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드디어 마지막날이 오고야 말았다.ㅜㅜ

오늘은 아침부터 3박 4일 머물렀던 Queenstown Lakeview Holiday park도 떠나야 하는 날이지만, 이제 돌아가야 하니 짐도 제대로 정리를 해야해서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아침식사는 이틀전에 너무 많이 사서 남은 Pedro's house of lamb을 데워서 먹었다.

여기 Holiday park 전자렌지는 대체 어떻게 사용을 하라는 건지, 뭐 하나 데우는 데도 녹록치가 않다.

그냥 Microwave기능 누르거나 시간 내가 알아서 누르거나 해서 쓰면 좋겠구만, 어떻게 사용하는지 메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양고기 하나 데우자고 생고생을.-_-)

여기 뿐만 아니라 데체로 뉴질랜드 전자렌드는 사용방법이 어렵다.ㅜㅜ


그리고 Holiday park에는 어딜 가든 Free stuff 혹은 Free Food 박스가 있는가 보다.

그래서 계속 들고 다녔지만 결국은 못해먹은 것들을 다 기부함.


어차피 도로 들고가는 것도 짐이요~ 호주 세관에서 또 검사하고 하는 것도 일이요 싶어 가지고 왔으나 못해먹은 것들을 다 부엌에 기부를 했더니 한국인 모녀가 마침 요리하러 왔다가 라면이라던가 통조림 같은 걸 가져가고, 또 마침 부엌을 청소하러 오신 직원이 의외로 멸치육수용 멸치라던가 떡국떡 이런 걸 챙겨가더라는.

요즘들어 한국 드라마가 동남아에서 꽤 선전하고 있는데 드라마 매니아 같은 느낌이 물씬..;;

육수용 거대멸치를 마다 않고 덥석이라니! 많이 먹어본 솜씨(!)라는!


음식들을 다 정리하고, 선물로 산 것들 각 캐릭어에 잘 재배치해서 정리했다.

한국은 와인 1병만 반입가능이라서 한국갈 때마다 캐리어에 1병씩 밖에 못 담았는데 호주는 2.25리터다. 좋구로 +_+

2병씩 잘 챙겨 넣고, 우리가 매우 사랑한 Cookie Time도 잘 담아서 챙겼다.


혹시라도 Queenstown Lakeview Holiday park에서 렌트카를 가지고 와서 여러 날 묵을 예정이라면 쓴 타올을 새걸로 교환받고 싶다면 욕실 바닥에 패대기(!) 쳐놔야 새걸로 바꿔준다.

세 개다 모아서 침대 위에 대충 던져 놓고, 방청소 안해도 됩니다 << 이 싸인을 안 걸어놓고 외출하고 오면 싹다 새걸로 해 놓고 침대 정리도 잘 해주겠지 하고 돌아왔더니 수건은 건드리지도 않고 침대고 뭣이고 다 그대로.

달랑 방안에 있던 쓰레기통만 비웠음...-_-) 젖어서 물 뚝뚝 흐르는 매트를 바닥에 방치해놔서 그 것만 마른 걸로 갈아주고.


3박 4일 동안 하루는 안쓰러워서(!) 청소 안해도 된다고 했는데, 다음날도 안해줘서 결국 우리가 머무는 동안은 한 번도 청소를 안했다.

뭐 딱히 지저분하게 만든 것도 만들 시간도 없었지만, 그래도 수건은 바꿔줄 줄 알았는데 안 바꿔줘서 Reception가서 교환해서 썼다. Reception에서는 언제든 교환해줌.


암튼, 싹다 정리를 하고, 모든 사용한 수건은 바닥에 패대기 쳐 두고(이걸로 청소를 하는 것 같음. 그걸 우리가 쓰고.ㅠ) 짐 다 챙겨서 간만에 홀가분해진 걸음으로 나왔다.

내 마음 같아선 코앞에 있는 Luge를 한 번 더 타고 싶었는데 신랑과 동생이 심드렁해서 Arrowtown에 구경 가기로 했다.


Arrowtown은 앞서도 언급했지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곳인데, 마을 자체가 너무 다 상점이라 별로였다는 사람과 귀국선물도 사고 구경도 하고 괜찮았다로 나뉘는데 난 후자였다.


결론적으론 기대치가 낮아서 생각 외로(?) 괜찮았다.


 

 

이 먼 뉴질랜드에서 왠 파리지앵?

 

차를 어디에 델 지 모르겠기에 무작정 젤 아랫쪽 강가근처 공용 주차장으로 보이는 곳에다 대고, 마을을 이리저리 돌아봤는데 뭔가 신기한 것들이 많다.

프랑스 사람이 운영하는 음식점일 지 모를 저런 그림들도 재밌고.^^

 

 

 

뜨개질 관련 상점.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 뜨개질 관련 상점에서부터 온갖 골동품을 파는 가게도 있고, 옥과 비취를 가공해서 악세사리를 만들어 파는 곳, 아무래도 양들이 많으니 양모 관련 물건들 파는 곳, 그리고 이 동네가 과거에 금광이 있었는지 작은 금조각들을 넣고 만든 악세사리들이 많았다. 

 

여기도 중국인들이 많이 다녀가는 지 중국어로 쓰여진 문구들이 꽤 보였고, 물품 중에도 오 괜찮다 싶어 집었는데 Made in China인 경우도 꽤 많았다.

그리고 비슷해 보이는 것도 가격이 천차만별 다르니 혹시 관심이 가는 것이 있다면 여기저기 다니면서 비교를 잘 해보기 바란다.

 

 

 

Arrowtown 중심부 아마도?

 

귀국 선물로 사면 좋을 것 같은 물건들을 파는 여러 가게들이 많이 있는데, 옥과 비취, 전복 껍질을 가공해서 만든 악세사리는 정말 많이 팔았다.

가격대도 싼 것부터 비싼 것까지, 목걸이와 귀걸이는 금과 은이 바탕이 된 것도 있고 아주 다양하게.

 

 

 

 

요기도 Arrowtown 중심부 윗 사진과 다른 방향쪽

 

문제는 비취는 생각보다 비쌈..ㄷㄷㄷ

 

반짝반짝하는 악세사리를 좋아하시는 아직 소녀 같으신 시어머님이 생각나서 비취와 진주로 된 목걸이 하나 집었더니 $225...

그렇다고 초록빛의 귀걸이는 좀 연세 있으신 분들이 쓰기엔 아닌 것 같고.

 

서양인들은 전시해 두고 보는 걸 즐겨서 집 여기저기에 쓸모 없는 것일지라도 보기 좋다 싶으면 관상용으로 전시를 많이 해두던데, 난 왠지 그런건 비실용적인 것 같아 손이 안 갔다.

옥이나 비취로 만든 키위, 도마뱀, 개구리 이런거..-_-)  

 

막 큰 비취덩이를 맨들맨들하게 문질러 놓고 몇 천불씩 하던데, 나같은 사람은 줘도 안할 것 같은;;

그래도 가격보면서 구경하는 재미는 있다.

    

 

 

'도와주세요, 나 혼자 길 잃었는데 여기 의자 위에 남겨졌어요.

내 주인이 누군지 혹시 아세요?'

 

News agency 앞을 지나가는데 어떤 꼬마가 두고 갔을 법한 인형이 주인을 애타게 찾고 있다. ㅜㅜ

 

 

 

Arrowtown 지도. 화장실과 주차장만 잘 보면 된다

 

돌아다니다 지도를 늦게 발견했지만, 뭐 딱히 더 있는 것 같지 않아서 사진만 찍고 쿨하게 꼼꼼히 안 봐줌.^^;

 

 

꼬마가 나무로 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데 체인도 없고.. 신기함

 

 

 

현상수배 중 ㅋ

  

처음에는 그렇게 이 집도, 저 집도, 옥과 비취로 만든 것들이 많더니만, 다른 쪽에는 Gold Nugget이라고 금쪼가리(?)들을 그대로 넣어 만든 악세사리가 그렇게 많다.

반지, 팔찌, 목걸이, 귀걸이, 펜, 키홀더 등등등.

색깔도 진짜 24K마냥 누런 것이 하나 사고 싶었는데 신랑과 동생은 극구 반대를 한다.

아무리 작은 덩어리를 여러개 넣은 거라고 쳐도, 귀걸이 젤 싼게 $15 이었는데 순금이라면 이렇게 쌀리가 없다면서! 

속는 셈 치고 하나 사서 금은방에 가져가서 감정(?)을 맡겨보고 싶은데 돈 낭비라며 하도 핀잔을 줘서 결국 못 삼.ㅠ

귀걸이건 목걸이건 이쁜 건 이쁘던데.. 쩝.

 

있을 때 사야지 꼭 떠나오면 아쉽다. ㅋ

혹시 사 보신 분? 진짜 금 맞나요?

 

한 두군데에서 파는 게 아니라 너무 흔한만큼 유혹의 그 분이 여러번 강림했는데, 만지작만지작 하다가 결국은 Gold nugget 관련 제품(!)은 하나도 안샀다.

외려 돌아다니다 보니 양모+포섬+실크로 어떤 디자이너가 만들었다는 폰초가 이뻐서 양가 어머님들꺼로 그거 하나씩 사고, 근처에 Maoi관련 박물관 같은 것도 있길래 들어가서 구경했다.

 

Maoi족들의 축제같았는데 내 눈엔 너무 과하다 싶은 코스프레라서 별로 호감이 가진 않았...-_-)

 

 

 

한 중국인 부부가 여기서 웨딩 촬영을 했는데 가로수가 멋지다.

   

 

 

과거에 금광 광부들이 지냈던 움막?에 대한 설명. 근데 어떤걸 말하는 지?

 

 

 

중국인 예비부부가 사진촬영하던 길 초입에 있는 hisotric place 설명판

 

 

 

Arrowtown의 마트. 미트파이 같은 것도 판다.

 

돌아다니다가 점심때가 다됐는데 양고기를 먹어 그닥 배가 고프진 않아서 근처 작은 공원에서 음료와 함께 간단하게 간식을 먹고 주위를 더 둘러보는데 마지막날에 이렇게 날씨가 너무 좋으니 억울하다.ㅠㅠ

진작 이렇게 좀 좋을 것이지.

맑은 날은 이틀 전에 Glenorchy갈 때가 좀 좋았고, 잠깐잠깐씩은 Cardrona랑 Mt Cook 갔을 때, 그리고 Milford Sound에서 잠깐이 전부다. 9박 10일동안.

오늘이 우리 여행한 날 중에 가장 날씨가 좋은 듯. 떠나기 싫게시리, 마음 아프게시리..ㅜㅜ

 

 

 

공원 옆에 있는 이 건물은 의외로? 도서관이란다.

 

 

도서관 근처 예쁜 공중전화 박스(아마도)

 

 

근처 공원에서 가볍게 간식을 먹었는데 나무에 가을이 내려 앉았다.

 

 

 

Arrowtown 전경

 

 

 

처음엔 흥미로웠으나 몇 군데 들르다 보니 다들 비슷비슷한 것들이 많아 식상해져서 공영주차장 너머에 물소리가 나서 그 쪽에 가보자하고 지나가는데, 사진엔 없는 우리 차 옆에 세워져있던 봉고에 주차 관리요원이 와서는 벌금을 매긴다.

본의 아니게 우리가 목격자가 됐는데, 여기 혹시 돈 내야하는 데냐고 하니까 아니란다.

우리는 제대로 주차를 했단다.

 

우리가 주차한 곳은 24시간 무료이긴 하지만 자세히 보면 캠퍼벤용과 일반 차량의 주차 표시가 있었는데, 사진 맨 오른쪽의 봉고차는 캠퍼벤이 아니므로 일반 차량 지역에 주차를 해야 하는데 캠퍼벤 자리에 잘못 주차해서 벌금을 매긴거란다. $40  

 

 

 

낚싯대는 없지만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포스터처럼 싱그러움이 느껴져서 맘에 든다.

 

우리가 주차한 주차장 앞으로는 냇물인지 흐르고 있었는데 제법 졸졸졸 소리가 나기에 가보았다.

물가 근처엔 Lupin이 Tekapo 보다 더 많았고. 그래봤자 듬성듬성이었지만.


신랑이 그늘에 서 있었는데 뭔가 풍경이 싱그럽다.

학창시절에 여러 가지 영화 포스터로 만들어진 브로마이드라던가, 편지지가 유행했는데, 그 중에서 브레드 피트 주연의 '흐르는 강물처럼' 포스터에서 느껴지던 싱그러움이 느껴졌다.

줄이 길다란 낚싯대를 한 껏 휘둘러야 될 것 같은 분위기. ㅎㅎ

 

 

 

날씨가 너무 좋아 하늘을 찍어 봤다. 폰으로 찍은 거고 무보정인데 참 푸르다.

캠퍼벤용 주차구역이 모자라 나무아래 여기저기 주차를 해둔 캠퍼벤들.

 

 

 

개울물이 정말 깨끗하다!

 

신랑이 나무 사이로 사라져서 따라가봤더니 누가 돌다리를 만들어놨다.

공항가기 몇 시간 전인데, 첨벙첨벙 하다가 발 빠질까봐 조심하면서 건너가니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물이 여기저기 넓게 흐르고 있는데 돌다리도 없고, 신발이 젖기는 싫고.

 

 

 

우리와 다르게 아예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건너거나, 신발이 젖든 말든 그 위로 첨벙첨벙 건너는 두 명의 외국처자들은 왼쪽 너머에 있는 강까지 가보더라만, 우리는 거기까진 못 갔다.

가로질러 갈 수가 없슴 물이 흐르는데 다리도 없고.ㅠㅠ

 

 

 

너무 물이 맑아 어릴 적에 하교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있던 동네 강가에서 친구들이랑 해질 때까지 놀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살아났다.

그땐 참 물놀이 많이 했었는데. 노느라 정신팔려 늦게 귀가해서 혼나고 담날 되면 또 놀다 감.ㅋ

마지막으로 물놀이 해 본적이 언제인지...(Hot tubs, pools 이런거 말고)

 

 

 

만약 자정에 와인 한 잔 할 의미가 아니라면 냉장고에 불빛이 왜 있겠어? 

 

더 갈 데가 없어 화장실 갔다가 차 반납하고 가자고 화장실 찾아 상가쪽으로 올라오니 역시나 Central otago 지역 답게 여기저기 Winary도 많지만 와인도 많이 판다.

이미 와인을 충분히 사서 안에 들어가보고 싶은 욕구가 줄어듦.

 

 

 

화장실이 2군데 인데, 오자마자 갔던 곳 말고 다른 쪽에 가다 보니, Wanaka에서도, Queenstown에서도 보고도 배불러서 못 먹었던 Patagonia 아이스크림을 여기에 와서 드디어!

Patagonia 아이스크림 맛은 있는데 굉장히 빨리 녹음. 후딱 먹어치워야 한다.

가게 위치는 위 사진에서 와인 가게 너머 조금만 더 가면 있다.

 

마지막으로 Patagonia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고(와플콘 바삭바삭한게 맛나긴 한데 생각보다 두꺼움 ㄷㄷ 깨물어 먹을 때 힘 좀 써야 될 정도! 끝에 초코렛도 안에 들어있음)

 

이젠 정말 집으로 가야할 시간.

 

 

 

공항으로 가는 길이 정말 아쉽다. 하늘이 파래서 더 아쉽다.

근데 가는 길에 생각보다 길이 멀어 당황했다.

2시 45분까지 렌트카를 반납을 하고 가야하는데, 그 전에 기름도 넣어야 되고!

Arrowtown에서 너무 여유롭게 보냈나보다. ㄷㄷ

 

 

 

렌트카 반납시간이 늦을까봐 잔뜩 긴장해서 있는데, 왼쪽에 Amisfield winary가 보인다.

JSH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마셨던 Pinot noir가 여기서 만들어진 거던데!

다음에는 여기도 한 번 가봐야겠다.

 

Red Wine만 마셨다 하면 머리야 뽀개져라~ 하고 두통이 너무 심하게 와서 Red wine 을 잘 안마시는데, JSH 직원이 추천해준 "별로 안 쎈" Red wine이 저기서 만든거였으니.

 

 

 

비슷비슷한 풍경들이 지나가고~ Queenstown을 중심으로 한바퀴 빙 돌고 나니 이 길은 처음에 우리가 Queenstown으로 들어설 때 그 길 같다.

 

이제 시간도 없고 공항 근처에 Apex사무실에 렌터카 반납을 해야 하는데 가기 전에 기름을 만땅 채워야 한다.

공항쪽으로 좌회전 하기 전 근처 Round about에 주유소가 3개나 있었는데 Queenstown내에는 가격 담합을 했는지 가격이 $2.13으로 동일했다.

 

그런데 공항쪽으로 꺾고 보니 NPD 주유소가 있었다.

Mossburn NPD에 관한 기억이 좋아서 공항 근처에도 있길래 엇! 하고 갔으나~ 여기는 더 싸지 않음.

가격이 다 똑같았다. Queenstown 내에서는 어딜가든.

후딱 만땅 채우고 Apex 사무실에 도착하니 2시40분! 아따 알차게도 탔다.ㅋ

우리가 탄 최종 거리는 2068km. 하루에 200Km 이상 달렸네 ㄷㄷㄷ

 

Apex 직원이 우리가 들어오는 걸 보더니 인수 받을 때 직원이 체크해 준 서류 보쟤서 보여줬더니 시동 걸어 기름이 만땅인지 체크하고, 풀커퍼라 대충 차 앞뒤로 스크래치 난 거 표시해둔 것 비교해보면서 여행 중에 아무 문제 없었냐 물었다.

Omarama 지날 때 차 밧데리 이상온 걸 알려줬어야 됐는데 그 후론 괜찮아서 문제 없었다 하니 한 1분이나 봤나;; 됐다며 공항까지 봉고로 태워 줌.

우리랑 또 다른 한 팀이랑 같이 내려주고, 우리 내리니 또 한 무더기 타고 가고.

 

공항에 도착을 하니 완전 시장바닥이 따로 없다.

 

90분 전에 도착을 하라고 해서 90분 전에 도착을 했지만, 우리가 타야할 Virgin Australia 줄은 사람들이 만땅으로 차다 못해 공항밖으로 나갈 폼이고, 그 옆에 Air new Zealand는 사람도 없는데다가 자동발권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었다.

 

근데 희안한 건 모니터에는 도착지 표시 옆에 발권하는 창구가 몇 번인지는 안나와있고, 몇 번 게이트로 가라는 표시만 있어서 혹시나 우리가 잘 못 줄을 선 건가 싶어 동생한테 줄 잘 서고 있어라하고 짐과 함께 남기고 줄이 짧은 다른 줄로 가서 창구에 물어보니 그 긴~~ 줄이 맞단다. ㅠㅠ

 

Virgin 애들 일하는 속도를 보니 1시간 30분 안에 죽어도 다 못 끝낼 것 같은 데다가, 곧 Sydney행만 있는게 아니라 다른 데도 여러 군데가 다 겹쳤나 보다. 어쩌지 하고 다시 동생 있는 쪽으로 돌아가니, 그 새 Virgin 라인은 더 길어져 있었다.

동생한테 여기서 줄 서는거 맞대, 언제가지하고 동생 옆으로 가서 서니 우리보다 더 뒷쪽에 왠 키 큰 남자가 갑자기 저돌적으로 다가와서는 뒤에 긴 줄 안보이냐고, 어디서 새치기 하냐고 막 윽박지른다. ㅜㅜ

우리 아까부터 여기 있었고 일행이라고 해도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 뒤에 가라고 난리쳤는데, 다행히 우리 앞에 서 있던 다른 키 큰 커플이 얘네들 여기 맞다고 아까부터 여기 있었다고 내가 증인이라고! 더 크게 소리 질러 줌. 고맙게 시리.ㅠㅠ

줄이 길어 예민한 건 자기뿐만 아닌데...우리도 똥줄 타 죽겠구만. 암튼 무서웠음.ㅠ

 

그렇게 휴.. 다행이다 하고 있는데 줄이 너무 길어 해결이 안나는지 50분 쯤 남기고 Sydney 가시는 분 옆에 짧은 창구로 가라고 해서 재빨리 움직였다.

