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몸이 좋지 않아 집에 있으면서 밀린(?) 영상을 보던 중에 우연히 해외 연수 없이 영어 실력이 좋아진 사람들의 특징이라는 멋진 영상을 봤다.
해외유학 없이 돈 안쓰고 갑자기 영어 실력 급상승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 (러너블 티처조)
https://youtu.be/cqVB9s9Fuzs?si=oC6OWF293I5l6Ey4
호주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네요. 영어 공부에 왕도는 없습니다. 그냥 우리가 어릴 때 한국어를 배우던 것처럼 자꾸 듣고 똑같이 따라 말하는 방법 밖에는요. 문제는 교정해주거나 대답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없으니까 영화라던가 애니 드라마 같은 것을 보며 똑같이 따라하고 노래도 부르고 녹음도 해가면서, 확실히 덕질하며 내가 하는 것이 똑같은지 파면서 공부하면 발음도 좋아지고 이해도도 좋아지더라고요.
저는 호주에서 17년째 살고 있는데 두 번 영어 실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던 때가 1. 음절의 차이를 확실히 알았을 때와 2. 내가 읽는 문장을 녹음해서 공부할 때였어요.
첫 번째. 한국어는 모든 음절 하나하나를 힘줘서 발음을 하지만 영어는 그렇지 않습니다. 일례로 일본 사람들이 받침 발음이 안된다는 얘기를 들어보셨나요? 소문에(?) 맥도널드를 일본사람들은 매그로나르도라고 발음한다는 얘기가 있던데(실제로는 안들어봐서 모릅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맥도널드는 일어로는 6음절, 한국어로는 4음절. 그럼 영어로 McDonard는 몇 음절일까요? 우리는 맥.도.널.드 이렇게 또박또박 읽고 그렇게 4음절로 들릴거라고 예상을 하고 공부하지요. 맥도널드는 실제로는 "맥도널ㄷ"처럼 뒤에 d는 거의 안 들리고 3음절로 발음을 하고는 d를 갖다 붙이는 형식입니다. 우리말 "삶"이나 "읽" 이런 단어를 읽을 때 처럼요. 그래서 Would, Should, Could 도 우드, 슈드, 쿠드가 아니라 우ㄷ, 슈ㄷ, 쿠ㄷ처럼 들린다고 생각을 하고 공부를 하니 귀가 트였고, 훨씬 잘 들렸으며, 여지껏 내가 해왔던 많은 단어들의 음절을 실제와는 다르게 예측하고 있었기에 안들렸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두 번째도 마찬가지 맥락인데 내가 알고 있던 발음이, 너무 익숙해서 신경 안 썼던 것조차 잘못 알고 있었더군요. 예로 go를 "고"라고 알고 있었는데 "고우"더군요???? 그 때의 충격이란... 원어민이 발음한 문장을 최대한 똑같이 발음하려고 발음 기호를 찾아보고, 발음을 듣고, 내가 문장을 읽어서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을 때까지 하루에 한 문장을 몇 번이고 될 때까지 연습하여 녹음하고 원어민의 발음과 비교하고 하니 확실히 좋아졌어요.
이 두 가지 만으로도 영어 공부가 확실히 좋아졌으니 잘 안들리고 말하는 게 어려우신 분들은 영화든 애니든 드라마든 찾아서 받아쓰기 해보고 내가 똑같이 불러보고 내가 말하는 것이 똑같이 될 때까지 녹음해보시면서 공부하시면 영어가 쑥쑥 늘 겁니다. 어린아이가 모방을 통해서 모국어를 배운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I'm still working on it! 입니다. 오늘 저도 좋은 표현 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라고 댓글을 썼는데 오늘은 영어 공부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나는 2006년 12월에 호주로 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인복이 많은 편이라 여기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고, 덕분에 신랑도 여기서 만났다. 완전 신중하고 세심하고 겁도 많은 우리 신랑은 4년간 나를 지켜본 후(4년간 연애 후) 결혼을 했고 벌써 13년차다. 우리가 만났을 때 신랑은 한국어를 내 영어보다 훨씬 더 잘했었지만, 결혼 후에 목적을 달성(!)하는 바람에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반대로 내 영어는 결혼 후에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따박따박 말싸움도 잘 하고 ㅋ
영어는 참 어렵다. 특히 한국인들에겐 참 어렵다. 알파벳도 자체도 아예 다르고 문장을 만드는 순서도 다르고. 다른 나라의 외국인들은 영어가 쉬운 언어라고 하지만 내가 호주에 왔을 당시에 같이 일하던, 연세가 조금 있으셨던(40~50대였던듯) 태국인에게서 들은 소문에선 전 세계에서 영어 못하는 나라 1등이 태국인이고 2등이 한국인이란다. (일본이 아닌게 충격😳)
그러나 살다보니 점점 입도 귀도 트이는 건 사실이다. 긴장만 안하면. 외국어는 왜 그렇게도 나를 긴장시키는 걸까? 할 말 다 하면서도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그러고 보면 외국어는 자신감이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 같다.
위에 영상 댓글에 적었듯이, 결국은 모방이다. 똑. 같.이 따라하는 것. 다른 왕도는 없다. 그 방법이 왕도다. 아이들이 말을 배울 때 하는 엄마 아빠의 말을 보고 듣고 읽고 적고. 그게 왕도다. 우리는 낯선 언어를 배울 때 어린 아이와 같다. 문법을 아무리 파봤자, 영상을 아무리 틀어놔봤자 내가 제대로 알고 이해하지 않으면 소 귀에 경 읽기다. 안 들리던게 어느 날 갑자기 잘 들릴 수는 없다. 내가 아는 단어여야, 옳게 예측을 하고 있어야 들리는 거다. 아는 만큼 들리는 거다. 제대로 알려면 똑같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같은 문장 하나라도 똑같이 말해봐야 한다. 어린 아이들을 보라. 같은거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내 것이 될 때까지 반복하지 않는가? 최소 열 번은 그 단어를, 문장을 써 봐야지 내 것이 된다고 한다.
40대에 들어서면서 기억력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신랑은 끊임 없이 나에게 새로운 단어를 투척한다. Miasma라던가 Turgid 같은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단어를. 위에 영상에선 2810단어만 알면 된댔는데.. 떼잉....!! 그러면서 내가 익히기를 바라며 며칠 지나서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내가 뭐였더라?하지 않고 바로 입에서 나올 때까지 물어본다. 덕분에 남들이 모르는 단어도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내 영어는 부모님 역할의 신랑 덕에 신랑이 사용하는 영어를 많이 따라하다 보니, 호주에 살면서 한국인들의 영어 같지 않고 호주식 영어를 한다는 얘기를 금발에 푸른 눈의 호주인들에게서 종종 듣는다.
언어는 결국 소통을 위한 도구이다. 책상 앞에 앉아서 책만 파지 말고, 단어와 문법과 발음과 악센트를 머리로만 하지 말고 한 번이라도 더 뱉고, 녹음해서 내가 똑같이 하고 있는지 모방부터 잘 해보자. 내가 좋아하는 영화, 애니, 드라마 팝송 뭐든 좋다. 결국 위에 영상에서 말한 것 처럼 영어로 덕질을 잘 하는 사람은 영어가 비약적으로 느는 것이고, 어린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열심히 따라한 덕에 모국어를 잘 배우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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