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나랑 그다지 친하지 않은 녀석이다.
일 년을 지내도 내 손으로 TV를 켜는 건 1달에 1번 꼴도 되지 않으니 말이다.
어렸을 적에는 그래도 드라마 보는 것을 즐겼었다.
그러다 얼마 전에 웹서핑하다가 우연히 역대 드라마 시청률을 봤는데 파리의 연인이 무려 50%가 넘었다.
전국민의 반이 봤다는 얘기인 데...
<이미지 출처: 네이버 이미지 검색>
파리의 연인. 2004년 6월부터 8월까지 방영된 건데
난 그때 뭐하고 있어서 그 안 본 나머지 반에 속해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뜬금없이 10년이 거의 지난 드라마를 찾아 보았다.
드라마를 보니 그제서야 모든 게 보였다.
그 시절의 패션, 노래, 모바일 폰.....
패션에 그닥 관심이 있는 나는 아니었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 그래서 그 때 이런 복장이 유행했던 거였구나
주머니 주렁주렁 달린 카고바지에 허리띠 대신 살랑살랑한 끈이 달려 있고,
잠옷에 레이스 달린 것 같은 탑..
파리의 연인 결말은 황당하다고 하도 소문이 나서 단단히 각오를 하고 봤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난 외려 담담하게 받아들였고,
외려 괜찮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드라마 리뷰를 찾아보던 중에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드라마라고 손꼽던데...
난... 왜 배신감이 들었을까.
내가 본 최고의 드라마는 당연 "여명의 눈동자"이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굶주림에 지쳐 살아 있는 뱀을 잡아다가 생살을 우적우적 씹어 먹던 최재성이
너무 충격적이었고, 애절했고, 배우들의 열연에 그리고 가슴아픈 내용에
나중에 결혼해서 아기 낳으면 한 배우의 극중 이름을 아기 이름으로 지어야겠다며
그 어린마음에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까.
그러고 나서 다 커서는 '시크릿 가든'에 완전 푹 빠졌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이미지 검색>
스토리면 스토리, 배우면 배우, 연기면 연기...
여명의 눈동자 이 후에 이렇게나 멋진 드라마가 있구나.
길라임에 반쯤 감정이입도 시켜보고, 대리만족도 느껴보고 하면서 너무 재밌게 봤는데...
현빈이 언제 군대 제대하고 어떤 드라마를 할까 하며 17세 이후로 연예인따위 관심 없던 내가
관심이 생겼을 정도였는데...
파리의 연인을 검색해 본 후, 늘 그랬듯 미친듯이 연달아 2박 3일동안 파리의 연인을 봤다.
하..............
어쩜 이럴 수가 있지..
2010년에 나왔던 시크릿가든에 비해서 6년이나 일찍 방영했던 파리의 연인.
보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시크릿 가든이랑 비슷한 요소가 참 많구나...
시크릿 가든이 먼저 내게 오지 않았더라면,
파리의 연인에 정말 빠져서 내 인생의 드라마 한 쪽을 장식했을 텐데
나 스스로도 그렇게나 극찬을 했던 시크릿 가든의 내용이
오늘 파리의 연인을 봄으로써 바래 버렸다.
추억과 실망을 동시에 안겨준 작품. 파리의 연인
잘 만든 드라마임엔 틀림 없는데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 그런가...
오늘따라 김은숙 작가가 밉네.
재벌에 시크한 남자 주인공과 가난하고 씩씩하고 고아인 여주인공
여자를 위해 모든 걸 다 내려놓더라도 포기 안하는 우리의 씩씩한 주인공
가족의 반대에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남자 주인공의 식구들
심지어 대표이사 사임건으로 주주총회까지 똑같이 열어주시고
일거수 일투족 감시하는 비서, 그 비서에 우유든 음료든 건내는 여주인공.>> 특히 이거...ㅠㅠ
함께 살면서 여주인공을 도와주는 친구, 동생...
씁쓸하구만.
아, 별에서 온 그대도 최근에 나름 괜찮게 본 드라마인데
이번엔 거기서 시크릿 가든을 만났네...
연애따위 관심 없는 주인공,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을 결심을 하는 주인공,
드라마에서 책 내용을 읽어주고,
난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 남자야 따위의 대사도 똑같이 날려주고...
아직 두 번씩 밖에 못 봐서 대사를 다 기억하진 못하지만
너무너무 좋게 생각했던 드라마라 대사 하나까지 곱씹으며 봤던 시크릿가든의 느낌이
불쑥불쑥 별그대에서 느껴질 때 깜짝 놀란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얼마전에 찾아봤던 그 드라마 시청률.
옛날에는 50% 넘는 드라마가 참 많았는데 요샌 마의 30%라고 한다지.
언젠가부터 부잣집 도련님이나 잘나가는 연예인이 아니면 이야기가 안되는 한국 드라마.
1991년 여명의 눈동자가 방영되었던 후부터 20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여명의 눈동자 같은 스케일도, 배우들의 열정도, 그런 스토리안에 아픔도 없어서일까.
한 번 밖에 못 본, 내 생에 최고의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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