근데 Virgin이 줄이 길 수 밖에 없는게 일 처리하는 속도도 느린데다가 일도 제대로 못함.

셋이 동시에 여권을 들이밀었으면 누가봐도 일행인데, 짐 다 부치고 정신이 없어서 나중에 게이트로 가서 비행기 기다리면서 좌석번호를 보니 우리 셋을 여기저기 떨어뜨려놨다.

버젓이 내 건너 옆자리도, 앞에 줄 자리도 비어 있는데! -_-;

게다가 짐 부칠 때도, 캐리어에 매는 바코드표 같은 거 줄줄줄 빼가지고 붙이는 거 그것도 뭘 잘 못 출력을 했는지 한 번 보더니 구겨서 버리고 다시 출력해서 붙임.

하.... 이래가지고 우리 짐 제대로 Sydney로 갈까? 정말 불안했음.ㅜㅜ

 

 

 

어쨌거나 시간내에 무사히 짐을 부치고, 검색대도 통과하고(머리핀 꽂고 있어서 삐~~ 소리 두 번 나서 의심받음.ㅠ) 별로 관심 없는 면세점도 지나서 우리가 갈 9번 게이트로 가니 사람이 제법 있다.

 

 

 

뭔가 공항이 작지만 인천공항 의자랑 비스므리한게 친숙한 느낌이 들었고, 탁트인 뷰가 멋졌다.

푸르디 푸른 날씨도 한 몫을 했고.

동생은 이제 이렇게 푸른 하늘 언제 보겠냐며 아쉬워했다.


호주는 이정도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푸른하늘 볼 수 있는데, 한국은 이제 곧 황사며 미세먼지며..ㄷㄷ

작년에 한국 갔을 때 내내 마스크 끼고 다녔는데...ㅠㅠ 불쌍한 울 동생. 

 

 

 

의자에 앉아서 우리가 탈 것 같은 Virgin 비행기를 구경하고 있노라니 이 공항 정말 골때린다.ㅋ

 

앉아서 날씨 진짜 좋네~ 이러고 밖을 쳐다보고 있으니, 비행기도 떴다 내리고, 헬리콥터도 떴다 내리고, 경비행기 같은 것도 지나가고, 다양하게 뭐가 계속 정신사납게 왔다리 갔다리 한다.

저러다 사고 안나나 몰라..ㄷㄷ

 

 

 

승객들 다 태우고 곧 이륙할 모양이다.

 

Queenstown이 나름 꽤 큰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남섬내에서도 인구가 생각보다 안 많다.

아마 여행객들 때문에 많아보이는 거고 실제 거주 인구는 남섬 세 손가락 안에도 못 들더라는! 의외였다.

하여 따로 기내로 바로 들어가는 게이트가 없고, 비행기에 오를 때 건물 밖으로 나가서 직접 비행기에 오른다.

 

 

 

우리가 탔던 Virgin도 파란 줄따라 밖으로 걸어나가서 땡볕에 줄 서 있다가 계단 올라감.

 

 

 

손님을 다 태운 Air new Zealand 비행기가 이륙하러 가는 중

저거 타고 싶음.ㅠㅠ

 

 

 

이런 고물 Virgin. 내가 앉은 좌석은 뒤로 젖히는 버튼이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

 

Virgin Australia에 탄 즉시 아 여기는 Australia구나 느껴졌다.

벌써 집에 온 것 같은 이 느낌 어쩔거야...-_-)


시차 때문에 3시간쯤이지만 시간상으로는 2시간 밖에 안되는 비행이더라도 눈 좀 붙일까 하고 의자를 뒤로 살짝 젖히려니 읭? 버튼이 없네.

내 살다살다 기내의자 젖히는 버튼 없는 비행기는 처음본다. -_-;;

근데 나만 그런게 아니라 사진에 보이는 발 주인공, 복도 건너 나와 같은 줄에 앉아 있던 사람도 의자 젖히려니 버튼이 없는지 계속 요리조리 살핌.ㅋㅋ


자는 거 포기하고 있노라니 내 옆에 앉은 애가 미국여권 들고 있던데 Sydney 여행가는 모양이다.

갑자기 Sudoku 잔뜩 있는 책을 꺼내서 열심히 풀던데, 옆에 친구로 보이는 애한테 Sudoku 어떻게 푸는 지 열심히 설명해가면서. 어렵다고... 보기엔 별로 안 어려워 보이더만..;;

나도 심심해져서 앞 좌석 뒷 주머니에 보니 Virgin 책자가 있길래 그거 뒤적뒤적하다가 Sudoku를 발견 +_+

제일 어려운 걸 한 방에 풀어버렸...  글고 귀마개하고 눈 좀 붙였다.


여기서도 돌아오는 동안에 음료만 줬는데 난 그냥 물만 주구장창 마셨다.

덕분에 화장실도 이 많은 사람들 사용하는데 딱 2개인지 화장실 줄이 어찌나 길던지.. -_-)

암튼 결론은 Virgin Australia 나빠요~ 최악이예요~ 


그래도 기장이 착륙은 쿵~` 하는 것 없이 아주 부드럽게 잘 내렸다.


이번 여행은 지난해 5월에 한국을 다녀간 후로 첫 해외 나들이였는데, 그 새 Sydney 입국절차 밟는 곳이 많이 간소화 되어 있었다.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1번부터 8번까지 gate가 있어서 밖으로 나갈 때 특별히 검사를 하지 않는 곳은 8번으로 나가고, 중간번호들은 가서 캐리어를 연다거나, 가방 X-ray 검사를 한다거나 그런 용도였는데 이번에 보니 6번까지로 줄었다.


간소화되니 좋긴 하다.

우리 뉴질랜드로 뜰 때도 입국카드 예전엔 썼었는데, 그것도 이제 안하고, 여권이랑 얼굴 대조하는 것도 기계로 다 하고.

많이 좋아졌다 Sydney! ㅎㅎ 

 

그리고 다시 Train을 타고, 집에 오는데 10일이었지만 시원 서늘했던 뉴질랜드에 그 새 몸이 적응이 된 건지, 어찌나 덥던지!

오는 길에 땀 한 바가지 흘렸지만, 집에 도착하고 보니 한국음식이 너무 그리워 저녁으로 짬뽕+밥을 먹었다.


그렇게 우리의 뉴질랜드 10일간의 남섬여행이 끝났다.

 

반응형
반응형

간만에 새벽에 깨지 않고 아침까지 잠을 푹 잤다.

어제 뜬금없이 안쓰던 근육을 쓰는 바람에 아침에 일어나니 온 몸의 근육들이 곡소리를 낸다.

 

원래 자외선에 민감한 몸뚱아리라 햇볕에 조금만 노출되도 두통이 잘 오는데, 아무래도 여행을 하면 햇볕 노출이 많을테니 두통을 달고 다닐 것 같아서 진통제를 잔뜩 들고 왔는데 의외로 여지껏 한 번도 안 먹었다.

그런데 근육통으로 진통제를 먹게 될 줄이야..ㄷㄷ

 

어제 신랑과 동생이 테라스에서 호수 근처 사람들이 오는거 가는거 구경하면서 맥주 마시는 걸 보고 먼저 잤는데 늦게까지 마셨는지 어쨌는지 아침까지 둘 다 뻗어있다.

 

 

 

간밤에 못 일어나서 맑았더래도 별은 못 봤을 거지만,

아침에 신랑이 일어나서 테라스서 찍은 사진을 보니 여전히 먹구름 잔뜩이다.

그 와중에 무지개가 떴네 ^-^)

 

오늘 일정은 Cardrona로 가서 Back country Saddle Expeditions라고 하는 이름도 긴 곳에서 10시에 예약되어 있는 말타기를 하고,  거기서 멀지 않은 이 지역에선 유명한 Cardrona Hotel에서 점심을 백만년 만에 챙겨 먹고 Queenstown에 입성해서 오후에는 Onsen Spa가 예약되어 있다.

 

어제 일로 아침은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으니, 뭘 먹기는 먹어야 할텐데 냄새가 안나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

한국 음식은 아무래도 힘들어서 계란만 프라이를 하고, 식빵을 토스트 하고, 토마토, 햄 넣고 양상추 깔고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떠나기 전에 우리가 사랑한 테라스에서 쥬스 한 잔과 아침을 느긋하게 먹었다.

 

Wanaka에서 Back country saddle expeditions까지는 2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오늘 아침도 느긋하게 9시가 넘어서 나섰다.

 

 

 

아침에 날씨가 별로 안 좋더니만 Cardrona로 향하는 길은 맑기 그지 없다.

 

Wanaka에서 Qweenstown으로 가는 길은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Cardrona Valley를 지나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Wanaka로 진입하기 전 마을 초입에서 싱그럽게 흐르던 Clutha River를 따라 달려 Lake Dunstan을 지나 Cromwell을 거쳐 번지점프로 유명한 Kawarau River를 지나가는 것이다.

 

마음은 두 군데 다 가보고 싶지만 길은 두 군데, 몸뚱인 하나.

오늘 우리가 말을 탈 곳은 Cardrona Valley를 따라 있으므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9시쯤 나왔는데 거리가 생각보다 가까워서 9시 30분까지 오랬는데 더 일찍 Cardrona에 있는 Back country saddle expedition에 도착했다.

 

여기에 대해서 소개를 하자면, 내가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민꽁아빠"님 후기에 등장하는 승마코스인데, 민꽁아빠님 일행이 말타기를 즐겨서 3군데(puponga, Glenorchy, Cardrona) 모두 경험한 평가를 바탕으로 가격대비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추천하신 곳이다. 다른 것보다 말들이 훈련이 잘 되어 있다는 점에서 선택을 했다.

(민꽁아빠님 블로그 액티비티관련 참고글: https://blog.naver.com/xg852/220931468565)

 

Bookme.co.nz를 통해서 일찍 예약을 하면 아침 10시 Special 가격을 3자리까지 $75에 예약할 수 있고, 라이딩 시간은 10시와 1시반이다. 홈페이지를 통해서 하면 $90불이다. 어린이는 무조건 $75. 총 2시간 코스.

 

 

승마가 다 끝난 후에 챙겼던 명함이다. 다음에 또 가야지!

 

혹시나 하고 구글에도 검색을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후기 별점이 5점 만점에 무려 전부 5점이며 모두가 칭찬 일색이다. 직접 홈페이지를 둘러보고 싶다면 이리로: http://www.backcountrysaddles.co.nz/

 

신랑은 말을 타본 적이 없어서 이 날 무척이나 기대를 했고, 나는 제주도에서 말 탔다가 조련사가 내려주길 기다리는 사이 말이 지맘대로 마구간(!)까지 나를 태우고 말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바람에 말타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약간 있는데 훈련이 잘 되어 있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그 트라우마를 떨치고 싶었다.

동생 것도 예약을 했는데 동생은 선천적으로 허리가 좋지 않은데다, 발목까지 좋지 않은 상황이라 예약할 때 말 탄다 몸무게 필요하다하니 다 알려줘놓고 막상 당일날 아침부터 안하겠다고해서 결국 우리 둘만 했다.-_-)

 

 

사진출처: https://www.google.com/maps/place/Backcountry+Saddle+Expeditions+Ltd/@-44.867957,169.015876,3a,75y,90t/data=!3m8!1e2!3m6!1sAF1QipNNPw9_1Ctx23hOpwZjfncARuzbRVMtPchS9Mr5!2e10!3e12!6shttps:%2F%2Flh5.googleusercontent.com%2Fp%2FAF1QipNNPw9_1Ctx23hOpwZjfncARuzbRVMtPchS9Mr5%3Dw188-h106-k-no!7i3264!8i1836!4m11!1m5!8m4!1e1!2s105006611004056048364!3m1!1e1!3m4!1s0xa82b2570a742a049:0x97253b1f23bc939c!8m2!3d-44.867957!4d169.015876?hl=en-AU

 

10년도 훨씬 더 지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시멘트로 지어진 마굿간에 말들이 즐비하고, 말들은 건초를 먹고 있으며, 조련사가 한 마리씩 꺼내오면 우리는 땡볕에서 말을 인계받아 타고 맨 앞의 말을 조련사가 잡고 걸어가면서 설명도 좀 하고 하겠지? 라는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소나무가 울창한 그늘 아래 목조식 건물이 하나 있고 전체적으로 어디 미국 영화에서나 볼 법한 그런 분위기에 밖에는 말을 묶어둘 수 있는 나무 기둥들이 있고 거기에 여러 마리 말들이 손님 픽업하러(?) 대기중이다.

차를 목조 건물 근처 아무데나 주차하고 내리니 붙임성 좋은 달마시안 멍멍이 한 마리가 마중을 나왔다.

 

옛날에는 말들이 참 크게 느껴졌는데 여기 말들은... 내가 더 커진건가? 아님 말 종류가 다른건가?

생각보다 말들이 작고 배는 엄청 빵빵한 것이 금새라도 뱃 속에서 망아지 한 마리를 해산할 것 같으며, 다리도 생각보다 가늘고 약해보였다. 속으로 아이고... 나 태우고 가다가 쓰러지는거 아닐까.. 염려될 정도로 -_-)

 

나중에 승마 다 하고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Cardrona 지역 말들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말들로, 이 지역 특유의 지형(Valley)에 특화된 말들이란다. 아마도 그래서 배가 빵빵하고 다리는 가늘고 말치곤 다리도 짧아보였는지도? 

 

목조 건물은 나름 2층 계단이 있는데 올라가니 진짜 영화 소품같은, 승마관련 장비들이 즐비하게 놓여져있다.

한 쪽은 헬멧을 맞춰 쓰고 썬크림을 바르며 승마준비를 하는 곳이고, 다른 쪽은 사무실인데 대기하는 사람들이 앉을 수 있게 소파도 있고 타는 사람들 신상(!)을 적을 수 있게 책상도 있고, 일종의 사무실이다.

보통 예약을 한 사람이 승마에 참여할 동행자들 이름까지 다 적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면 한 구석에 썬크림이 무려 4갠가 5개가 있다.

 

이미 Mt Cook에서 땡볕에 한 번 크게 데인 우리는, 갖고 간 썬크림으로 얼굴 팔 목에 떡칠을 1차로 하고 거기 있는 걸로 또 한 번 더 덧발랐다. 제일 먼저와서 준비를 마친 뒤 대기를 타고 있으니 10시에 예약한 다른 사람들도 속속 도착했다.

 

부부와 초딩들로 보이는 자녀 2명 가족을 먼저 채비시킨 후 떠나보내고, 우리 그룹은 우리 부부와 혼자 오신 여자분과 다른 부부 그리고 또 한 커플, 7명이다.

 

신상을 다 적고 밖으로 나오니 나이 좀 있어 보이지만 왠지 말 타고 들판을 잘 누비게 생긴 여자분이 안장을 씌운 말들을 한 마리씩 끌고 와서 말 이름을 얘기해주면서 목줄을 건네주며 잡으라고 한다.

그리고 목 언저리를 토닥토닥 하거나 쓸어주며 인사를 하고 친해지란다.

 

 

 

Back country Seddle Expedition에서 가장 빠른 말 중 하나인 Calusa와 함께

 

내게 주어진 말은 Calusa, 갈색에 흰색이 섞인 말인데 눈도 크고 이쁘게 생긴 말이다. ♡_♡

신랑한테는 Arizona라는 말이 주어졌는데 흰색 바탕에 검은색인지 회색인지 점박이다.

Arizona가 Calusa의 아버지란다.

그리고 내 뒤에 따라왔던 말 이름을 까먹었는데, Calusa의 sister란다. Christina 던가?? ㅡㅡa

말 한 가족이 오늘 다 일하러 왔다고 그랬는데 엄마는 어딨냐니까 엄마는 오늘 쉰단다. 저 멀리 말들 무리 속에서.

 

여기는 따로 마굿간이 있는게 아니라 커다란 나무 밑에 어느 정도 공간을 두고 울타리를 쳐놨는데, 냇물도 졸졸 흐르는 곳에 말들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있었다! 

 

말을 한 마리씩 다 건네주고 나면 차례대로 말 목줄대신 갈기를 물리고 승객(?)들을 태운 뒤 다리 길이에 맞게그.. 발 딛는 부분(승마엔 문외한이라 정확한 이름을 모르겠...) 길이를 조절해주고, 갈기에 연결된 고삐를 쥐어 주면서 어떻게 말을 컨트롤 하는 지 설명을 해준다.

 

일단 발의 위치는 안장에 앉아서 디디는 부분을 항상 발 앞쪽만 디뎌서 발뒷꿈치가 말 배에 닿지 않도록 하란다.

발 뒷꿈치가 말 배에 닿으면 말이 빨리 가라는 줄 안다고.

그래서 빨리 가고 싶으면 발 뒷꿈치로 말 배를 툭툭 치면 된다.

그리고 안장에 손잡이 같은 것도 있는데 만약 말이 풀 먹으려 하거든 거기다 고삐줄을 두어바퀴 감아두란다.

그러면 고개 숙여지지가 않아서 못 먹는다고.

 

방향 조절은 갈기 물린 줄을 잡고 오른쪽으로 가고 싶으면 오른쪽으로 당기고 왼쪽으로 가고 싶으면 왼쪽을 당기고. 서고 싶으면 줄을 내 몸쪽으로 땡기고 주행 시(!)엔 느슨하게 해주란다.

 

그리고 기본적인 주행 자세는 그 끈을 아이스크림 잡은 것처럼 잡으라던데~ 난 워낙 겁이 많아서 한 손으로 그 줄을 움켜 잡고 나머지 손은 거의 안장에 손잡이를 떨어질까봐 달리는 내내 죽어라 잡고 다녔다;;  

 

 

 

옆 농장에 사는 멍멍이가 마실 나와서 우리가 가는 곳마다 쫒아다녔다.

 

오늘 우리를 데리고 2시간 동안 라이딩 할 가이드 이름은 "Rosie"이다.

Rosie가 말에 훌쩍 올라타고 드디어 출발을 했는데, 한국에서처럼 조련사가 맨 앞에 가고 우리는 졸졸졸 따라 가겠지? 상상한대로 처음에는 Rosie뒤를 졸졸졸 따라갔다.

(난 아무 짓도 안했건만 말들이 알아서 따라 간다... -_- )

 

시작부터 말들이 벼랑길 같은 데를 걸어가는데, 왜 넓은 길을 놔두고 떨어질까 겁나게시리 길의 맨 왼쪽, 벼랑 끝을 따라 걸어가는 건지! 

벼랑길이 끝나자 Rosie가 앞서가다 말고 옆으로 비켜서서 말 위에서 설명을 해주는데 말들은 길이 있으면 그 길의 가장 왼쪽 구석으로 걷는 경향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안 떨어진다고.ㅋ 길의 어디가 안전한 지 이래뵈도 잘 안단다.

떨어질까 무서웠던 사람이 나뿐은 아닌가 보다.-_-;;

 

가면서 Rosie가 Cardrona Valley에 관련한 역사 그런 것도 얘기해주고, Back Country Saddle Expedition의 역사에 대해서도 얘기해주고 Rosie 자신에 대한 이런저런 것들, 경험 뭐 그런 얘기와 손님에 대한 얘기도(기억나는게 두 커플이 말타다가 청혼을 했다는!) 다양하게 얘기를 해주면서 우리가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첨에 막 위태위태한 길 걷다가 평지가 나오면 우리는 우리끼리 줄지어 졸졸졸 따라가며 걷고 Rosie는 옆에서 제법 다그닥 다그닥(?) 달리면서 우리가 잘 가는지 계속 체크한다. 나처럼 다리가 짧은 사람은 다리 괜찮냐고 체크도 하고. ^^

 

참고로 다리 짧은 사람들은 무릎 관절 옆쪽이 아프면 무리하지 말고 승마를 멈춰야 관절을 안다친다고 한다.

