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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졸업하던 날
바른생활 상으로 내게 주어졌던
작은 알람시계
검은 바탕에 보라색 디자인
머리 위 버튼 하나
종소리와 멜로디로
바른생활 어린이
바른생활 청소년
바른생활 어른을 위해
수 많은 아침 나를 깨웠다.
물 건너 타역 이만리에서도
세월에 시계 색이 바래도록
깨웠던 수 많은 날들.
어느 덧
핸드폰에 기능을 뺏기고
머리 위 버튼은 눌려진지
한 해
두 해
십 년을 훌쩍 넘기니
너도 나랑 같이 늙어가나 보다.
대형 배터리 두 번 갈 동안
뚜껑을 잃어버리고
가끔씩 울긴 하더니
세월에 긁혀도
더 이상 울지 못하고
매 초 매 분 충실히 가기만 한다.
눌려졌던 버튼 아래
뽀얀 세월을 보니
너, 오래도 참았구나
우는 법을 잊어버려
이제 깨우는 법도 모르는구나.
함께한 이십칠년만큼 보다 더
앞으로도 함께가자
더 이상 나를 깨우지 못해도
야광무늬로 시간을 알려주는 널
내 어디고 꼭 데리고 다닐테니.
2024년 7월 16일
카파 알람시계위 먼지를 닦다가 오랜기간 눌러놨던 묵음버튼을 해제했는데
버튼 위는 색이 바래 누르스름하고 쑥 올라온 버튼 아래는 뽀얀 버튼 원래 색깔과
대비되게 하도 묵음해놔서 더 이상 알람소리를 못 내는 알람시계가 짠해진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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