬 또한 크고 단단해 보였는데
내가 그 나이를 지나보니, 그 속은 20대나 별반 다를 것이 없으며, 몸은 오히려 점점 아픈 데가 많아진다.
왜 이런 세월을 두고 나약한 소리를 하는고 하니 요즘 부쩍 아픈 곳이 많아졌다.
어떤 계기로 인해 아픈 게 아니라 내 의지와는 다르게 오는 뜻밖의 아픔이랄까.
# 사건 1
대략 2년 전에,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한 즈음이었다.
마스크 대란이 있어서 마스크를 만들고 싶었는데, 때마침 유튜브에서 코바느질로 마스크 뜨는 영상을 찾았고,
실과 코바늘도 있어서 마스크를 떠보기로 했다.
손으로 만드는 것들은 자신있는 편이라 이까짓것~ 여러개 만들어야지 하면서 호기롭게 시작했다.
매일 한 두시간씩 여유가 될 때마다 조금씩 만들었는데 대략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왼손 엄지가 저리기 시작하더니
마스크를 다 만들고 나니 오른손 엄지도 저리고 급기야 왼손 엄지는 굽히면 펴지지 않는 사태가 됐다.
밤에 자다가 무의식적으로 굽혀지면 스스로 펴지지도 않는데 너무 아팠다.
의사한테 가니 방아쇠 수지 증후군이란다.. 너무 과하게 사용을 했단다.........
나는 대략 2주에 걸쳐 마스크를 코바늘로 뜨면서 그냥 가볍게 실을 엄지와 중지로 쥐고 있었을 뿐인데????
# 사건 2
작년부터 열심히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빠르게 걷기, 달리기부터 시작, 비오는 날엔 유툽 보며 홈트(홈트레이닝)도 하고 제자리 뛰기 걷기 노래 틀어놓고 몸 흔들기(?)등등 별의 별 발광(!)을 다 해서 -17kg을 찍었을 무렵 운동 종목 변경의 기회가 왔다.
수영을 배울 기회가 덜컥 생겨서 냅다 등록을 하고 올해 1월말부터 코로나로 락다운 걸려서 6월말에 수영장이 문닫기까지 대략 6개월의 기간, 3개월에 달하는 수영강습 2텀과 자유수영을 병행하면서 했다.
그 때는 아무 문제 없더니...
10월 중순에 락다운이 풀리기 전에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점점 줄고 곧 락다운 풀리겠다 싶어서 집에서 자유형 발차기 연습하려고 침대 위에서 몸을 쭉 뻗었는데 엄지쪽이 저리는가 싶더니...
락다운 풀리고 수영장 간다고 쪼리 신고 나섰다가 엄지발가락 떨어져 나가는 줄..ㅜㅜ
너무 아파서 의사한테 가니 나이 들어서 발에 변형도 생기는 거라며, 평생 그리 살아야 한단다.
난 꽉 끼는 신발을 신지도 않고, 높은 굽의 신발을 신지도 않을 뿐더러, 쪼리도 수영 갈 때 잠시 신는게 전부라고 무슨 나이에 따른 발 변형이냐고, 저리고 아픈데,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그럴리 없다 했는데..
초음파 보러 갔더니 왼발에 힘줄이 오른발 보다 1.5배 크단다...
너무 써서 그렇다며 수영하지 말란다.?????????? 자유형, 배영에 발레리나 발 모양 금지
어깨도 팔을 90도 정도 올리면 아프다 안아프다 한다고 초음파 봤는데 어깨도 너무 써서 그렇다고 수영하지 말란다... 평영에 물 잡기 금지 ㅠㅠ
뭐 어째 새롭게 하는 것마다 다 탈이 나는지.ㅜㅜ
수영은 잘 하다가 2개월 정도 쉰 것이고 중간에 발차기 연습 종종 해줬는데도 이런다.
하... 이래서 미리미리 운동을 해서 근육이건 힘줄이건 써 버릇해야 하는 거고, 나이 들면 살기위해 운동을 한다더니
뭘 할 때마다 이렇게 아프면 앞으로는 어쩐담...
뭘 하기가 무섭다. 자꾸 탈나는 몸뚱아리.
서글프구나.
나도 진짜로 늙고 있구나.
몸이 예전같지 않다.
신축성도 강도도 자꾸 떨어진다.
수영은 평생 할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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