난 초반에 한 20분간은 옆보다 앞쪽이 아팠고, 발 디디는 건 자꾸 발에서 빠지려고 하고... ㅠㅠ 

중간에 한 번 내가 무릎 앞쪽이 아프다니 Rosie가 안장 점검을 했는데 더 짧게 줄일 수가 없단다.ㅋㅋㅋㅋㅋㅋ (하아.. 저주받은 몸뚱이 같으니.ㅠ)

 

나 빼고 다들 문제 없는 지 잘가는데 분위기 망치기 싫어서 무릎이 아팠지만 꾹 참고 발만 안 빠지게 초반에 한 10분 되게 용을 썼다. 

이미 점검했던거라 멈춘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고 다리는 짧아서 자꾸 발이 빠지려 하고 총체적 난국이었는데, 그 와중에 Rosie는 신나는지 '유후~' 소리지르며 자 달려보자 하고 뛰기 시작하니까 우리를 태운 말들도 덩달아 뛰었다. 한 마리가 뛰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뜀;;

말이 달릴 때는 일어섰다 앉았다 하면서 말이 달리는 리듬에 맞춰서 헛둘 헛둘(one two, one two) 하면서 Rosie가 옆에서 같이 달리면서 시범을 보여준다. 그래야 엉덩이도 허리도 안아프다며.  

앉았다 섰다 하면서 발 위치 조정을 몇 번 하니까 나중에는 제자리를 찾아갔는지 괜찮아졌다.

 

신랑은 서양인이라 그런가 제법 헬멧 씌우고 말 위에 올라타니 뽀대가 났는데 빨리 달릴 때 쓰라고 말 엉덩이 떄릴 때 쓰는 지팡이 같은 걸 줬다.(난 안줌.ㅠ)

 

우리 그룹 중에 맨 앞에 탄 사람은 발 뒷꿈치가 말 배에 닿지 않게 해야 되는데 그게 힘든지 자꾸 말 배를 차서 저 멀리 앞서가고, 그 뒤에 부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남편이 빨리가니 덩달아 따라갔다.

저 만치 앞서가는 부부를 바짝 따라 가지 못하고 신랑이 탄 Arizona가 자꾸 간격이 넓어지며 뒤처지자 Rosie가 막대기 준 거 그거 사용하라고 했다.

신랑은 파리도 때려잡는 걸 싫어해서 생포해서 날려보내주는 사람이라 지팡이로 Arizona 궁뎅이를 살짝 탁탁 치니까 사용은 Arizona한테 했는데, 내가 탄 말 Calusa가 눈치까고 탁탁 소리가 나면 '엇! 달리는 타이밍~' 하면서 덩달아 신나게 달려서 왜 훈련이 잘 됐다는 지 알겠더라는! (훈련인가 세뇌인가!!)

 

마의 20분~30분쯤이 지나면 꽤 적응이 되서 그때부턴 탈만해져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라이딩 하다보면 땅바닥에 유달리 여기저기 구멍들이 많은데 야생토끼들의 짓이다.

그래서인지 토끼가 죽어서 해골이 된 잔해도 볼 수 있다.

 

Rosie 왈~ 뉴질랜드에는 야생 토끼가 많은데 자꾸 땅을 파헤쳐서 골칫거리인 반면 천적이 따로 없어서 가끔씩 야생토끼들을 총으로 잡아서 토끼 숫자를 조절한단다. 혹시 잔해를 보게 된다면 자기가 게을러서 잡아 놓고 사체수거 덜해서 그런거니 이해하라며;;;

실제로 2구인가 봤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게 생겼...-_-;;

 

라이딩 하면서 야생 토끼들이 막 뛰어다니는 걸 볼 수도 있지만, 옆집 멍멍이가 우리 따라다니다가 토끼 발견하고선 잡으려고 그러는지 왈왈왈~` 거리면서 뒤쫒는데 와~~ 토끼 진심 빠름! ㄷㄷ 결국 안 잡혔다.

 

요 며칠 계속 비가 와서 그런가 맛없게 생긴 버섯들도 자라 있고, 야생화들도 피어 있고, 바람도 솔솔 불고...

바람 맞으며 달리는 구간에서 달리기까지 하면 오~ 이 재미에 말을 타는구나 싶다! +_+

 

평지를 걷다가 달리다가 제법 경사진 오르막길도 올라간다.

말들이 힘든지 막 푸르르~ 푸르르~ 거리기도 하고 오르막길 오르느라 힘들어서 빵빵한 배에 힘주다 보니 복압이 높아지는 지 가다가 길에 똥도 막 푸드드득~ 거리며 리얼 사운드로 싸고.ㅋ

오르막길은 아무래도 올라가는 속도가 더디다 보니 보통 앞 말 꽁무니를 졸졸졸 따라가게 된다.

덕분에 똥 싸는 것도 아주 가까이서 보게 되는데 그리 적나라한 경험은 처음이다. -_-)...

 

말들이 오르막길 올라갈 땐 Rosie가 말 목에 손 얹어 쓰다듬으면서 칭찬을 해주란다. 힘내게!

그래서 난 Calusa한테 수시로 폭풍 칭찬해줌. 무거운 나를 태우고 다니는 것도 모자라 올라가느라 니가 고생이 많다.ㅠㅠ 하고. 말한테 너무 미안했다. 크흑..ㅠ

 

 

 

내 뒷쪽에 따라오던 사람들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Rosie

 

제법 오르막길을 오르고 나면 이런 언덕에서 Rosie가 각자 가지고 온 사진기나 폰으로 사진을 찍어준다.

날씨는 다행히 덥지도 춥지도 않았다. 해도 구름 사이로 나왔다가 들어갔다가.

바람도 솔솔 불어주고. 오늘 날씨 최고임!! 乃

 

 

 

우리 부부도 사진을 찍었는데, 신랑이 탄 Arizona는 멈춰서기만 하면 눈을 감는다.

 

남들은 다정하게 붙어서 사진을 찍는 것 같은데, 우리 부부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세우길래, 우리도 가까이 찍고 싶다고 했더니 Rosie 말이 Arizona가 딸인 Calusa를 자꾸 못살게 군단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좀 멀찌감치 세워놨다는거다.

 

 

 

말타트라 신난 신랑과 멈췄다 하면 졸기 시작하는 Arizona.

눈 좀 떠! Arizona!! Rosie가 아무리 깨워봐도 소용없다. 수면부족인가..-_-)

 

 

 

 

Calusa는 똑똑하기 그지 없다. 영리하게 생겼는데 위에서 보면 더 멋짐!  ♡_♡

암컷이라는 말을 들어서 뭔가 얌전하고 순진하고 앞머리(?)도 예뻐보이는 Calusa.

 

 

 

우리 저기까지 가는거야?

어머나 어머나~` Arizona의 매끈한 뒷태가 멋지다 *^^*

 

사진들을 다 찍고 나서 다시 이동을 하려는데 Arizona가 졸다가 깬 건지, 가기 싫어서 심통이 난 건지 Rosie가 걱정했던 대로 Calusa가 Arizona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Arizona가 갑자기 Calusa를 물려고 달려드는 거다. 허걱!

한두 번 겪은 게 아닌지 Calusa가 재빨리 피해서 물리진 않았지만 갑자기 Arizona가 껑충거리며 물려고 해서 신랑도 나도 놀램.ㅠ

 

 

신랑 왈~ 같이 마실 나온 다른 말들한테 작업 걸고 싶은데 딸이 뒤에 졸졸 따라와서 거슬려서 화풀이 하는 거라며.ㅋㅋㅋ

왜 엄한 딸한테 못살게 구는 지 원. 그 부녀의 속사정은 우리가 알 길이 없다.-_-

 

 

 

저 멀리 파란 지붕이 우릴 따라 다니던, 자유로운 영혼 멍멍이의 주인이 사는 곳이다.

이 넓은 데를 헥헥헥 거리면서 누비는 중간중간 라이딩하는 우리를 계속 따라 다님.

 

가다보면 들판에 빨갛고 새까만 열매들이 많이 보이는데 종류가 여러가지 되는 것 같아서 어떤 걸 말하는 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목적이 있어서 일부러 심었겠다는 느낌이 드는 열매들이 있다.

그 열매가 레몬보다 3배나 비타민 C가 많아서 중국에서 들여와 키우는 거란다.

 

 

 

시냇물에서 물을 마신 후 언덕을 올라가는 길

 Arizona는 물을 안 마셔서 먼저 올라가서 기다리던 신랑이 사진을 찍었다.

 

매마른 들판도, 토끼굴이 보이는 길도, 언덕도, 가다 보면 비가 왔는지 땅이 질어서 진흙투성이인 곳도 지나가고 막 가시가 송송 나 있는 나무들 사이도 긁히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지나가기도 하며(그럴 땐 약간 돌아가게 고삐로 조정을 해주면 좋다. 나를 위해서! 말은 신경도 안씀 -_-) 위에 사진처럼 냇물도 건너서 지나간다.

냇물을 지나갈 땐 말들이 물을 먹게 해주라고 한다.

 

하긴 무거운 몸뚱아리 태우고 2시간을 가는데 물이라도 좀 마셔야지.ㅠ

Rosie가 물은 말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먹이라고 하는데 충분히 마시고 나면 알아서 움직인단다. 

고삐 끈을 느슨하게 해주었더니 쭈웁~ 쭈웁~ 이러고 한참을 마신다.

간혹 말 중에는 좀 더 깨끗한 물 마시려고 더 위로 냇물따라 올라가는 경우도 있단다. 똘똘한 것들!

지나가는 곳은 아무래도 앞에 말들이 첨벙첨벙해서 흙탕물일테니. 

 

신기한 건 냇물을 두 군데인가 세 군데 지나가는데 한 번 물을 마셨던 말은 다음 번엔 안 마셨다.

한 번에 자기가 원하는 양을 양껏 마시고 다음 번엔 봐도 그냥 지나감.

말마다 원하는 냇물이 다른 건지, 첨에 안 마시던 말이 나중엔 마시기도 하고, 첨부터 마시고 나중엔 안 마시는 말도 있고.   

 

 

 

내 덩치에 비해 말이 작아 보인다. 미안해 Calusa! ㅠㅠ

 

라이딩 루트가 겹치지는 않는데 돌아갈 때쯤이면 말들이 배가 고픈지 그 빨갛고 까만 열매들을 먹으려고 한다.

그럴 때 내버려두지 말고 고삐를 당겨서 안장에 줄을 묶어둬야 못 먹는다.

신랑말 Arizona는 수시로 열매를 먹으려고 했는데, 마음 약한 울 신랑은 Arizona가 하는대로 내버려둬서 자꾸 앞에 사람들하고 거리가 멀어지자 Rosie가 고삐를 당겨 못 먹도록 하란다. 

사람 태우고 다니느라 고생하는 건 알겠지만, 말들이 지금은 일을 하는 중이고, 보상은 돌아가면 바로 충분히 주니까 미안해하지 말고 지금은 일을 하도록 하라는 거다.

 

Calusa도 세 번 정도 열매나 풀을 먹으려고 시도했는데 내가 저지를 시켰...! 난 냉정함.ㅋ

 

돌아가는 길은 아무래도 언덕까지 올라갔으니 내려가는 길도 있다.

길을 내려갈 때는 밸런스 맞추기 위해서(중심잡기 위해서) 몸을 뒤로 젖히란다.

그래야 떨어질 염려도 줄테고.

 

그 일대를 한 바퀴 돌아서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면 왼쪽엔 커다란 아름드리 나무가 있고 그 아래에 유유자적 서 있는 말들이 보이고, 소나무가 울창한 목조 건물 앞에 도착하면 베테랑 아주머니와 다른 가이드들이 말 먹이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 

 

Rosie가 말한 그 보상이라는 것이 말구유에 건초를 잔득 담아두면 오손도손(?) 서서 먹이를 먹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았는데 천만에.

각자의 머리에다가 건초를 담은 긴 주머니를 걸쳐주면 그 상태로 서서 먹는거다. -_-;;

Feedbag이라 불리는 건데 처음 봄. 개 신기했슴. 근데 사진을 또 안찍은...

 

말구유에 소한테 짚 주듯이 건초를 풀어헤쳐 놓고 같이 먹으라고 했으면 아마 Arizona가 Calusa를 제대로 깨물고, 많이 먹는 말, 적게 먹는 말 등 말이 많이 나오고 말이 많을 것 같은 것이... 일한 보상을 공평하게 못 받을 것 같긴 하다.


Feedbag이 입을 거의 가리기 때문에 깨물릴 일도 없고 7마리 말이 모두 손님들이 내리자마자 공평하게 주어진 것을 오롯이 먹는데 집중할 수 있고 말이다.

 

 

 

라이딩을 즐겁게 마친 신랑과 Rosie 기념사진을!

너무 즐거웠다며 신랑도 고마워하고, Rosie도 흡족해 모두에게 웃음꽃이 폈다. ^_______^*

 

우리 그룹이 7명이라 말들이 물 마시는 시간도 있고 해서 우리는 최종적으로 2시간 15분 정도 탔는데, 워낙 잼나게 라이딩해서 돌아가자니 아쉬웠다. 첨에 무릎 아파 죽겠던 것도 까먹고.ㅎㅎ

 

동생은 안그래도 안 좋은 허리 2시간 탄다고 하니 허리 나갈까봐 안타서 $75씩 3명분인 $225을 내고 2명만 탔는데도 불구하고 동생이 못 타서 날리게 된 그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정말 만족스러웠다.

나도 별점 5개 만점 중에 10개 주고 싶었음!

 

라이딩 끝나고 말에서 내릴 때 다리가 뻐근한 것이 좀 저릿저릿한 건 있었지만 한 5분쯤 있으니 금새 좋아졌다.

오늘 같이 라이딩한 사람들 전부가 Rosie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가기 위해 차로 돌아오니, 동생은 오늘도 소나무 그늘 아래 차 안에서 팔자좋게 의자 젖히고 누워서 폰으로 인터넷 삼매경이다.   

 

떠나올 때 쯤 보니 Back country saddle 소유 트럭 짐칸에 우리랑 같이 뛰어다니던 멍멍이가 그 베테랑 아주머니한테 잡혀가지고 꼼짝마라고 목줄 채워져 있었다. 얘는 여기 있으면 안되는 애라 돌려 보낼거라며. 

 

정말 재밌었다 고마웠다 언젠가 또 보자 인사하고 다음 목적지인 Cardrona Hotel로 갔다.

 

 

 

Cardrona Hotel은 솔직히 크게 끌리지는 않았던 곳이었지만, 뉴질랜드 루트카페 카페지기님이 루트짤 때 들를 곳으로 추천 자주하시는 것 같아서 지나가는 김에 우리도 가보자, 뭐 추천하신 이유가 있겠지 하고 백만년만에 점심을 챙겨먹기위해 들렀다.

 

사진으로 본 Cardrona Hotel의 첫인상은 '아니 무슨, 이 건물은 골판지로 애들 놀이용집을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무려 "Hotel"인 것이여?' 였다.  

왠지 Hotel이라고 하면 건물이 웅장까진 아니더라도 크고 높고, 좀 뽀대도 나야할 것 같고 그런데 1층에다가 골판지 무늬에 다가... -_-) 건물이 작고 허름해 보이는 것이...

앞에 주차되어 있는 차는 빈티지나고 클래식한게 인정이다만.

 

 

 

 

연두색 건물 옆 오른쪽이 Cardrona Hotel이고 도로 왼쪽 편은 다 주차장이다.

 

옆에 있는 건물들도 죄다 같은 처지다. 다 골판지 임...;;

무슨 미니어쳐 마을 그런 곳에 온 것 같은 느낌? 장난감집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점심을 먹기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섰는데...!

 

.

.

!!!!!!!!!!!!!!!!!!

 

 

 

한 발짝 들어서면 입구에 어메이징한 가구들이 놓여있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_@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란 말을 아시는가?

아니 어쩜 겉과는 다르게 속은 이렇게나 고급질 수가 있는지! 소파에 광나는 것을 보시라!

 

진짜 머릿 속에서 쿵 소리가 났다. 심장도 아니고 머릿 속에서!!

겉만 보고 판단한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뉴질랜드는 편협하게 생각하는 나를, 함부로 판단하는 나를, 참 여러모로 부끄럽게 만들고 반성하게 한다.

크흑..ㅠ

 

 

 

추운 날씨도 아니건만, 멋을 아는 집주인(?)이 벽난로에 불도 지펴놨다. 이 대낮에!!

 

소파가 아주 그냥 반들반들 원래 고급진 건지, 시간의 때가 묻어서 더 광나 보이는 건지.

저렇게 클래식하고, 비싸보이고, 고급진 소파는 첨 봤다. 진심, 레알!! 한두 개도 아니고 여러 개!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시대 유럽 어디 귀족집 응접실에 서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분위기가 있다.

 

 

 

반대쪽도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피아노와 반지르르한 소파들이 있다.

 

입구에서 들어서면 안 쪽에는 과거에는 있었을 법한 문들을 터 버려서 나름 넓은 공간이 있는데 오른쪽으로 가면 음식과 음료, 술 같은 것을 주문하는 카운터가 있다.

 

아침에 샌드위치를 먹었고, 아침먹은 지 3시간 정도 지난 시점이라 배가 많이 고프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 분위기 좋은 곳에서 오래간만에 점심을 먹어보자고 음식 주문을 했다.

 

어느 분 후기에서 보니 해산물 모듬요리와 버거와 피쉬엔 칩스였던가..ㅡㅡa

한 가득 주문 한 걸 보고 똑같이 시키려고 했는데 신랑과 둘이서 암만 눈비비고 찾아봐도 예상했던 메뉴를 못찾겠는거다. ㅜㅜ

사람들은 자꾸 우리 뒤에 줄을 서고, 얼른 정해서 주문을 해야 되는데!!

 

그래서 급한대로 그나마 발견한 해산물 모듬요리와 호박매니아인 신랑은 '오늘의 스프'인 호박스프를 먹겠단다.

음료는 동생이 사랑한 Ginger beer와 드디어 발견한!! 뉴질랜드산 맥주 인기순위 1위 Speights, 그리고 무난한 Lemonade.

간 밤에 신나게 Tui를 마셨는 지 둘 다 술은 별로라고 해서 줄 곧 Speights 맛이 궁금했던 내가 맥주를 마시기로 하고.. 흐흐흐 (결론은 Cardrona Gold Lager가 더 낫다.ㅠ 뉴질랜드를 떠날 때 싸오고 싶을 만큼!)

 

음식 주문하는 사이 동생은 자리를 맡으러 뒷뜰로 갔다.

이미 호텔 내부에서 충격을 먹었던 터라 이 호텔에 대해서 언급한 말 중에 '뒷뜰로 나가면 넓고 좋습니다' 이 말이 떠올라서 얼마나 좋을까 두근두근 기대를 하면서 뒷뜰로 가니...!

 

 

헐?????????

 

 

 

여기를 방문한 사람들이 얼마나 질문을 많이 했으면 뒷뜰에 자주 묻는 질문과 답을 따로 적어 모셔놨다.

 

진짜 입이 떡 벌어졌다. 아직 겨울도 아닌데!

야외에 돌로 만들어진 난로라니! 그것도 대형으로!! 불도 지펴진 채로!!!

(실제로 보면 정말 멋짐!! 乃乃)

 

캬.... 진짜 이 호텔 주인이 누구인지 정말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이건 완전 내 로망인데! 어쩜 이렇게 제대로 취향저격이신지. 허허허

주인님이 누구니~? 어떻게 이렇게 잘 꾸미셨니~?(feat. JYP) 직원 붙들고 물어보고 싶었을 정도로.

 

 

자, 잠시 호텔 뒷뜰 전경 구경을 해 봅시다. 따라오세요~

 

 

뒷뜰에서 처음 만나는 대형 돌난로.

옆에 루지타러 올라갈 때 쓰는 리프트 같은 것도 있다. 저건 좀 오잉 뭐지?스러움.

 

 

 

뒷뜰로 나오면 바로 오른쪽. 작지만 놀이 공간이 있다.

