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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Daum뉴스에 보니까 20년 만에 한 선생님이 TV에 제자들을 찾는 광고를 내서

 

20년 만에 만난 제자와 스승이 절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기사가 떴다.

 

관련 기사: http://media.daum.net/special/5/newsview?newsId=20150515044706469&specialId=5

 

 

요즘 교권이 많이 땅에 떨어지긴 했지만, 옛날엔 그래도 존경스러운 선생님들이 많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차라리 어렸을 때 그 순수한 마음에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지금보단 더 많이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웃긴건 학교에 있는 선생님만이 스승의 날에 존경을 받는 건 아니라는...

 

 

나에게도 잊지 못할 선생님 한 분이 계신다.

 

 

아이러니 하게도 내게 잊지 못할 선생님은 학교에서 교편을 잡으시는 선생님이 아니라,

 

어릴 적에 다녔던 피아노 학원 선생님이다.

 

 

 

벌써 피아노를 치지 않은 지 20년이 다되어 가지만, 어릴 적엔 음악가가 되고 싶었던 꿈이 있었기에

 

피아노 학원에 열심히 다녔었다.

 

다른 피아노 학원에는 다녀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내가 다녔던 피아노 학원 선생님은

 

내가 생각하기에 뭔가 좀 달랐다.

 

 

당시엔 집에 흔한 비디오도 하나 없을 때라, 피아노 학원에서 보는 우뢰매, 강시 이런 어린이용 비디오나

 

가끔씩 만들어 주신 케첩을 듬뿍 넣은 떡볶이 이런 것도 만들어 주셨고,

 

피아노 학원 안에는 보드 콜리 개랑 영화 베토벤에 나오는 큰 멍멍이도 있었고,

 

학생들에게 피아노 치는 법 만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심지어 학교 숙제도 봐줬으니 말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국어, 산수는 물론이거니와, 음악의 기본적인 이론을 가르치셨다.

 

 

덕분에 당시 "국민"학생이었던 나는, 참 단조롭고 지루할 뻔 했던 학교 생활에 또 하나의 활력소이기도 했고,

 

학교에서 음악시간에 배우는 대부분의 것들이 내겐 너무 쉬웠다.

 

과외도 아닌 것이, 피아노 학원에서 선생님한테 배웠던 것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뭔가 어렵고

 

전문(?)적이었다랄 지...

 

그래서 늘 나 보다 한 학년 위였던 오빠 음악책에 더 관심이 있었고, 심지어 음악 수업시간에는 선생님이 나더러

 

반 애들을 가르치라는 적도 있었다. 하하하;;

 

특별활동 때에도 늘 음악 관련 부서에 나는 자동으로 배치가 되서 선택의 자유도 없었었고.

 

한 번은 일탈(!) 차 미술부에 들어갔더니 합창부에서 나를 데리러 왔었다. 넌 거기 가야 한다며...

 

 

아무튼, 당시엔 계속 그 선생님 밑에서 배우고 싶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내 의지(!)와는 달리 나는 그다지 피아노에 실력이 있는 학생은 아니었나보다.

 

 

어느 덧 중3이 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어느 날, 피아노 학원 선생님이 나를 불러 앉히더니 이제 그만 나오란다.

 

학교 마치고 피아노 학원에 가게 되면, 시골이었기에 마을에 들어가는 버스도 끊기는 상태라

 

밤 늦게 집에 가야하는데, 차편이 마땅 찮은 것도 있었지만, 지금은 피아노를 치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그 시간에 더욱 더 학업에 충실해서 조금 더 나은 고등학교를 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 나는 꽤 고집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학생이어서 같은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과 종종 싸우기도 했는데, 어쩐 일인지 서로 말 안하다가도 선생님이 나를 구슬리면 못이기는 척 친구들과

 

화해를 하곤 했다.

 

 

그 때도, 피아노 학원 선생님이 된 입장에서 수입원이 되는 학생에게 그만 나오라고 한다는게 쉽지 않았을 텐데,

 

선생님이 나를 조곤조곤 타이르시며 피아노 보다는 공부에 힘을 쏟을 것을 당부하셨다. 

 

 

 

피아노 학원을 그만 두고는 정말 피아노 학원 선생님 말씀마따나 공부를 열심히 해서 원하는 고등학교에도

 

갔지만(당시엔 시험쳐서 고등학교를 선택해서 갔다), 그 길로 나는 다시는 피아노를 치는 일이 없었고,

 

영영 피아노 치는 기회를 잃고 말았다. 집에 피아노 한 대가 있었음에도 말이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땐, 학원에 다니지 않았어도 매년 스승의 날이 되면 피아노 학원 선생님께

 

스승의 날 편지를 쓰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힘들게 되었다.

 

그 학원도 없어져 버렸고, 주소도 잃어 버렸고...

 

 

매년 고향을 다녀갈 때 예전에 피아노 학원이 있던 자리를 지나가는데 그 때마다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아니면, 이렇게 스승의 날이 다가올 때 즈음이면 늘 꿈을 꾼다.

 

 

그 학원 앞을 지나가다가 선생님을 만나러 들르는 꿈.

 

혹은 그 때 그 시절이 재생되는 꿈.

 

 

선생님이 그 곳에 아직 사시고 계시는 지 조차 미지수이지만, 아직 건물은 그대로 있던데,

 

언젠가 더 늦기 전에 선생님을 꼭 뵈어야 할텐데... 

 

 

올해도 어김없이 스승의 날이 되니 그 때가 생각 나 나지막히 선생님 이름을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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