중간에 푸른 주머니 같은 건 Bean bag이다 기대어 앉으면 완전 편함 +_+

 

 

 

뒷뜰로 오른쪽 대각선 방향에 서서 호텔 건물을 마주보고 찍었다. 

파란 파라솔 아래 나무로 된 식탁+의자들이 있다. 

양달과 응달을 선호하는 이들 모두를 고려한 이 섬세한 손길 캬~` 

 

 

 

뒷뜰로 나와서 맨 왼쪽. 호텔입구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 숙박하는 곳인 모양이다.

 그 위에는 얼마나 관리가 잘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실한 포도가 익어서 주렁주렁 달려있다.

 

 

 

포도 덩쿨 아래에 있는 자그마한 꽃가든에 꽃들이 탐스럽게 펴 있다.

사진의 왼쪽이 호텔내 실제 숙박 건물.

 

 

 

녹음으로 둘러싸인 뒷뜰의 왼편에 자리잡고 앉은 신랑과 동생.

 

 

 

뒷뜰 맨 끝에서 호텔쪽으로 바라보면서 찍은 전체 전경이다.

우뚝 솟은 나무 아래 돌로 만들어진 난로가 보이고 그 주위로 질서정연하게 놓인 나무 탁자들이 있다.

 

뒷뜰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호텔 밖에서 쳐다보는 것과 천지 차이다.

잔디도 어찌나 파릇파릇하고 깨끗하고 싱싱(?)하고 단정(!)한지.

 

멋진 전경 계속 구경하고 싶어서 여기 저기 널브러져 있는 Bean bag중 하나를 챙겨 들고 뜰의 맨 뒷쪽에 있는 나무 밑에 털썩 주저 앉았다.

Bean bag에 눕다시피 기대어 있으면 참 편하다. 일어설 때 잡을 데가 없어서 그렇지.-_-;

너무도 깔끔한 뒷뜰 전경에 감탄사 연발하며 Bean Bag에 기대 앉아서 있으니 신랑이 손짓한다. 음식 나왔어~` 

 

 

 

우리가 주문한 Seafood flatter와 Pumpkin soup.

 

호박스프만 덜렁 나오나 했더니, 역시나 센스 만점 호텔답게 빵도 같이 나왔다.

저 빵 호박스프에 찍어 먹으면 맛있슴!

 

그리고 해산물 모듬은 오징어 링과, 새우꼬치, 초록홍합, 빵, 생선튀김, 스프링롤 같은거랑 중간에 길게 삐죽 나온건 튀김옷이 대부분이고 안에 새우가 들어있다.

보기엔 양이 많아 보이지만 혼자서도 다 먹을 수 있슴. 전부 2개씩. 급하게 시켰는데 2인용인가 보다;;

각각의 가격은 영수증에 표기가 안되어 있어 기억은 안나고, 우리가 시킨 음식 총 가격은 $76이다.

 

 

 

뒷뜰을 나가는 길에 보니, 자주 묻는 질문 판때기 뒷쪽에는 여러 나라말로 헤어질 때 쓰는 인사말이 있다.

중국어도, 일본어도 있는데... 한국어는 없슴. ㅜㅜ

 

Cardrona Hotel은 진짜 이번 뉴질랜드 여행 중에 가장 잘 꾸며진 장소였다.

이렇게 잘 꾸며진 호텔의 숙박시설은 어떨까? 문득 궁금해졌는데 다음에는 꼭 여기서 1박을 해보리라~.

 

떠나기 싫었지만 오후에 Onsen Spa를 4시 반에 예약해둬서 우린 또 길을 떠나야 한다.

그렇게 2연타로 마음에 쏙 들었던 Cardrona 지역을 아쉬운 마음으로 떠나 드디어 많은 이들이 그토록 격찬하고 가고 싶어하는 장소인 Queenstown으로! 두근두근~

 

 

그러나 그 전에 우리는 악명높은(!) Cardrona Valley를 무사히 지나가야 한다. 

Cardrona Valley를 지나 Queenstown 가는 길이 위험하다는 글을 후기서 종종봐서 미리 동생한테 조심하라 언질을 해뒀다.

 

 

 

가는 길이 어째 점점 지대가 높아지는 가 싶더니 점점 더 산쪽으로 가는 것 같다.

 

 

 

한국에서 강원도 어디 ~재 나 ~령, 경상북도로 치면 아주 옛날에 감포가는 길이 떠오르는 길이다.

 

지대가 높은 곳에서 꼬불꼬불하고 한 쪽은 낭떠러지 같은 길을 달리다가 Arrow junction에 가까워지자 갑자기 길이 막 지그재그로 아주 각도도 신랄하게 꺾어주시면서 내려간다.(아래 지도참고)

 

 

 

 

위에 전체적인 지도를 미리 보고 간 게 아니라서 도로가 저렇게 막 저학년 초딩들이 미술시간에 선긋기 연습하는 것 마냥 막 그어 놓은 선 같을 줄은 몰랐다;; 다시 보니 삐쭉삐쭉한게 악몽의 Clay Cliffs 같기도 하고! ㄷㄷ 

이제 막 가을 초입이고 비가 안왔기에 망정이지 겨울에 눈이라도 온다치면 여기 정말 미끄럽고 위험하겠다 싶었다.

정말 안.전.운.전 해야 할 곳 중에 하나이다.

 

동생은 감포 가는 길이 새로이 길이 뚫리기 전에 그 꼬불꼬불한 길을 운전해서 다녀오곤 해서 그런가 다 내려와서는 별거 아니네~ 시크하게 한 마디 던졌다. 

 

 

 

이제 가을이고, 우리는 Valley를 지나온 터라 흙 때문이건, 풀들이 단풍들어서 누래졌건 간에 매말라 보이던 풍경들이 한참 이어지다가 Queenstown에 도착하기 전에 있는 Arrow town에 가까워지면 갑자기 녹음이 짙게 깔린다.

 

그리고 우리는 Arrow town을 가볍게 지나쳐서 Queenstown으로 바로 들어왔다.

Arrow town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마을인데, 너무 마을 전체가 상점들로만 가득해서 별로였다는 평이 많아서 나도 이때 별로겠지 싶어 바로 숙소로 향했다.

 

 

 

 

오늘 우리가 묵을 숙소는 Queenstown Lakeview Holiday park.

 

위치는 Skyline 가는 길 바로 코앞에 왼쪽에 있다.

Skyline 곤돌라 타는 곳 바로 왼쪽에는 사실 공동묘지(!)가 있는데 무섭고 그렇진 않았고, 그 공동묘지에 인접해서 호수쪽으로 Holiday park 지역이 넓게 있다.

우리가 묵은 빌딩은 Skyline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다.

앞문으로 나와서 찍은 사진인데 위와 같이 생겼고, 건물 중간에 부엌이 있다.

 

과거에 이 건물을 지었을 때에는 Lake Wakatipu가 보였는지는 모르겠다만, 지금은 암만 까치발하고 내려다봐도 호수가 안보인다. Queenstown Lake"direction" Holiday park라고 개명해야될 판..ㅡㅡ^

 

 

 

 

방 안은 정말 심플하다. 2인용 침대, 2층 침대, 탁자와 문 입구에 소형 냉장고와 선반에 간단한 식기가 있다.

원래는 숙소로 안 쓰였던 건물인 건지, 방안에 손잡이 달린 문이 떡하니 오른쪽에 붙어 있는데, 안열린다.

방출입문은 두 군데인데, 열쇠로 잠그고 여는 곳은 뒷쪽에 있고, 주차도 그 바로 앞에 할 수 있다. 

사진에 보이는 문을 열고 나가면 일종의 테라스 개념인데 1층이라서... 앞에 작은 탁자와 의자도 2개 있다.

(천정이 없어서 비오면 젖는 건 함정)

 

방안은 호텔 같다. 2층 침대가 있는 것만 빼면.

이번 Holiday park는 꽤 여러가지 제약이 있었는데, 예를 들어 떠들어서 민원이 들어오면 $50 벌금이 있단다. -_-;;;

그리고 부엌도, 세탁실도 밤11시부터 오전 6시까진 사용불가란다.

 

 

 

부엌은 이렇게나 넓건만 하지 말라는 건 왤케 많은 지.

걍 안쓰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

 

공용 부엌에 가면 씽크대나 스토브 아래로 수납공간이 있는데, 각 문마다 숫자가 붙어 있다.

방번호에 해당하는 서랍장을 열쇠로 열어보면 4인분에 해당하는 식기들과 수세미, 티타올, 각종 요리도구까지 비치되어 있다.

공용으로 쓰는 건 사진에 보이다시피 스토브, 전자렌지, 오븐, 토스터, 냉장고(방에도 있지만 또 있슴), 그리고 각종 소스팬과 프라이팬 정도다.

 

대충 어디에 뭐 있나 둘러보고, 밀린 빨래를 하기 위해서 세탁에 필요한 토큰을 Reception에서 사왔다.

개당 $4씩.

세탁기 사용 가격은 Holiday park나 YHA나 다 같은데 건조기는 여기가 젤 비싸다.

 

 

 

세탁과 건조용 토큰

 

위에 눈알 없는 곰인형 같은 게 세탁기용, 동그란게 건조기용.

참고로 다른 숙소에는 일반 동전을 사용했는데 여긴 특이함.

 

Onsen spa에 가기 전에 밀린 빨래를 돌리기 위해 다들 샤워하고 옷 벗어서 내라고 하니, 신랑이 갑자기 고백을 한다.

 

'사실은... 이거 어제 니가 굴린 돌멩이에 맞은 거야'

 

이게 뭔 소린가 하고 봤더니 신랑 오른쪽 무릎에 손바닥보다 더 큰 넓이의 멍이 시~퍼렇게 들어 있다.ㅜㅜ

아니, 의사 양반! 이게 무슨 소리요~! 내가 고X라니... 는 아니고 내가 그랬다니!!

 

생각해보니 Clay Cliffs에서 사활을 오가며 내려오는 길에 제법 큰 돌멩이 하나를 디딜려고 하는데 쑥빠져서 굴러 떨어뜨리긴 했다.

그래서 찰나이지만 저거 맞으면 어쩌지 했다가 내 코가 석자라 더 신경쓰지 못했고, 신랑의 "아악!"이라던가 "윽", "컥" 이런 소리가 안나서 그 뒤에 그 돌이 어디로 튀었는지는 내 목숨이 위태로운 마당에 굳이 쳐다볼 정신도 없었고. 

 

신랑 말이 내가 디디려고 체중 싣던 돌이 쑥 빠져서 굴러떨어지는 걸 다행히 포착을 해서 저 돌이 가까이 오면 피해야겠다하고 피하려는 찰나 신랑 바로 앞에서 그 돌이 하필 다른 돌위에 떨어져 튀어 오르더니 무릎을 정확히 강타했다는 거다;;;

 

안그래도 사지를 헤매다 내려온 나한테 니가 굴린 돌에 맞았다고 말할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이제서야 얘기하는 거라고.

 

근데 난 전혀 몰랐다...

돌을 워낙 많이 굴려 떨어뜨려서 -_-) 맞으면 위험하겠다란 생각은 했지만 진짜로 맞았을 줄이야.ㅠㅠ

 

신랑한테 미안하다 내가 정신이 없어서 신경도 못 썼다. 많이 아프냐 하니 괜찮다고 하는데 시퍼렇다 못해 보라빛이 돈다 크흑.ㅜㅜ

Clay Cliffs는 진짜 사람 여럿 잡는 곳이다!

 

 

빨래를 돌려 놓고 내일 일정표를 보니 이런! Queenstown에서 할 Activity 예약을 하나도 안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뭐할지 결정한 다음 Holiday park Reception으로 다시 가서 대리예약을 부탁했다.

 

근데 아놔....

동생이 기대했던 Nevis Swing이 5일치 후까지 모든 시간 Full book이란다. 덴장.ㅠ

우리는 7일날 돌아가는데 9일까지 다 예약되어 있다니...

그거 하나 바라보고 왔다며 어찌나 아쉬워 하는지. 난 왜 이렇게 이번 여행에서 삽질 투성인지.ㅠ

나름 준비한다고 열심히 했는데 생각보다 헛점이 많아서 자괴감이 들었다 크흑.ㅠ

진작 좀 조회해볼 껄. 미리 예약먼저 하고 올껄...

Activity는 Queenstown가서 해도 된다는 말을 너무 믿었나 보다.

 

급한대로 일단 내일 아침에 Luge가 Skyline에 있고 가까우니 그것부터 먼저하고 오후에는 다른거 생각해보자고 이것 저것 물어봐도 다 싫단다.ㅜㅜ

 

번지는 발목이 안 좋아서 패스, 스카이다이빙은 동생 동창 중에 한 명이 스카이다이빙 하다 사고나서 반신불수란다.ㅠ 그 말을 들으니 더 하라고도 못하겠고 ㄷㄷ

Shotoverjet은 물 다 튀어서 싫다하고.... 할 게 없다 덴장... -_-)

 

미리 예약을 했어야 했는데, Activity를 기대했을 동생에게 너무 미안해서 숙소로 돌아와서도 계속 후회와 아쉬움만이...ㅠㅠ

어제 오늘, 이 비루한 몸뚱이가 아주 그냥 심신이 너덜너덜해졌다.

 

 

어제는 팔다리 근육을 과하게 썼고, 오늘은 말타느라 평소에는 쓸 일 없는, 말 움직임에 따라 씰룩씰룩 과하게 움직였던 허리에, 짧은 다리로 초반에 각이 안나와서 고생했던 무릎에, 말똥을 쏟아내가며 오르막길 언덕을 애써 오르는 Calusa를 격려해주기 위해 자주 몸을 숙여 목덜미를 토닥토닥 했더니 팔이 짧아서 그런가 등도 땡긴다. 

 

혹시나 이럴까봐 승마 후에 Onsen Spa를 하도록 예약 했는데, 승마 다 끝나고 나서 Rosie가 이거 끝나고 어디 갈꺼야? 묻길래, Cardrona Hotel가서 점심 먹고 저녁에는 Onsen Spa 갈거라고 했더니 쌍따봉을 날리면서 '와~ 너 제대로 알고 있구나! 최고의 코스야!'라며 남은 여행을 잘하라고 했었다.
 

Onsen Spa는 정확한 명칭이 Onsen Hot Pools인데, 여기가 좋다는 후기를 많이 봐서 원래는 여행 말미에 모든 일정을 다 마치고 지친 심신을 달래자 싶어 막날에 하고 싶었지만, 20여일 남겨두고 Bookme.co.nz에 들어가니 거의 다 차고 내가 고른 Tandeki는 오늘자가 4:30pm에 정말 딱 1자리 남아 있었다.

낮시간 밤시간 가격이 다른데, 낮밤 따질 수 있는 처지가 아니어서 할 수 있는게 어디냐며 겟!

 

뭐 시기적으로는 오늘이 딱이긴 하다. 신랑과 동생은 모르겠지만 난 진짜 지쳐있었으니까. 

 

 

 

향초와 타올, 무료로 제공되는 1잔의 알코올(이 지역에서 만든 괜찮은 와인이나 맥주) 혹은 쥬스와 아이스크림, 바삭바삭한 과자(chips의 영국식 표현이 Crisps), 쵸콜렛 중 1가지를 1시간동안 사적인 공간에서 몸 담그는 동안 즐길 수 있게 제공함.

 

* 어린이는 5세~11세는 어른과 함께. 

어린이 방침.

 

우리 건강 방침에 따라 5세 미만은 쉽게 열받(!)거나 탈수가 될 수 있어서 탕 안에도, 탕이 있는 방에도 들어갈 수 없슴.

그리고 5시 이후에는 모든 고객들의 편안하고 조용한 환경 조성을 위해서 11세 이하는 시설을 이용할 수 없슴.

 

 

Bookme나 Onsen 홈페이지나 가격은 똑같고, 다른 옵션도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예약은 이리로:

https://www.onsen.co.nz/hot-pool-massage-experiences/

www.Bookme.co.nz

그냥 pool 만 하는 거랑, Tendeki랑 massage+pool 3가지 옵션이 있음.

 

숙소에서 좀 쉬다가 차로 10분 거리지만 혹시나 길 막힐까봐 4시 조금 넘어서 나섰다.

Onsen Hot pools에 가는 길은 Shotoverjet하러 가는 길과 같은데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간다.

간판이 작고 지나치기 쉬우며, 여기가 맞나?? 싶게 위치가 좀 애매하게 있으니 Top 10 Holiday park가 보이면 긴장타시라. 곧 우회전 해야 되니.

 

주차장은 정말 생뚱맞게 위치해 있는데, 공간도 좁고 주차할 수 있는 장소도 적다.

주차장에 주차할 때 가뜩이나 공간이 좁은데 앞 건물이 네모난 쇠파이프 같은 걸로 건물 보호차 테두리 만들어놔서 뾰족한 부분에 차 긁힐 위험이 있으니 조심할 것!

우리도 안쪽에 한 자리가 남아 있어서 꾸역꾸역 안으로 들어가다가 뭐가 기기긱 거리면서 옆구리에 긁히는 소리 같은 게 나서 식겁했는데 내려서 보니 요란한 소리에 비해 어디 긁혔는지 워낙 첨부터 스크래치가 많은 차라 티도 안났다. -_-)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Hot pools 건물이 바로 있는게 아니라 자잘한 자갈이 있는 비포장길을 걸어 아랫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표지판에 100m라고 적혀 있는데 지그재그로 급경사 내리막길(장애인용길)이거나 계단길인데 계단으로 가면 경사가 급한 대신 금방이다.

 

 

 

여러 음료 중에 뭘 마실지, 아이스크림은 어떤 맛을 원하는 지 Reception에서 고를 수 있다. 

사진 찍는 오른쪽엔 샤워시설이 있다. 탕에 들어가기 전에 몸 한번 헹구고 들어가란다.

 

Onsen은 반은 실내, 반은 야외같은 느낌의 Hot pool이다.

앞쪽은 사진처럼 뻥 뚫려 있지만 사진찍는 뒷쪽은 문이 있고, 프라이버시를 위해 잠글 수도 있고.

 

Pool은 자체가 나무로 되어 있는데 그간 얼마나 많은 손님들을 받아냈는 지, 나무 부분이 항상 물에 잠겨 있어서 썩는지 색이 꽤 시커멓게 변하는 단계이고, 손이 닿기 힘든 곳에는 물이끼 같은 것도 조금 있고, 3시방향쯤엔 씽크대 채구멍처럼 동그랗게 물이 빠지는 구멍도 있다. 물은 어디서 계속 들어오는지 그 구멍을 손으로 막고 있으니 수위가 올라간다.

 

탕 너머에는 밖이 훤히 다 내려다 보이는데 아래는 Shotoverjet을 즐기는 보트들이 오고 가는 Shotover 강이 흐르고 있다.

원래 항상 저렇게 오픈되어 있는 건 아니고 닫는 가림막 같은게 천정쪽에 보면 있다.

왼쪽벽에 하얗게 네모난 것이 Pool 사용 버튼에 대해 설명해 놓은 것이다.

 

탕 왼쪽 바닥에 보면 버튼이 4개 있다.

하나는 찬물을 섞을 수 있는 버튼인데 조심할 게 물이 천정쪽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그리고 또 다른 버튼은 사진처럼 저렇게 부글부글부글 거품을 만들어주는 건데 탕 안에 총 4군데에서 거품이 나온다. 저 거품에 등이나 다리 대고 있으면 마사지 받는 거 같고 아주 좋다.  

그리고 다른 버튼 한 개는 바깥에 가림막 버튼인데, 사용해보진 않았지만, 비가 심하게 온다거나 하면 투명한 재질(?)의 플라스틱인지 비닐인지로 가릴 수 있게 내려온다.

 

그리고 다른 한 개는 뭐였지..ㅡㅡa 기억이...^^;;; 암튼 4개 있음;

(주로 버튼을 조작했던 신랑 왈~ 그냥 비어있는, 기능 없는 거란다.)

 

Omarama에서 즐겼던 Hot tubs와 비교해서 보자면 자유롭게 물 온도 조절이 가능했던 Hot tubs와는 달리

Onsen은 물 자체가 뜨겁지 않다.

미지근에서 살짝 따뜻한 정도?

이미 정해진 온도에서 더 차갑게 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물 온도를 뜨겁게 조절 할 수는 없다.

다만 물 온도는 계속 유지가 되는 건지 1시간 지난다고 차가워진 느낌은 못 받았다.

 

더 뜨거운 물을 원한다면 예약시에 혹은 도착하기 전에 미리 전화를 해서 더 뜨겁게 해달라고 요청하라고 되어 있는데, Onsen만의 서비스를 그대로 느껴보고 싶어서 따로 신청은 안했다라고 쓰고.. 실상은 귀찮아서 그냥 내버려뒀다. -_-)

 

거품이 부글부글 나는 건 한번 누르면 한 15분 정도 지속이 되는데 이게이게 참 좋음!!

한 군데도 아니고 4군데라서 각자 그 앞에서 등 대고 있으면 된다. ㅎㅎ

그리고 물이 뜨겁지 않기 때문에 안 삶겨(!)서 그런가 1시간 내내 물 안에 있어도 지치는 느낌이 없고 제대로 뭉친 근육들이 잘 풀어지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Onsen의 거품과 지치지 않음, 그리고 천천히 근육이 풀어지는 느낌이 좋았는데, 신랑은 Omarama의 바깥에 덩그라니 놓여있던 유니크한 Tub과 온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 호스로 장난칠 수도 있었던 Hot tubs가 더 좋았단다. 시간도 1시간 반이고.

 

Onsen은 뭔가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이었는데 50분쯤 지나면 직원이 문을 똑똑똑 두드리며 10분 남았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Reception에서 시간을 지켜보고 있다가 문 위에 플래쉬 라이트가 있는데 시간 오버하면 거기 불들어오고 소리도 나고 난리날 거라니까 직원이 문 두드릴 때 준비하라고;;;

말만 들어도 뭔가 압박 받고 쫒겨나는 기분이다.

 

얼른 나가야 얼른 청소해서 다음 손님 또 받지.. 뭐 이해는 된다.

항상 자리가 넘칠 것으로 추정되는 Omarama의 Hot tubs와는 다른 점이다.

Omarama에서는 1시간 30분이 되기도 전에 지쳐가지고 나왔지만.ㅋ 그러고 보니 거기는 시간이 다 되면 어떻게 부르러 가겠다는 설명을 안해줬는데?ㅡㅡ??

 

향초가 딱 1시간짜리인 지 향초가 다 타기 전에 씻었는데, Pool room의 샤워기는 성별이 같은 신랑과 동생이 쓰고, 나는 문을 열고 나와 복도 건너편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겸용에 샤워시설이 한 군데 더 있어서 거기서 씻었다.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Changing room도 같은 복도에 남녀별로 따로 있으니 참고해서 같이 간 인원이 많으면 나눠서 씻고 갈아입으면 된다.

Changing Room 안에는 따로 샤워시설은 없고 세면대와 드라이기, 핸드 로션, 작은 타올, 티슈 같은 기본적인 것과 사용한 수건을 담는 커다란 대바구니가 있다. (여성 Changing room만, 남성은 모르겠...)

 

우리 셋 다 어차피 Hool 이용 후에 샤워해야되서 편안하게 슬리퍼 신고 갔는데 샤워 다 하고 주차장으로 가려면 다시 그 자잘한 돌멩이가 깔린 흙길을 가야 된다.

몸 잘 풀고, 샤워까지 하고 100m의 오르막길을 오르면 도로 땀난다.ㅠ 건물 위치가 좀 에러임...-_-)

  

몸까지 개운해진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서 차를 두고 이제 제대로 저녁을 먹어보자며, Queenstown 시내로 갔다.

우리 숙소가 오르막길에 위치하고 있어서 올라올 때 좀 힘들어서 그렇지 내려갈 땐 내리막길에 조금만 걸으면 시내 중심부다.

 

저녁으로 뭔가 잘 차려진 것으로 먹고 싶은데, 사실 Queenstown은 워낙 유명한게 많아서 별로 조사를 안했다;;

동생은 Fergburger를 외치고, 신랑은 Pizza를 외치고;;

일단 가보자며 가까운 Fergburger로 갔더니 줄이... 길~~~~~~~~~~~~ 게 너무 길게 있는거다.

족히 1시간 이상은 기다려야겠기에 빠르게 포기.

 

마침 언젠가 여행후기에서 JSH steak house가 괜찮았다는 글이 떠올랐는데 방금 Fergburger로 가는 길목에서 봐서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입구에 사람이 한 명도 없고~ 문도 닫힌거 같고? 장사한다 안한다 써놓은 것도 없고 요일마다 언제 문열고 닫는 지 Trading hours 표시도 없고. 뭐지?

길 건너편 펍(Pub)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 너무 사람이 없어서 장사 안하나? 문 닫았나? 했더니!

그게 아니라 우리가 간 곳이 뒷 문쯤 되나보다;;

자세히 문 안쪽을 들여다 보니 술이 잔뜩 있는게 무슨 칵테일바 같았고 계단을 올라 윗층으로 가니 그제서야 사람들이!

 

뉴질랜드까지 왔는데 칼질 한 번 제대로 해야되지 않겠냐며 오늘 제대로 한 번 먹어보자고 암거나 뭐든 시키라고 큰소리를 쳤는데 막상 뭘 시켜야 할 지;;

메뉴판을 펴서 국어책 읽듯이 차근차근 열심히 들여다보니 오늘 제대로 걸렸다. 하.하.하. -_-

 

이 식당! 가격이 후덜덜덜 하게 비싸다.

작정하고 여행객들 바가지 씌우려고 덫 던져놨는데 냉큼 발들여 놓은 기분이랄까;;

서비스야 아직 주문을 안해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메뉴판을 본 첫인상은 '와... 물가 진짜 장난아니구나' 싶었다.

 

그래도 여지껏 어쩌다 보니 맘껏 식사한 적도 몇 안되고, 사 먹은 적도 별로 없어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식비를 적게 써서 식비로만 사용 가능한 카드에 총알이 넉넉하니 오늘 제대로 한 번 거하게 먹어도 되겠다 싶어서 뭐든지 먹고 싶은거는 다 시켜도 된다고 했다.

 

그리하여 우리가 시킨 건,

Entree로 Fried Calamari(나), Roof top Greens(샐러드, 신랑), Red King crab leg(해산물을 사랑하는 동생)

 

음료는 Kirin(맥주) 2병(신랑), Vesse Felix Cab(뭔지 모르지만 레드와인 약한 거, 동생), Amisfield pinot noir(나, 어디서 들은 건 있어 가지고 Central otago에서 유명하다는 레드와인 Pinot noir를 시킴 ㅋ)

 

그리고 side로는 Onion ring(모두의 입가심!)

 

Main으로 T-bone steak를 시켰는데 주문 받으러 온 웨이터가 지금 가장 작은T-bone 스테이크가 1킬로짜리라, 2명이서 먹으면 충분하대서 난 딴 걸로 먹고 싶었지만 신랑이 먹고 싶대서 같이 먹기로 하고, 동생은 Taupo Beef bone in eye fillet을 시켰다.

 

이 날따라 그런 건지, 원래 만원인지 모르겠지만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가 사람이 바글바글.

점점 더 사람들이 많아져서 뭘 시켜야 할 지 고민하는 사이에 웨이터가 2번 다녀가고 주문을 받아가고 나서도 그 사이에 밀려오는 손님들에 주문이 엄청 밀렸는지 한~~~ 참을 기다리니 entree부터 나왔다.

 

 

 

엔트리로 Fried Calamari와 Roof top Greens(샐러드임). 그리고 동생 와인인 Vasse Felix Cab 뭐시기 레드 와인

 

살짝 튀긴 Calamari가 아보카도와 샐러리를 섞은 것 같은 덩어리 하나와 나왔는데 맛있다!

그리고 신랑이 시킨 샐러드도 올리브가 막 섞여 있고 괜찮았음.

여기까진 좋았다. 각자 와인도, 맥주도 만족했고.

 

그.런.데... 두둥!

 

곧이어 King crab leg가 나왔는데..............

 

 

 

 

이거 실화입니까.... OTL

 

메뉴에 "leg"라서 꽤 비싼데 설마 1개 주겠나 했는데 정말 1개 달랑 나옴. Leg"s"가 아니었던거다....

s가 있고 없고가 이렇게 다르구나! s의 중요함을 절실히 깨달으면서! 크흑ㅠ

이게 무려 49불짜립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가격...-_-)

 

바다로부터 나오는 먹거리에는 영 관심이 없어서 스테이크 집와서 해산물 종류를 찾을 때부터(-_-;;) 관심이라곤 1g도 없던 신랑은 차도 두고 왔겠다 운전 걱정 없어서 맥주 한 병에 신나 있고, 동생과 나는 비싸지만 기대하면서 시켰던 메뉴가 배신 때리고 한 짝만 나오자, 가격을 알고 있어서 더욱 미쳤다 미쳤다 이러고.

어느 후기에서 Queenstown가서 Crayfish 시키면 $200 넘어간다더니, 그 물가를 지금 체험하고 있다.

 

근데 이미 나온거 어쩌겠음? 먹어야지.

 

King Crab 집게다리를 첨 봤는데 사진에 보면 다리에 뾰족뾰족하게 가시가 있고, 게나 Crayfish나 이런 애들에 비해서 마디마디 간격이 굉장히 짧고, 두껍고, 껍질은 또 어찌나 딱딱한 지, 손으로는 아파서 한 마디를 못 뽀개겠는거다;;

가격은 비싸면서 양은 얼마 되지도 않는게 잘 뽀개지지도 않고 손에는 가시 때메 찔려 따끔거려서 힘도 못 주겠고.. 골고루 밉상이다. -_-)

 

 

 

어쩐지 음식 기다릴 때 가위랑 파먹을 때 쓰라고 목이 긴 도구를 주더라니. 왜 주는 지 알겠더라는.

짧은 관절 한 마디를 겨우겨우 쪼개가지고 먹어봤는데 맛은 괜찮았다. 

 

그리고 바로 우리가 주문한 스테이크가 도착을 했는데...........

 

 

 

 

왠 덩치 큰 아저씨가 우리 식탁 앞에 서더니만 판(?)을 펴고 커다란 도마를 떡하니 놓더니 스테이크를 칼로 샥샥샥 잘라준다.

고기 자를 때 옆에 신규로 온 직원인지, 아니면 견습생 뭐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여성 직원에게 고기 자르는 요령을 알려주던데 스테이크를 자를 땐 칼을 90도로해서 써는게 아니라 각도를 좀 눕혀서 어슷 썰어야 한단다.

 

아래 잘라 놓은 스테이크 사진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그런데 이거 실화입니까...? 2탄.

 

남자 직원이 다 썰어서 여러가지 소스와 함께 두고 유유히 사라졌는데 우린 멘붕이 옴.

소스 이름도 알려주고 갔는데 두 번인가 세 번 들어도 단기기억상실증이 있는지 뇌를 스쳐지나가서 모르겠고;;

스테이크 양을 보고 이미 충격에 빠져서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사실;;

 

사진에 보면 우리는 하필 스테이크 집에 와서 "뼈에 붙은" 고기들을 주문 해가지고...

실제 고기양은 3명분이 아니라 둘이서도 너끈히 다 해치울 양이다.

특히 T-bone 스테이크는 그냥 뼈무게만 400g이상은 되어보임.ㅠ

1Kg짜리라며!! 2명이서 먹어도 충분하다며!!! ㅠㅠㅠㅠㅠㅠ

 

여기서 동생은 고기양이 생각보다 적어서 신랑이랑 내 것만 나온 줄 알았단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쩐지 적극적으로 먹지않고 King Crab 다리를 열심히 파더라니;;

 

사진에서 잘 보면 크게 다섯 덩어리가 있는데, 맨 오른쪽에 긴 덩어리, T-bone 뼈, 아랫쪽에 작은 덩어리, 그리고 윗쪽에 2번째로 커 보이는 덩어리 그리고 그 위에 집게랑 맞닿아 있는 eye fillet에 붙어있던 뼈다....ㄱ-

  

 

 

 

고기 자체는 맛있다. Medium rare로 해 달라고 했는데 부드럽고 타지도 않고.

생각보다 배가 안불러서 문제였지만;;;

 

그리하여 우리가 먹은 건 총 얼마였을까요? 알아맞춰 보세요 -_-)

(힌트: 돈ㅈㄹ 제대로 한 날이었...)

 

하.. 슬픈 예감은 놀랍도록 예리하게 내 머리를 스치고 간다.ㅠ

 

 

저녁식사를 했건만!! 생각보다 배가 부르지 않아 더해가 떨어지지 않은 Queenstown 시내를 슬렁 슬렁 구경하면서 뭐 더 배채울 것이 없을까 둘러봤다.

나온 김에 한인마트 가서 주전부리를 살까 싶어서 가는 김에 Milford Sound에서 먹을 컵라면도 사려고 한인 마트를 찾는데, Google 지도에선 2군데가 있다는데 암만 찾아도 한인마트 같은게 없다.

 

 

 

지도에 나와있는 한인마트가 이게 맞나요? 레알 이게 최선입니까!

 

지도를 보고 계속 배회하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아닌데 싶은 Asian Mart에 들어가니 중국인이 운영하는 한인마트 짝퉁 같았다. 한국음식 영역 1/3정도에 나머진 중국음식으로 꽉 찬.

Christchurch의 Kostco를 상상하면 안된다. 크기도 훨 작고 물품도 훨 적음.

 

막상 들어가니 주전부리고 뭐고 별로 안땡겨서 컵라면 3개만 들고 계산을 하는데 아니, 젓가락을 안주는 거다.

젓가락 왜 안주냐고 어떻게 먹으라고 하니까 원래 안준단다. 허~ 이 짠돌이들 보게?

아니 토종 한국인을 앞에다 두고 어디서 뻥을!

 

'내가 한국사람인데, 한국 컵라면은 사면 상자안에 젓가락이 컵라면 숫자에 맞게 같이 들어 있거든? 그거 다 어쨌냐' 하니까 당황하더니만 뒷쪽 서랍을 열어서 내 눈치 보더니 '몇...개?' 이런다. 아놔... -_-)

당연히 3개지 3개 샀으니!

 

그렇게 기싸움 좀 해주고 나왔는데,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도미노 피자가 있는 걸 보고 피자에 미련이 남은 신랑이 한 판 사서 가잔다.

 

3인분의 스테이크를 시켰으나 넉넉치 못하게 먹어서 그러자고 피자 한 판 만들어지는 걸 기다리는 사이, 잠시 둘러보고 올께하고 나갔던 신랑이 이거 보라며 사진을 찍어왔다.

 

 

 

오~ 그것은 쿠키엔 0.1g의 관심도 없던 동생이 푹 빠져버린 Cookie time 가게!!!

나중에 한국 갈 때 들르자~ 하고 피자를 받아들고 오늘은 일단 숙소로 돌아갔다.

 

 

 

한인 마트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찍은 시내 노을.

시계탑 시계를 보니 벌써 9시가 다됐네.

 

오늘도 해가 지니 하늘은 꾸무리~ 하고... 별은 이제 신경 안쓰기로 했다. 별 따위... ㅠㅠㅠㅠㅠㅠ

Queenstown은 불빛도 많고, 우리 숙소는 Skyline 코앞이라 해 다 지고 보니까 라운지 불빛이 늦게까지 켜져 있던데.

이제 내가 별이 안보고 싶다.(라고 말은 했지만 하늘 보라능.ㅠㅠㅠㅠㅠ)  

 

숙소로 돌아와서 오늘 하루를 정리하며 생각하니 여행을 떠난 이래 오늘이 가장 알찬 하루를 보낸 것 같다. 

마지막 스테이크집이 좀 아쉽긴 했지만.

 

사온 피자 한 조각 먹고, 신랑과 동생이 나머지 다 해치우고, 그러는 사이 오늘 한 일 정리를 하고, 내일 뭘 할 지 점검한 후에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10시 반을 훌쩍 넘었다.

 

앗, 빨래!

11시가 되며는~ 문을 닫는다~ 라고 했는데!!

후다닥 빨래방으로 가서 빨래를 건조기로 옮겼는데, 거기에 적혀 있기를 건조기는 한 30~40분 걸린단다.

애매하게 시간이 안될 것 같아서 내일 아침에 수거하기로 하고, 내일은 모레 Milford sound를 운전해서 가기 위해 체력 비축을 해야하니 얌전히~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내일은 첫 일정인 Luge가 10시에 문을 여는데다 걸어서 5분거리라 여유로우니 Fergburger 버거를 안 기다리고 사먹으려면 오전 아니면 안될 것 같아 내일 아침으로 일찍 사다먹기로 하고 각자 자러 갔다.

 

 

반응형
반응형

TV라운지 소파에서 일어나서 우리 2번 방으로 들어가니, 동생과 내 침대 2층을 쓰는 유럽 어디에서 온 것 같은 룸메이트는 신나게 자고 있다.

 

아까 저녁식사를 하고 와서 에어컨을 켜뒀었는데, 자정이 지나니 방안이 얼음장이다.

그런데도 둘 다 잘~ 잔다.

 

신랑도 2층 침대 위로 올라가더니 금새 잠들었다.

TV라운지 소파에서 내가 잠들었을 때 안 잤나 보다.

 

나는 방에 들어와서는 도리어 잠이 확 다 깨버렸다.

방이 추워서 그런가 2층 룸메이트도 자는 줄 알았는데 이리 돌아 눕고 저리 돌아 눕고 자꾸 뒤척인다.

그도 그럴 것이 에어컨 바람 나오는 곳이 룸메가 누운 다리 윗쪽 천정에 붙어 있는 데다가 제일 가까우니...

이불을 푹 뒤집어 쓴 게 추워서 그런 건가 싶어서 끄고 나니 룸메이트도 덜 뒤척이고 나도 어느 새 잠들었다.

 

그러다 또 알람 없이 잠에서 깼는데, 시계를 보니 아침 5시다.

혹시? 싶어서 밖을 잘 볼 수 있는 TV라운지로 갔다.

 

역시나 밖엔 오늘도 뚜둑뚜둑 소리를 내며 비가 오고 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덴장.

6일짼데 너무 하네!! 진짜 어떻게 매일 밤마다 비가 오냐!

혹자는 마운트 쿡에서도 멋진 별들을 봤다고 했는데.ㅠㅠㅠㅠ

그래서 내심 여기에서라도! 혹시! 하며 기대했는데 에라이~

 

방에서 나온 김에 TV라운지 소파에 있는 담요를 덥고 앉아서 뉴질랜드 여행루트 카페에 접속하니 새로 올라온 후기가 있다. 읽어보니 뚜비뚜바뚜바님이 Omarama에 Hot tubs이 있단다.

엇! 저거 여기 YHA 벽에 붙어있는 정보에서도 봤는데!

안그래도 자기 전에 동생이 발목이 아프대서 마음이 쓰였는데 잘됐다 싶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다행히 자리가 있다! (항상 자리가 있는 듯;;)

그래서 새벽 5시에! 그 날 오전 11시꺼를... -_-) 예약하고 다시 자러 갔다.

 

혹시 관심있는 분들 예약은 요기로 http://hottubsomarama.co.nz/

 

 

총 8개의 위에 그림과 같은 서캐나다산 나무통 작은거 4개, 겉은 나무고 속은 스테인레스로 된 큰 통이 4개 있는데, 작은 거는 1~4명이 들어갈 수 있고, 큰 거는 7명까지 들어갈 수 있고, 1시간 30분간 이용할 수 있다.

 

통에 들어갈 때는 경사진 계단에 손잡이가 통 높이에까지 놓여 있고 통에 들어갈 때 잡을 수 있게 둥글게 굽은 손잡이도 있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싶으면 처음에 들어온 건물 쪽에 샤워하는 데가 있다. 라고~ 써져있으니 참고를!

 

비용은 성인 3명 이용했는데 1Tub에 $123 였다.

 

 

 

오늘 일정은 오전에 Clay Cliffs에 가서 구경할 예정인데 그 전에 Hot tubs를 먼저 들러 뜨거운 물에 몸 좀 풀고

오후에는 Rippon Winary에 가서 와인 시음을 하고 와인을 좀 살 예정이다. 

 

Hot tubs가 Mt cook에서 1시간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 오늘은 간만에 늦장 피우면서 10시 거의 다될 떄까지 있었다.

 

 

 

 식탁에서 아침 식사 중. 옆에 보면 Maori 언어가 잔뜩 붙어있고, 창구 너머로 기본 양념통들이 보인다.

 

아침에 그래도 뭐라도 만들어 먹어야지 싶어서 부엌으로 가니 캬~ 요리할 맛이 난다.

거의 모든 것이 다 구비되어 있는 부엌이라니! 내가 원하던 숙소다 진정.

 

코팅이 잘 되어 있는 프라이팬만 없는데(다 벗겨지거나 스테인레스 재질만 있슴) 이미 둘째 날부터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던 지라 늦게나마 Tekapo에 있을 때 4 Square에서 하나 사서 들고 왔다.

간만에 제대로 된 아침을 먹어보자 싶어서 아침부터 폭풍 요리를...!

 

위에 보면 창구 같은게 있는데 그 안이 부엌이다.

처음부터 해 먹을 요량으로 들고 다녔던 토마토 스파게티를 드디어 만들었는데 계란프라이까지 하나 얹어서 내놓으니 동생이 오~ 오늘은 제대로 좀 먹는구나 한다.ㅋ

 

셋이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후식으로 사과까지 먹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는지, 발목 아프다던 동생이 1시간 거린데뭐 하며 운전대를 잡고 Omarama로 향했다.

 

Hot tubs는 11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데, 가다보니 너무 일찍 도착했다 ;;;

 

여기는 수건은 따로 안 줘서 수영복(짧은 옷도 상관없슴)이랑 수건은 챙겨가야 하는데, 영업시간이 되도록 기다리는 10분 동안 수건이랑 수영복을 안고서, 나중에 샤워할 때 물로만 씻는 것보다 제대로 씻어야지 싶어 바디클린져까지 챙기니까 왠지 목욕탕 가는 기분이랄까...-_-;

 

 

 

 

입구에서 한 10분 빈둥빈둥 거리는데 11시 땡 하니 직원이 문을 열어줬다.

너무 일찍(?) 예약을 해서 직원이 모르길래 혹시나 하고 캡쳐해뒀던 것을 보여주니 흔쾌히 안내를 한다.

 

보온보냉 가방안에다 물병 2개와 물컵 3개 그리고 우산이랄지 파라솔이랄지;; 주면서 해가 쨍쨍하니 쓰고 하란다. 햇볕에 화상입을 수 있다고.

 

우리가 쓸 Tub으로 가는 길은 흙무더기, 돌무더기들이 봉긋봉긋한 사이를 지나서 한 구석으로 안내 해줬는데, 느낌이 꼭 달팽이 껍질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가는 길이 빙글빙글 도는 형식인데 주위가 다 흙인지 돌인지를 높이 쌓은 후 풀을 심어놔서 지나가면서 봐도 Tub은 안 보이고 굴뚝에서 연기나는 건 보인다. 

 

화장실은 Main building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가 안내받은 Tub 가는 길 중간에 있었는데, 마사지도 하는 곳이라 그런가 화장실도 향기가 나는 것이 내가 이번 여행에서 써 본 뉴질랜드 화장실 중 가장 좋았다

 

 

우리가 사용한 건 9번이었는데 요렇게 탈의실이 있고 안에는 샤워 시설도 있다.

 

탈의실의 뒷편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오고 사진을 찍기 위해 서 있는 뒷쪽으로 Tub이 놓여있다.

탈의실 안에는 긴 의자가 있고 벽에는 옷을 걸 수 있도록 옷걸이들도 있으며 Tub까지는 맨발로 왔다갔다 할 수 있다.

 

 

 

사진엔 가렸는데 내가 앉은 왼편에 보면 보온보냉 가방과 간단한 소지품 같은 것을 둘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우리가 이용한 건 이렇게 생겼다.

 

순수 나무통이 아니라 안이 스테인레스였는데 첫 인상은 '날아라 슈퍼보드'에 나오는 에피소드 중에 괴물 게 4마리가 인간으로 변신해서 주인공들 음식대접한 뒤에 집 째로 불지펴 손오공 빼고 나머지 주인공들을 익히는 그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면 youtube에서 날아라 슈퍼보드, 이상한 집 에피소드를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HErPny56nOc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고 하니 남동생이 앉은 오른쪽에 수도꼭지가 있고, 수도꼭지와 굴뚝 사이에 삼각형 모양에 동그랗게 손잡이가 있는 다리미 같이 생긴 뚜껑이 있고, 우뚝 솟아 있는 굴뚝으로는 연기가 폴폴폴 올라오는데, 맨 오른쪽에 장작이 보이시는가?

저 장작으로 불이 지펴서 장작이 타는 동안에 우리가 Tub안에 들어가 있는 건데, 물 온도를 우리가 조절할 수가 있다!

 

온도 조절 방법은 수도꼭지를 틀면 찬물이 나오고, 삼각형으로 된 뚜껑을 열어 젖히면 산소 공급이 더 되서 장작들이 활활활 타게 되고 물이 뜨거워진다. 신기한게 금새 뜨거워진다.

그러니 정확하게는 우리가 삶겨지고 있는 거다.ㅋㅋㅋㅋㅋ

 

계단 위에 있는 호스는 찬물로 몸을 씻거나, 찬물을 덮어 쓰고 싶을 때 수도꼭지에다 연결해서 쓰란다.

우리는 주로 Tub 밖으로 나갔다 Tub 속으로 들어갈 때 발 헹구는 용도로 썼지만;;

 

1시간 30분 동안 이용하면 되는데, 동생이 발목이 좋지 않아서 좀 뜨겁게 시작을 했더니 목욕탕안에 있는 큰 탕이 따로 없다. 처음엔 뜨끈하니 좋더니만 30분도 안되서 지쳐가지고...;;

사진 찍을 즈음엔 Tub에 계속 겉에 걸터 앉아 있었다.

 

Tub 안에도 앉을 수 있게 중간에 자리가 있고, 어린이가 들어가면 처음엔 좀 깊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글고 동생이 앉아 있는 쪽에는 약간 센 물줄기가 나오는 곳이 1군데 있으니 마사지하듯 이용하면 좋다.

 

 

Hot tubs에서 아침부터 뜨거운 물에 들어가 있었더니 벌써 진이 다 빠진 것 같았지만 기분은 개운했다.

날씨도 점점 맑아져서 기분 좋게 Clay Cliffs로 이동을 했다. 

 

 

 

Hot tubs와 Clay Cliffs를 둘 다 이용하려면 조심해야 하는 것이 Mt cook 방향에서 Hot tubs로 간다고 치면, 지도상으로 보면 Mt Cook에서 Twizel-Omarama Rd를 따라 내려오기 때문에 Clay cliffs는 Hot tubs에 들렀다가 Omarama-Lindis Pass Rd 따라가면 길이 있을 것 같지만 애석하게도 Ahuriri River 위로 놓여있는 다리가 없다. 

 

Hot tubs에 갔다가 왔던 길을 돌아서 가야하는데 위에 지도에 Twizel-Omarama Rd라고 글자가 쓰여있는 위치 쯤에 Clay Cliffs로 가는 길 표지판이 있으니 잘 보고 가면 된다.

문제는 비포장길이라 차가 덜덜덜덜 거리면서 흙먼지 엄청 일으키니 주의를!

 

그리고 그 일대가 사유지라서 통행료를 내랍신다. $5.

돈 넣는 박스는 새 집도 아닌것이 쬐끄맣게 있고(안에 지폐 한 가득) 앞에는 펜스로 막아놨는데, 사람이 없어서 돈 안내고 들어가도 모르겠네 하니 펜스 열러 갔다 돌아온 신랑이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위를 보란다. 위에는 CCTV가 무려 여러 대 있다. 누군가 지.켜.보.고.있.다!!

 

 

 

근처 산에서 만들어진(!) 물들이 Ahuriri River가 되어 흘러 Lake Benmore로 흘러 들어가는데, 

흐르는 물이 정말 시원해보인다.

 

Ahuriri River를 따라 잠시 덜덜덜 거리다 보면 저 멀리서 웅장하게 삐쭉삐쭉 솟은 듯한 Clay cliffs가 보인다.

 

 

 

뜬금없이 쭉쭉 솟은 흙빛 기둥이 보이는데 첫 느낌에 주상절리 비슷하게 느껴졌는데 저게 왜 Cliffs라고 불리지? 의아해 하면서 점점 다가가 보았

 

 

 

 

이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꽤 그럴 듯 하게 주차장이 있다.

다만 주차선이 없으므로 알아서 대충~ 주차를!

 

Clay Cliffs가 바로 주자창 가까이에 있는 게 아니라 좀 걸어가야 했는데, 단단한 흙에 아주 자잘한 돌멩이들이 깔린 길을 5분? 7분? 정도 걸어가야해서 발 목이 안 좋은 동생은 Hot tubs에서 쫌 전에 샤워도 했는데 흙길 걷기 싫다고 차에 있겠다 해서 신랑과 둘이서 나섰다.

 

살짝쿵 오르막길인 길을 따라 걷다보면 Lake Tekapo에서나 보는 줄만 알았던 Lupin(보라색 계통에 줄기가 긴, Tekapo에서는 시커멓게 줄기만 남아있었던 문제의 그 꽃)도 듬성듬성 있다.

 

구글에 이 근처를 검색해보니, 이 일대도 시기를 잘 맞추면 Ahuriri river 근처에 Lupin이 지천에 피는가보다.

 

 

 

길따라 가다 보면 이런 좁은 공간이 나오는데 저 안쪽으로 가면 된다.

 

기둥들이 본격적으로 보이면 좁은 기둥 사이를 지나가는 부분이 나오는 데 그 근처서 사진 찍고 난 뒤에 기둥에 박혀있는 돌들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으니 한 커플이 안쪽에서 나왔다.

 

여자분이 "안에 들어가면 훨씬 더 멋져!" 하길래 우리도 안쪽으로 가니 의외로 넓은 공간이 나타났고 기둥들이 삐죽삐죽 솟아 있다.

 

 

삐쭉 솟은 기둥들이 사방으로 둘러 서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바닥에는 아마 옛날부터 오랜 풍화작용(!)으로, 눈에 빗물에 얼었다 녹았다 바람에 쓸렸다 하면서 흙으로부터 떨어졌을 돌들이 흩어져 있었다.

 

내가 올라가는 이 곳도 땅이 울퉁불퉁한 걸보니 저런 기둥들이 있었거나, 아님 앞 쪽에 저 작은 기둥들도 원래는 높았는데 세월에 깎여서 낮아졌겠다 싶었다. 

 

 

 

돌들이 떨어져 나간 자리는 마치 칼슘이 빠져나가 골다공증 온 뼈같다 -_-;

 

 

 

 

기둥에 보면 빗물에 Clay가 씻겨 내려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눈 앞에 돌멩이가 마치 얼굴에 난 여드름처럼 톡 튀어 나와 있는데 간밤에 비가 왔는 지 바닥이 그늘진 곳은 축축하기에 Clay(점토)인 이 기둥의 돌은 과연 뽑힐 것인가 말 것인가? 이러고 손으로 돌 한 개를 건드려 봤더니 의외로 쉽게 툭 떨어지는 게 아닌가?  

 

그래도 오랫동안 여기에 서 있었을텐데 너무 쉽게 돌멩이가 쑥 빠져서 여기가 만약 한국이었다면 이런 관광지에 가면 흔히 있을 법한 '건드리지 마시오' 혹은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감상하세요'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는 게 떠오르면서 왠지 기둥을 훼손한 것 같아 '헐...' 이러면서 뻥져있는 사이 내 시야에서 사라진 신랑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리로 가는 게 맞나? 길이 없는 거 같은데?'

 

 

 

안 쪽 넓은 공간의 윗 쪽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며 찍은 사진

 

신랑이 물었을 때 난 저기 아래 색이 다른 기둥쯤이었는데 신랑 쪽으로 가는 중에 사진의 오른쪽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커플이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올라간, 사진의 왼쪽 말고 오른쪽으로 낮은 담처럼 Clay들이 있고 그 너머로 두 사람이 내려가길래 '아, 위로 가면 통하는 길이 있나 보다. 이쪽으로 가서 저쪽으로 내려오면 되겠네'라고 생각을 하면서 신랑을 찾아 갔다.

 

 

 

신랑이 돌멩이들이 떨어져 자글자글 쌓인 곳 위에 서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묻는다.

'이리로 올라가는 길이 맞나?'

 

신랑은 청소하다 말고 한 구석에 몰려서 같은 자리만 닦고 있는 로봇청소기 마냥 기둥 사이로 떨어져 쌓인 돌무더기 위에 서서 갑자기 틈이 좁아진 기둥들을 앞에 두고 길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어디로 가야하나 제자리 걸음만 하며 살피고 있었다.

 

다른 쪽에서 내려오는 커플을 올라오면서 봤다고 분명히 길이 있다고 확신한 나는 둘러봐도 다른데는 여기만큼 넓은 공간이 없길래 이 쪽이 맞겠지 싶어서 쫌만 더 올라가보자 하면서 신랑을 제치고 올라갔다.

 

간밤에 비가 왔는 지, 돌들이 미끌거리고 기둥 사이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경사는 점점 가팔라지고...

 

밝은색 바지에 구두를 신고 온, 평소에도 참 깔끔한 신랑은 구두가 점점 더러워지자 옷에도 묻을까봐 걱정하면서 아무래도 여긴 아닌 것 같단다.

 

따로 길이 없다면 반대쪽에서 마치 꼭대기를 정복하고 하산하는 것 마냥 얘기하면서 씩씩하게 내려가던 커플은 뭐였지 싶어서 맞을꺼라고 쑥색의 잔잔한 꽃무늬 치마에 운동화를 신고 와서 Clay 따위 조금 묻어도 티가 안 날 내가 먼저 올라가보겠노라고, 올라가보고 맞으면 부를테니 여기서 기다려라고 일단 큰소리쳤다.

 

신랑은 위에 사진의 위치에서 몇 걸음 더 가서 기다리고 있고 나는 물병 하나 손에 쥐고 점퍼는 허리에 제대로 다시 동여매고 치마는 펄럭펄럭하지 않게 모아서 허리춤에 단단이 여미고 호기롭게 오르기 시작했다.

 

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누군가가 올라간 흔적으로 보이는 발자국이 있는 게 아닌가!

아무도 올라가지 않았다면, 혹은 길이 아니라면 Clay 표면이 반질반질해야 할 텐데 누군가가 지나가서 흙이 패인 흔적이 있길래 우리가 사진찍고 기둥에 돌멩이 빼는 사이 우리보다 먼저 올라갔던 남자 2명이 내려 오면서 특별한 건 없고 생긴게 다 거기가 거기야 하면서 금새 내려가더라니 이 길로 해서 한 바퀴 벌써 돌아봤구나 확신에 차서 신나게 올라갔다.

 

오르면서 보니 내가 오르는 곳은 응달이고, 저기 위에 양달인 이 코스(?)의 내리막길로 보이는 곳이 보이길래 아 저기까지만 가면 되겠다 하고 올라가는데 아래에서 내려다 보는 것과는 다르게 길이 점점 좁아진다.

 

처음에는 물병을 손에 쥐고 오르다가, 어라? 손으로 안짚으면 안되겠는데 싶어 물병을 입에 물고 손 더럽히기 싫었지만 볼록 튀어나온 돌들을 잡으면서 올라가는데 목표위치의 2/3 쯤에 올랐을 때, 길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어느 새 길이 아니라 좁은 공간에 마치 빗물이 흘러내려간 자리가 되어 있었고, 신발은 습기를 머금은 점토질을 계속 밟다 보니 점점 미끌미끌해졌다.

 

이러다가 한 번 헛디디면 골로 가겠는데 싶어서 식은 땀이 흐르던 찰나 나름 큰 돌멩이라고 손으로 잡은 돌멩이가 체중을 실으려 했더니 힘없이 쑥 빠져 버리는게 아닌가!

순간 중심을 잃고 떨어질 뻔했다.

 

헉헉헉 숨을 몰아쉬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올라가는데 올라가면 갈 수록 점점 발을 디딜, 체중을 실을만 한 돌멩이들이 없고 Clay마저 올라갈 수록 쉽게 부스러졌다.

그제서야 슬슬 겁이 났다.

 

한 번 겁이나기 시작하자 1/4 정도만 올라가면 되는데, 조금만 더 가면 꼭대기인데 발도 자꾸 미끄러졌다.

발이 더 자주 미끄러지자 팔힘으로 최대한 버티면서 올라가니 속도는 점점 떨어지고 체력도 떨어지고 아 이건 아닌데 싶었지만 꼭대기가 멀지 않아서 조금씩 오르다가 한 2미터?3미터? 정도 남겨두고는 더 이상 못가겠는거다.

 

고지가 바로 코앞이건만 '만약 꼭대기까지 갔는데 반대쪽도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지금도 힘들어서 겨우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더 올라가면 내려갈때 더 고생해야하는데 이 미끄러운데를 어떻게 내려가지? 내려가는 건 더 위험할텐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패닉이 찾아왔다.

 

여기서 한 발만 잘못 미끄러지거나 팔힘이 빠지면 그대로 추락사 하겠구나, 나 오늘 여기서 죽는건가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너무너무너무 무서웠다.

 

 

 

 

출처:https://www.google.com.au/maps/place/Clay+Cliffs/@-44.4887152,169.8699041,17z/data=!4m10!1m2!2m1!1smobil+near+Omarama,+New+Zealand!3m6!1s0x0:0x90ccb8fb43211c0!8m2!3d-44.4887143!4d169.8720914!9m1!1b1

내가 올라간 곳을 어떤 외국인이 맑은 날에 올라가면 재밌다며 사진찍어 구글에 올려놨길래 퍼왔다.

내가 오른 곳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위치에서 사진을 찍은 것이다

 

 

올라온 아랫쪽을 쳐다보니 언제 이렇게 높게까지 올라왔는지 경사가 완전 급한데다 신랑까지 거리는 너무 멀고, 꼭대기는 정말 바로 잡힐 곳에 있는데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되는데 잡을 돌은 없고.

자잘한 돌을 디디면 발이 미끄러질 것 같고, Clay는 꼭대기로 갈수록 기둥이 좁아져서 그런가 아예 잡는 족족 부셔져서 도저히 앞으로 더 못 나가겠는거다. 그래서 신랑이 서 있는 아랫 쪽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올라오지마!!! 여기 길이 아닌 게 맞나봐 너무 위험해. 위험하니까 올라오지마!!!!!'

 

내가 소리를 지르니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신랑이 내 쪽으로 조금 올라왔다.

신랑이 서 있는 곳과 내가 올라간 곳 사이에 기둥이 하나 시야를 가로막고 있어서 그 기둥을 둘러서 신랑이 내 시야에 보이는 지점까지 올라와서는 나보고 괜찮냔다.

 

괜찮기는 한데 발이 너무 미끄럽고 돌멩이를 잡으니 이젠 너무 쉽게 쑥쑥 빠져서 더 이상 못올라가겠다, 근데 나 어떻게 내려가냐고 무서워서 못내려가겠다고 하니까 신랑이 할 수 있으니까 천천히 내려와 보란다.

 

그 간 우리가 함께 했던 일들이 머릿속에서 초고속으로 촤라라라락 지나가면서 4년 연애하고 결혼한 지 7년 째인데도 여전히 자상한 우리 신랑은 내가 죽으면 홀아비가 되겠지 막 이런 상상을 하니 어떡하든 살아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전하게 내려가려면 온 몸을 사용해서 내려가야겠지 싶어서 그때까지도 쥐고 있던 물병을 신랑쪽으로 던졌다. (신랑이 줏으라고 던졌는데 건드리지도 않음)

 

 

이제부턴 체중을 실을 돌멩이나 Clay를 손으로 잡고 발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좁아진 Clay 기둥들 사이를 양손과 엉덩이로 밀면서 발은 안전한 돌을 최대한 찾아 디뎠다.

옷이 더러워지는 건 둘째치고 일단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팔다리 힘이 다 빠져나가기 전에 어떡하든 무사히 내려가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신랑은 밑에서 계속 올려다보고 있고 나는 앉은 상태서 양손으로는 최대한 안전하게 기둥을 밀고 발로 디뎌 돌멩이가 튼튼하다 싶으면 엉덩이를 조금 옮기고 하는 식으로 옆으로 옆으로 조금씩 조금씩 내려갔다.

 

위에 사진을 찍은 사람의 위치쯤에 왔을 때는 더 이상 엉덩이와 팔다리로 밀어서 될 너비가 아니어서 사진을 찍은 사람이 쳐다보는 방향으로 서서 내려가야 했는데 그래도 거기서부터는 돌싸이즈가 더 크고 Clay도 윗쪽보다는 단단해서 윗쪽보다는 쉬웠다.

 

그렇게 이제 반쯤은 살았네 마음을 조금 놓는데 한 번은 제법 큰 돌멩이가 괜찮나 싶어 발로 체중을 조금 실으니 쑥 빠져서 굴러 신랑쪽으로 떨어졌다.

신랑이 맞으면 어쩌지... 0.1초 생각하다가 그것보다는 내 코가 석자라 일단 무사히 내려가는 데 더 집중을 했다.

무사히 신랑이 있는 위치까지 내려가자 안도감에 온 몸의 힘이 다 빠져나가는 듯 했다.ㅠㅠㅠㅠㅠ

 

그리고 던졌던 물병을 줏어 들고 더 아래로 같이 내려 오면서 처음 신랑이 이 쪽이 길이 맞나? 하며 서 있었던 그 자갈 무더기들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는데 누가 물뿌려 놓은 것처럼 그렇게 미끌미끌거릴수가..ㅠㅠ

 

돌멩이들이 물기가 있고 미끌거리면 절대로 올라가서는 안된다. 절.대.로! 결.코!! 네.버!!!

타지에서 그것도 여행하러 왔다가 정말이지 태어난 이래 가장 극심한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내려오는 길에 '아니 그럼 아까 그 커플들은 대체 뭐야!'하고 반대쪽으로 가봤더니 그 쪽은 아예 Clay에서 떨어져 나온 자갈들로만 저~~~~~~~~~ 꼭대기까지 가득 쌓여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어떻게든 꼭대기까지 갔더라면 왠지 저 자갈들 위로 더 안전하게 내려왔지 않았을까 싶다.

그 쪽은 더군다나 양달이고 경사도 내가 오른 것만큼은 아니던데...

혹시 내려오다가 미끄러져 자갈들 사이를 굴렀다쳐도 크게 다치거나 할 것 같지도 않았다.

(정답은 미스테리. 누가 맑은 날에 혹시라도 가게 되면 좀 알려주세요 -_-)

 

이제 살았구나 싶으니 꼭대기를 정복하지 못한 아쉬움이 3.141592%정도 있어서 반대쪽도 올라가서 정말이지 그 반대쪽의 꼭대기가 내가 쳐다보고 오르던 그 꼭대기가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잠깐 확인하는 찰나에도 신랑은 아직도 더 보고 싶냐며 화를 내더니 성큼성큼 먼저 앞서 가 버린다.

 

신랑도 혹시 내가 무슨 일이 날까봐 어지간히 무서웠나보다.ㅜㅜ  

 

 

그렇게 의도치 않게 2시간 동안 클리프 행어를 찍고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동생은 유유자적 차에 누워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나 오늘 죽을 뻔 했다고 하니 농담으로 들리는 지 안가길 잘했네~ 한다.

 

Clay Cliffs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아침도 든든하게 먹고 Hot tubs에서 온천에 샤워까지하고 최상의 컨디션이었는데 이렇게 흙투성이에 만신창이가 될 줄이야.ㅠ

(이럴려고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건가... OTL)

 

다행인 건 차에 돌아와서 살펴보니 치마는 허리에 동여매고 있었던 재킷 덕분에 거의 더러워지지 않아서 조금 Clay가 묻은 부분을 앞쪽으로 돌려서(고무줄 치마의 힘!) 잘 여미니 티가 거의 안났다.

 

아까 위에 지도에서 봤듯이 Clay Cliffs는 왔던 길을 또 돌아가야 하는 위치에 있어서 다시 강을 따라 흙길을 달리고 펜스를 지나고 Hot tubs를 지나서 Wanaka로 향하는 길에 차 기름 넣고 가자 싶어 Omarama에서 기름 넣고 동생이 운전해서 가는데 얼마 못가서 차 속도 게이지가 오르락내리락 춤을 춘다.(자세한 내막은 준비편에 있슴)

 

그래서 준비편에 썼던 대로^^ 신랑이 해결했는데, 지금와 생각하니 이 날 나도 죽을 뻔 했지만 차도 죽을 뻔 한 걸 신랑이 살려냈네! 차도 나도 신랑 덕에 살아난 것 같다.

 

 

 

 저 멀리 Clay Cliffs와 나무들 사이 하얗게 땅이 노출된 주차장이 보인다.

 

Omarama를 지나 다시 Ahuriri River의 다른 쪽을 달려가다는데 Clay Cliffs 전체 전경이 보였다.

가까이 갔을 때는 왜 Cliffs지 했는데 이렇게 멀리서 보니까 왜 Cliffs(절벽)인 줄 알겠다.

전체적인 산? 언덕? 형태가 윗쪽에서 멋모르고 한 마리 산양이 되어 내달리다가는 떨어지기 딱 좋게 생겼다.

 

다시는 오나봐라 몸서리를 치면서 죽음의 절벽(!)에서 점점 멀어지니 또 주위 산세가 점점 험해졌다.

 

 

Wanaka는 West Cost 지역에서 동쪽으로 넘어올 때 Southern Alpine 산맥을 지나올 수 있는 길들 중에 한 곳이 지나는 지역이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Wanaka쪽으로 갈 수록 산이 많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산들이 나타났다

 

 

 

가다 보니 차들이 모여 있길래 우리도 차를 세웠다

 

 

.

 

 

 

 

 

여기는 Lindis Pass look out인데 주변 풍경이 뭔가 좀 징그럽다 ㄷㄷㄷ

가까이서 보면 성게 같은 풀이 나 있는 건데 멀리서 보면 거미나 성게나 어떤 세균이나 뭐 그런 것이 알을 까서 막 부화해서 돌아다니는 것 같다. 후미.. 징그러워.ㄷㄷ

 

 

 

Wanaka로 향하는 길이 꼬불하지만 쭉쭉 시원하게 뻗어 있다. 

 

 

산세가 높아지니 또 날이 흐려진다.

 

알을 깐 알 수 없는 개체들로 점령당한 산.. -_-) 구경을 잠깐 하고 또 길을 나섰다.

 

원래는 점심 챙겨가서 Clay Cliffs에서 느긋하게 구경하고  Ahuriri River에서 점심을 먹고 Wanaka에 2시쯤 도착, Check in을 한 다음 Rippon Winary에서 와인 시음을 할 예정이었는데, 일정에 없던 Hot tubs에서 2시간을 소비해서 Rippon Winary가 5시에 문 닫기 전에 얼른 내달려야 할 판이다.

 

 

 

Wanaka가 가까워 질 수록 산꼭대기 눈이 다 녹아내려 마치 잿더미로 덮은 것 같은 산들을 또 보게 되는가 했는데 외려 Lindis Pass를 지나자 양들이 풀을 뜯는 초원(!)이 펼쳐졌다.

뉴질랜드는 여러 의미로 참 다양한 모습으로, 내 예상을 깨고 다가온다.

 

 

 

Wanaka가 가까워지면 뉴질랜드에서 2번째로 긴 강, Clutha River 위에 놓여진 빨간색 다리(The Red Bridge)를 지나게 된다.

주변 풍경이 뭔가 싱그러운 것이 딱 첫 눈에 엇! 소풍가기 딱 좋은 장소!라고 느껴진다.

 

허나 다리가 생각보다 길지 않고, 하필 차안에서 쳐다보는 눈높이에 나무로 만들어진 다리 난간이 있어서 휘리릭 지나가는 길에 사진을 찍어 보았으나 망함. 

 

우리는 얼른 Rippon Winary가 문닫기 전에 가야해서 시간에 쫒기는 지라 차 세울 틈도 없이 바로 Wanaka로 돌진했다.

 

Rippon Winary는 여러 후기를 읽어보니 주변 경관이 그렇게 좋단다.

위치가 Lake Wanaka를 마주보고 나름시내(!)에서 왼쪽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올라가는 길도 녹음이 푸르르고~ 가로수가 양쪽에 쫙 늘어선 것이 뭔가 또 한 번 싱그러움이 물씬난다.

근데 그 길을 지나고 나면 의외로? 꼬불꼬불한 길을 올라가게 되는데, 얼마나 방문객이 많으면 어디로 가서 어디로 진입해라 그런 표지판도 있다.

 

 

 

와인 만드는 재료 포도가 붉은색을 띄기 시작하면 새들이 달려들어서 저렇게 그물을 씌워서 보호한단다.

 

 

Winary에 도착하니 주차장에 차가 완전 많다.

 

뭐지... 문 닫기 1시간 전인데 이 많은 인파는. ㄷㄷ

망한건가 싶어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쪽으로 걸어가니 와아아~~~~~~```

 

 

 

 

이 경치 좋은 데서 결혼식이라니. 가히 꿈의 결혼식이 아닌가!

 

경치가 장관이다! 과연! ♡_♡

사진엔 꽤 흐리게 나왔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 너무 덥지도, 춥지도, 구름도 적당히 있어 화상입을 걱정도 안되는 날씨였는데 한 커플이 결혼식을 올리고 있었다.

(다행히 그 많은 차는 하객들인 걸로!)

 

첨엔 다들 일어서서 모여 있고 신랑 신부가 맨 앞이었던 걸로 봐서 단체 촬영 후, 위에 사진은 결혼식이 끝나서 사람들이 흩어져서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는 것 같고, 뉴질랜드 사람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왼쪽 구석에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 부르며 분위기 띄우던 아저씨, 노래 잘 부릅디다! 乃

 

Winary 아니랄까봐 와인통이 테이블 대신인 듯하고, Winary 직원인 사람들이 음식도 서빙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이미 시음을 시작한 후라 안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일단 시음이 시작되면 중간에 방문자가 있어도 들여보내주지 않아서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한 그룹이 시음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언저리이다.

 

한 10분? 15분 기다리면 된다더니 한 25분은 기다린 듯.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The Red Bridge에서 차 세워서 사진을 찍던가, 숙소에 가서 Check in이라도 하고 올 것을!

 

우리 앞에 그룹이 인원이 좀 많았기에 더 오래 걸렸겠지만 기다리는데 정말 지루했다.ㅠ

 

그리고 4시 30분쯤 되서 우리가 속한 마지막 시음이 시작됐는데, 와인이 별로라는 동생은 이번에도 경치 구경하다가 지루해졌는지 차로 돌아갔다.

시음이 시작되고 호스트가 소개를 하는데 왜 그리 오래 걸리나 했더니만 와인에 대해서만 설명하는게 아니라 시음에 참여한 사람들 어디서 왔느냐 이거는 마셔봤느냐 어떤게 젤 마음에 드냐 하나하나 다 물어보니 오래 걸릴 밖에.

 

Red와 White 모두 시음을 할 수 있는데 대략 5가지 정도 했던 거 같고, Red 보다 white가 더 많았다.

시음 비용은 "공짜"지만, 나갈 때 Tip통 같이 생긴데다가 자발적으로(!) Tip처럼 주고 싶으면 주고 가라고 돈이 든 통을 보여준다;;

 

우리는 처음부터 Wine을 살 요량으로 갔기 때문에 시음 한 것 중에 마음에 드는 것으로 선물용 2병, 우리가 마실 것 2병을 샀는데 비용은 병당 $30~40불선이다.

 

한 가지 웃긴게 호스트가 와인중에 매운 음식에도 잘 어울리는 와인을 설명하면서 "한국 음식이나 멕시코 음식과 같은 매운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이라고 설명하던데, 한국 음식 = 매운 음식이라는 이미지는 뉴질랜드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_-;

 

와인에 환장(!)하는 스타일도 와인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만, 여행후기를 읽다가 알게된 소소한 정보에다 와인에 대해 조금 찾아보니 뉴질랜드 와인이 유명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기왕 뉴질랜드를 여행하는 거면 음식도 제철 음식이 몸에 좋 듯이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사면 더 싸고 맛난 와인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Winary도 가게 되었다.

 

웹서핑으로 찾은 블로그인데 와인에 대해 잘 정리해둔 글이다.(내꺼 아님, 친척도 친구도 아님)

(소비뇽이니 샤도네이니 피노누아니 이게 뭔소린지 모르겠지만 관심이 있다면 아래 링크 3개만 다 읽어도 와인 고수가 된 것 같다!)

 

https://blog.naver.com/oneflora/220915268958 - 초보자용 5가지 필수와인용어

 

https://blog.naver.com/oneflora/220979903148 - 레드 와인 종류

 

https://blog.naver.com/oneflora/221055906755 - 화이트 와인 종류

 

 

그리고 드디어 5시가 넘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오늘 우리가 묵을 곳은 Aspiring Motel.

1분도 안되는 거리에 Lake Wanaka가 바로 있고, 뒷쪽에는 New world 마트가 있어서 지리적으로는 아주~! 좋다.

 

 

 

도착하니 Reception에 앉아 있던 아가씨가 왜 이제 왔냐고, 너 오늘 투숙객 중에 젤 꼴지로 왔다고...-_-)

아마도 퇴근하기 전에 와야 할텐데 하며 오매불망 기다린 모양이다.

 

그래서 그 Reception 아가씨를 붙들고 짧은 하소연을 함;;

나 오늘 못 올뻔 했다고. Clay Cliffs 올라갔다가 죽을 뻔한 걸 살아온 거라고.ㅎㅎㅎ

그랬더니 놀래면서 괜찮냐고 완전 피곤할텐데 올라가서 얼른 쉬란다. 고맙게시리.ㅠ

 

이번에도 내부사진을 안 찍고 짐부터 풀어서 사진이 없다.ㅠ

Hot tubs에서도 9번이더니 여기도 방번호가 9번이다.

 

2층으로 된 목조건물인데 계단 바로 앞에 방이 있어서 오르내리긴 좋았다.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면 시끄러울 줄 알았는데 시끄럽지도 않았고.(내가 못들었을 수도)

 

방에 들어서니 천정이 특이하게 위에 간판 로고처럼 삼각형의 높은 천정에 전등이 하나 중간에 떡하니 드리워져 있고 여기도 산장 느낌이 나게 전부 통나무다.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고 문에서 들어오면 왼쪽에는 옷걸이가 있어 재킷을 걸 수 있고 그 아래 캐리어를 두는 공간이 있고 오른쪽엔 화장실겸 욕실인데 특이하게 욕조가 있다.

 

옷걸이 옆으로는 미니 주방인 셈인데 선반 위에는 선 꽂으면 둥근판이 가열되서 요리할 수 있는 1개짜리 스토브와 전기 물 끓이기, 그리고 미니 바(Bar)처럼 되어 있는데 오른쪽에는 의자가 왼쪽에는 선반이 있어 아래에 식기들이 들어 있고 앞쪽에는 미니 냉장고가 있다.

 

욕실 바깥 벽면과 2인용 침대 사이에 특이하게 씽크대가 하나 있고 그 옆에 카펫 재질이 깔린 선반이 씽크대 옆에 붙어 있는데 높이가 침대보다 약간 낮아서 캐리어 펼쳐두기 딱 좋다.

  

투숙 인원이 3인이라고 했는데 3인실은 없는 지 씽크대 앞쪽부터 2인용 1개, 싱글용 2개 총 3개의 침대가 쪼로록 놓여있고 침대 머리맡 윗쪽에는 개인용 전등도 1개씩 있다.

오늘 개고생한 나를 배려해서 두 남정네가 넓은 데서 혼자 팔다리 쭉 뻗고 편히 쓰란다.

 

침대 앞쪽 미니 바(Bar) 의자 오른쪽에는 소파와 낮은 탁자, 의자가 있다.

그리고 맨 끝 쪽 싱글침대 옆에 미닫이 문을 열고 나가면 테라스가 있는데 거기에도 탁자와 의자가 있어서 담소를 나누기에 좋다.

 

뭔가 방 구조가 알차서 맘에 들어 하고 있는데 나보다 코가 덜 예민한 신랑이 이 방 카펫이 별로라며 냄새가 난단다.

코는 내가 더 예민한데 뭐지.. 난 괜찮은데 했는데, 신랑이 이거 보라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이 숙소는 환기가 잘 안되거나, 과거에 음식냄새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나보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 한 눈에 바로 들어오지 않아서 따로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쉽게 지나치기 쉬운데 미니 주방처럼 꾸며둔 곳에 써둔 글귀가 가관이다.

 

이 숙소에서 카레나 인도 요리같이 냄새가 심한 요리는 하지 말라고, 만약 퇴실 후에 냄새가 심하게 나면 숙소 예약 시에 사용됐던 카드로 $500불을 청구하겠단다. ㄷㄷㄷㄷㄷ

 

그 글을 보고 저녁을 뭘 만들지 하다가 모든 식재료를 그대로 두고 나가서 사먹자 했다. 

배터지게 사먹어도 $500 보단 싸지 않겠냐며.

 

그 경고성 글을 보고 났더니 왠지 카펫에서 진짜 꾸리꾸리한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 같아서 신랑이 몸에 뿌리는 데오도란트 스프레이를 여기저기 뿌렸다.

그러는 사이 폭풍 검색을 하던 동생이 근처에 맛집이 있단다.

 

그리하여 간 곳이 Kai Whakapai(food made good이라는 뜻)이다.

 

 

 

 

이곳에 대해서는 뉴질랜드 여행루트 카페에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링크를 참고하길.

http://cafe.naver.com/nzroute/36762

 

우리가 갔을 때 정말 운 좋게 손님들이 방금 떠난 듯한 테이블이 하나 있어 차지하고 앉았는데 정말 동양인들은 거의 없었고 손님들로 바글바글하다.

 

뉴질랜드는 로컬에서 직접 맥주를 만들고, 맥주 페스티벌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맥주들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여기 레스토랑인지 펍인지 알 수 없는 곳에서 로컬 맥주로 상 받았다는 글귀가 간판에 적혀 있었다.

 

 

 

개인컵 들고 오면 가격을 깎아준다는구만.

 

이 음식점을 검색하던 동생 말에 의하면 여기 음식이 맛나고 커피와 맥주도 맛나단다.

 

 

 

우리 셋다 너무나 좋아한 Open Steak Sandwich

 

 

 

Cardrona Gold Lager 2잔과 Lake Cider

 

아침에 스파게티 먹고 나서는 Cookie time으로 허기를 달랬던 지라 이른 저녁을 먹자고 맛난거 시켜보자며 Open steak sandwich를 3개 시키고, 로컬 맥주가 궁금해서 어떤게 잘 나가느냐고 직원한테 물어서 신랑과 동생은 Cardrona gold lager를, 나는 Lake cidar를 시켰다.

 

 

 

Cardrona Gold lager 매력에 푹 빠진 신랑과 동생이 쭉쭉 들이키는 중

 

인기 있는 맥주 2가지 중 하나인 Brewski는 마침 똑 떨어져서 Cardrona Gold Lager를 다 마시고 또 다른 맥주 두 가지를 더 마시고 나니 그제서야 채워놔서 나오기 전에 맛볼 수 있었다. 근데 Brewski는 난 그닥...

Cardrona Gold lager가 최고임!! 乃

 

 

 

1 Pint를 후딱 비운 신랑이 다른 맥주를 또 사왔다. 

 

근데 우리가 시킨 이 음식이 이게이게 초대박임!+_+)/

 

오늘 생고생을 해서 그런가 아님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점심을 못 먹어서 그런가 너무너무 입에 쫙쫙 붙는 것이 맛있는거다.

오죽하면 먹고 숙소로 돌아와서는 바로 카페에다 자랑질을;;

음식하나에 이렇게 행복해질 수도 있구나 싶은 것이 오늘은 정말 극과 극의 감정을 경험했다.

 

 

아까 와인도 마셨겠다, 또 여기서 맥주도 마셨겠다 알딸딸~ 한게 기분도 좋고 와글와글한 분위기도 좋아서 숙소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이날은 금요일 저녁!) 계속 앉아 있자니 호수 너머 하늘에서 너무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는 거다.ㅠ

하.. 진짜 이노무 날씨.ㅠㅠ 오늘도 아니나 다를까 해가 떨어지려고 하니 또 먹구름이 귀신같이 알고 몰려온다.

 

 

 

 

더 앉아 있다가 비라도 맞을까봐 술이 먹고 싶으면 뒤에 New world 마트에서 사서 테라스에 테이블도 있겠다 거기서 마시자 합의 보고, 호수를 따라 잠깐 걸었다.

 

 

 

우연히 호수 분위기 찍는다고 찍은 이 사진은 영화 Life of Pi 후반부에 나오는 섬같다.

잘 보면 여인이 누워있음.ㄷㄷ

공교롭게도 수영하는 사람들을 위해 떠 있는 물 위의 저 raft 마저도 영화 속 그 작은 배처럼 느껴진다.

 

그 유명한 Lonely tree도 보러 가고 싶은데 그 존재 자체를 모르는 신랑과 동생한테 설명설명 해봤지만 가까운 곳에서 보이는 게 아니라 한참을 걸어가거나 차를 타고 가야할 판인데 지도를 보니 너무 멀다.

셋 다 술기운이 돌아 기분좋은데 이 상태로 나무 한 그루 보자고 거기까지 둘을 설득해서 가기엔 비도 올 것 같고, 운전은 아예 불가능하고 나도 오늘은 너무 피곤하고ㅠㅠ.

 

 

 

 

Lake Wanaka는 날씨도 날씨지만 물빛이 우리가 지나왔던 다른 호수처럼 특출나게 푸르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 마을 자체가 주는 특유의 여유로움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냥 이 마을에 며칠 눌러앉아서 이 여유로움을 마음껏 느끼고 싶을 정도로.

 

 

 

베란다에서 찍은 숙소 근처 전경.

하늘보고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_-)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New world에 들러서 뉴질랜드에서 인기있는 로컬 맥주를 사서 맛보자 의기투합했다.

근데 Speights가 맛나다는데 첨엔 못 찾다가 나중엔 종류가 여러가지라 어떤 걸 사야할 지;;

게다가 1병씩은 안파는 지 다 큰 박스다.

그래서 인터넷서 찾아본 뉴질랜드 맥주 순위 안에 있는 Tui가 그나마 12개짜리 있어 그걸 사서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호숫가가 쌀쌀했던지, 저녁먹은 지 얼마됐다고 숙소로 돌아오니 나중에 Milford Sound 갈 때 먹자고 Tekapo에 있는 4 Square에서 산 한국 컵라면이 눈이 들어와서 셋 다 테라스에서 바깥 경치를 구경하며 먹었다.

방안에서 먹었다가는 $500 내게 될까봐 락앤락 도시락통에 옮겨서 들고 다니던 김치도 같이 테라스로.

역시 한국인은 맵고 짠게 최고야 한 번씩 먹어줘야돼 이러면서 Tui 맥주도 한 잔씩하고.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가 꽤 많은 사람들이 늦은 시간까지 차려 입고 무리지어 가는 연세 지긋하신 분들도, 남녀가 섞여서 깔깔깔 거리며 길을 건너던 한 그룹의 청춘들도 모두 즐거워 보였다.

   

배가 부르고 술기운이 도니까 점점 몸이 더 무거워져서 낮에 Hot tubs에서 썼던 수영복을 널어 놓고 오늘은 내가 제일 먼저 뻗었다.

 

반응형
반응형

한 밤 중에 알람 맞춰둔 것도 아닌데 갑자기 벌떡 일어나졌다.

 

밖으로 나가니 정말 칠흙같은 어둠이...

왜 여기서 별보기 좋은지 이해가 되었다.

우리의 올 곧은 소나무들이 정말 최소한의 불빛만 빼고 다 가려주고 있었으니!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우중충한 하늘은 여전했다.

아무리 하늘을 헤집어 봐도, 별은 정말이지 1개도 안 보였다... OTL

 

보름이라 하늘이 희뿌연것이, 뭔가 창호지문으로 보이는 불빛처럼 하늘만 환한 거 같긴 한데 구름으로 가려서 확실하게 보이진 않고...

 


밖에서 좌절해 있는데 나 말고 또 누가 별 보러 나온 것인지 어떤 불빛들이 다가 오는데 방갈로로 돌아가도 잠이 올 것 같지 않고, 폰 보고 있으면 불빛에 신랑이 깰까봐 공용화장실겸 샤워실로 갔다.

 

갑자기 막 너무 서러워서 뉴질랜드 여행루트에 접속해서 막 하소연하고 있는데 이 공용화장실겸 샤워실이 움직임이 없으면 불빛이 꺼지는 시스템인가보다.

갑자기 불빛은 꺼졌고 난 공용화장실겸 샤워실 안에 있고 주위가 깜깜해졌다.

 

급 무서워져서 폰으로 후레쉬를 켠 뒤 후다다다닥 일어나서 팔을 휘저으면서 이리저리 움직이다 불이 켜져서 나왔는데, 누군가가 때마침 문 앞에서 안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비밀번호 누르는 시스템)

 

모르긴 몰라도 안으로 들어오려던 그 사람은 껌껌했는데 갑자기 안에서 불 켜져서 놀랐을 거라는..ㅋ

 

정말 이번 여행은 별보는 건 아닌가 보다 하아... 한 숨 쉬면서 깜깜한 길을 핸드폰 후레쉬기능에 의지해 방갈로 쪽으로 걷는데, 자박자박 길 위에 깔린 자갈 소리를 내며  누가 나에게로 다가오더니 팔을 덥석 잡는 거다.

으아아아악~`` 소리를 내고 보니 신랑이다..ㅎ;;

 

나간 지 한 참 된거 같은데 안와서 찾으러 나왔단다.

그래서 신랑 붙들고 또 하소연함.ㅠ

오늘 원래 여기서 은하수 봐야 되는데 망연자실 해 있다가 누가 나오길래 무서워져서 공용화장실겸 샤워실 안에 들어가서 인터넷 카페 들어가서 하소연했는데 갑자기 불 꺼져서 식겁하고 나오는 길이라고.

 

별이 없는 걸 어떡하냐고 들어가서 자자 해서 신랑 손에 이끌려 다시 돌아갔다.

 

 

 

아침에 또 제일 먼저 눈이 떠져 폰을 들고 밖으로 나오니 Lake Tekapo는 경치가 장관이다. 

 

 

아침부터 어느 처자가 그 차가운 물에서 수영을 한 건지, 흰색 수건을 두르고 숙소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는데 그 뒤로 깔린 구름이 이뻤다.

 

역시 날씨따윈 상관하지 않고 예쁜 건 어떤 조건에도 예쁘구만.

 

 

 

오늘도 시작을 우중충한 날씨로 시작하지만 갈 길이 멀기에 또 아침을 해서 먹고 길을 나서야 하기에, 엽서에서나 볼 법한 그림 한 장 찍고 또 언제올 지 모르니 우리가 지냈던 곳들 풍경도 한 번 찍고.

 

 

 

밤새 비가 얼마나 왔는 지, 땅들이 촉촉하고 식사하며 삼삼오오 앉아 있던 테이블들도 물기를 가득 머금었다.

 

 

 

아침 얼른먹고 가자니까 먹으란 건 안 먹고 셔터만 눌러대는 신랑을 보고 뿔난 나... -_-)m

 

아침식사는 날이 서늘하기도 하고 해서 국물이 떙겼다.

입국심사대에서 식겁한 거대 멸치육수로 국물을 내고, 어제 먹다 남은 소고기와 계란으로 고명한 떡국인데, 간밤에 신나게 맥주를 마신 신랑과 동생은 속이 더부룩한 지 떡국이 느끼하단다.

 

난 뜨끈한 게 맛만 좋던데... -_-)

 

 

몇 숟가락 뜨다가 결국 자리를 뜬 신랑은 Lake Tekapo 사진을 더 찍으러 갔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이른 아침의 호수 분위기가 좋다.

 

 

 

이른 아침부터 누군가가 떠나기 전에 수영을 하고 있다. 물이 꽤 차가울 텐데.. ㄷㄷㄷ

 

 

 

아침을 대충 먹고 나처럼 Holiday park의 전경을 담기위해 곳곳의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던 신랑이 한 가득 오리 사진을 찍어 왔다.

꼭 동네 오리들이 다 모여서 오늘은 어디서 청소를 할 지(!) 모여서 구역을 정하는 회의를 하는 것 같다. ㅋ

 

 

 

설거지를 다 하고 각종 식기들, 그리고 공용 냉장고에서 우리 물품 챙겨 떠날 준비를 하는데 커피를 파는 직원이 나타났다.

Booking.com 숙소 이용 후기에 왤케 자꾸 커피를 언급하나 했더니 저렇게 팔고 있어서 사 마셔봤냐였군.

아침 일찍 서둘렀더니 9시가 되기 전에 짐을 다 챙겨서 떠날 수 있었다.

 

그 유명한, 세계에서 손꼽히는 이쁘고 호수에 가깝다는 교회, Church of the Good Shepherd (선한 목자의 교회)는 둘러봐야 할 것 같아서 아침 일찍부터 갔다.

 

교회는 정말 아담했고, 들어가볼 수는 있지만 내부 사진은 못 찍고... 밖에서 찍었다. -_-)

 

계단 앞에 출입 가능한 시간이 있었는데 아침 9시부터이다.

우리가 9시 10분도 안 되서 갔는데 벌써 삼삼오오 사람들이 몰리고 있었는데, 평소엔 얼마나 많을지!

 

교회 영내(?)로 들어서서 왼쪽으로 둘러보고 있는데 갑자기 한 대의 드론이 날아올랐다.

 

저런!! 방금 드론 날리지 말라는 팻말을 교회 왼편에서 보았는데!!!

 

그러고 나는 사진찍느라 교회 뒷편으로 걸어내려가서 못 봤는데 동생 말로는 그 드론 교회 관계자한테 뺏겼단다.

드론 가지고 여행하시는 분들은 조심하시길!

 

 

 

Church of the Good Shepherd에서 4 Square 쪽으로 넘어가는 다리 쪽에 물이 유난히 푸르다.

 

 

 

다리 아래 하얀게 뿅뿅뿅 떠 있는게 양식을 하는 건가? 설마 연...어?

 

 

 

멀리 Mt John 위에 천문대 건물이 조그맣게 보인다. 

 

 

 

다리에서 본 교회와 Tekapo 전경. 점점 더 많은 차들이 도착하고 있다.

 

 

어제 우리가 걸어서 갔던 4 square 언저리. 반대쪽서 보니 또 다르구나.

 

 

교회 전경

 

 

그 유명한 교회 내부

 

 

Shepherd 동상은 교회랑 가까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은근 호수를 마주보고 오른쪽 저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것도 막 사진과 같은 가시 덤불 사이에 싸여서.

왜 가시 덤불을 주위에 심어놨을까. 꼭 조각상이긴 하지만 왠지 댕댕이 도망 못가게 하는 느낌.ㅠ 

 

 

Church of the Good Shepherd에서 바라보는 경치도 장관이다.

폰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사람들이 점점 더 몰려들자 우리는 또 우리 일정을 위해 떠났다.

 

 

오늘의 메일 일정은 Mt Cook에 가서 Hooker Valley Tracking인데 어제 하루 종일 비 뿌린 것도 모자라 아침부터 흐린 날씨가 마음에 걸렸다. Tracking하면서 비가 안와야 할텐데..  

 

 

Mt Cook으로 향하는 길에 연어를 사서 갈 예정인데 Mount Cook Alpine Salmon이 Lake Pukaki에 있다고 해서 팻말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가고 있는데 저 멀리 구름이 푸르스름 하다?

 

 

 

가다가 그나마 좀 이뻐 보이는 곳에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는데 참 넓기 그지없다 허허

Lake Pukaki는 뭔가 소다수 같은 느낌?

왠지는 모르겠는데 약간 Lake Pukai의 물을 마시면 밀키스 맛이 날 것도 같았다.ㅎㅎ;

 

 

 

카페에서 보면 Lake Pukaki의 색이 훨씬 이쁘다고 하던데...

난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아니면 날씨 때문인가.ㅠㅠ

 

하나도 더 좋은 걸 모르겠다. 그냥 비슷한 색의 호수가 참~ 넓구나. 무지막지하게 넓구나 그 뿐.

 

 

가다 보니 Salmon 파는 가게가 오른쪽에 보인다.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아주~ 많은 사람들이 차를 세우고 Salmon을 사러 온 것 같지만, Salmon 보다 옆에 화장실 이용객과 Lake Pukaki를 감상할 겸 겸사겸사 차를 세우는 듯.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오면 주차장도 넓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동생이지만, Salmon을 먹고 안 좋은 기억이 있었던 동생과 원래 '날 것'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신랑, 글고 주면 먹고 뭐 없으면 말고인 나 인지라 그렇게 맛나다 후기가 많던 연어회를 세 사람인데도 한 팩만 샀다.

 

생각보다 가게는 아담하고 파는 곳도 규모가 작음.

Sashimi(회)랑 Fillet(넓적하게 살만 발라낸 것), 그리고 Whole fish(통째로) 등등 다양하게 팔고 있었는데 우리는 바로 Tracking 갈 거라 회만 한 팩 샀다.

특이하게 귀한(!) 젓가락과 와사비, 간장도 원래는 따로 사는 건지?? Free로 준다며 강조를! -_-;; 

 

 

 

 

그리고 남섬에서 가고 싶었던 곳 중에 한 군데인 Mt Cook으로 가는데 날씨 보소... ㅠㅠ

지대가 그리 높게는 안 느껴졌는데 신기하게 구름이 산을 비비면서 지나가고 있다.

 

 

 

왼쪽엔 산이, 오른쪽엔 Lake Pukaki를 끼고 달리는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오늘 이러다가 어느 후기에서 읽었던 것처럼 막 비바람을 헤치면서 Tracking하는 거 아닐까... 걱정하면서 Mt Cook을 향해 갔다.

 

우비를 챙겨오긴 했지만, 쓰고 싶진 않은데. 쩝.

 

 

 

 

 

참말이지 뉴질랜드 날씨는 진짜 변화무쌍하다.

Lake Pukaki를 지나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이 맑아졌다.

 

Mt Cook 가는 길이라고 해서 사실 산악지대에다 오르막길 막 있고 그런 험난한 길을 상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산꼭대기 만년설도 보인다.+_+

 

 

 

유독 산을 좋아하는 나는, 만년설이 남아 있는 산을 보니 사진찍고 싶은 충동이 절로 일어났다.

 

 

 

Mt Cook으로 가는 길이 그냥 엽서가 따로 없다.

만년설과 쭉쭉 뻣은 산세와 더불어 고맙게도 날씨도 점점 더 맑아졌다.

 

 

 

가면서 찍고 또 찍고 자꾸 길 가다가 차를 세우게 된다

 

 

 

캬~ 캠퍼벤까지 한 대 지나가주시고. 완벽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 중 여러 멋진 사진들이 있지만 이 사진은 단연코 최고로 멋짐! 乃

 

 

 

우리가 머물렀던 Aoraki village 전경

 

 

 

Tracking 하러 가는 길. Hooker Valley Tracking road.

만년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하악~

 

 

Hooker Valley Tracking 주차장에 많은 차들이 벌써 주차되어 있다.

 

아직 Check in 하긴 이른시간이라 Aoraki Village를 지나 Hermitage Hotel로 갔다.

원래는 여기서 1박 하고 싶었지만 어찌나 숙소가 빨리 차는지... 멋진 경치를 배경으로 식사라도 하자 싶었는데, 소문에 Hermitage Hotel에 중국인들이 뜨면 부페 자리가 없대서 Tracking 가는 길에 먼저 예약했다.

 

근데 초행길이라 어디로 가야할 지 막막했는데, 호텔 앞에 주차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보통 Check in 하는대로 Reception에서 예약을 하면 된다.

보니까 스테프가 커다란 예약노트를 펼쳐서 예약하면 시간대 별 아래에 이름을 적어둔다.

 

 

저녁 부페를 예약하고나서 Tracking을 하기 위에 Hooker Valley Tracking Road를 따라 끝까지 가니 차들이 잔뜩 있는 주차장이 나왔다.

11시 좀 넘은 시간인데 벌써 주차장은 관광객들로 거의 만차다.

 

만년설이 코앞에 보여서 우와~~~~ 함성 한번 발사해 주고 물과 간식만 챙겨 우리도 Tracking을 시작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면 화장실 건물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사람들이 가는 데로 따라 가면 된다.

시작길에는 Hooker Valley Tracking 팻말이 있는데 왕복 3시간 걸린단다.

 

 

 

주차장 전경

우뚝 솟은 나무 쪽으로 걸어가면 Tracking 시작이다

 

주차장에 보면 녹색 지붕의 화장실이 보이는데 Hooker Valley Tracking 길 중간에 간이 화장실이 있긴 하지만 1군데 뿐이고, 종점에는 아무 것도 없으니 들렀다 가는 것이 좋다.

만년설에 너무 정신이 팔려서 썬크림도 안 바르고, 화장실도 안 들르고 얼른 만년설을 더 가까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너무 준비없이 후다닥 Tracking을 나섰다.

 

길 나서기 전에 꼭 폰이랑 카메라 베터리를 확인하고, 물병에 물도 잘 채우고(600ml로 모자랐다) 간식이나 식사도 꼭 챙기고, 우산이나 우비도 챙기고 가길 바란다.

물은 거꾸로 꽂아 쓰는 정수기용 물통 싸이즈의 물을 들고 온 사람도 봤다. ㅋ 

 

 

 

가다가 보면 오른쪽에 우뚝 솟은 Hermitage 호텔도 보이고, Aoraki Village가 산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Hooker Valley 길은 자잘한 자갈 같은 돌들이 많은 길이 초반에 이어지고, 그늘은 초반에만 정말 잠깐 있다.

처음부터 거의 끝까지 계속 땡볕이라는 말을 후기에서 읽었던터라 나는 그늘이 없으면 내가 만들어 다니면 되지 싶어 애초부터 머리에 열이 많은 나는 모자대신 '양산'을 들고 길을 나섰다.

 

그리고 산자락이니까 혹시나 추울까봐 그리고 목부분을 화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나름 계산해서 짧은 소매의 목티를 입었는데 생각보다 평지여서 의외였... 결론은 매우매우 더웠슴.

그래도 혹시나 뉴질랜드 여행루트 카페에서 본 것처럼 화상으로 고생하느니 꿋꿋하게 옷으로 철통방어하고 Tracking을 했다.

 

 

 

만년설이 드디어 바로 앞에!

만년설이 녹아 폭포수처럼 흘러 내리는데 산에 있는 흙이 섞여내려 색깔이 뭔가 재를 섞은 것 같다. 

 

 

 

걷다 보면 나오는 첫 번째 흔들다리. 전경이 멋지다

 

 

 

 

첫 번째 흔들다리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만년설에 대한 설명이 있다

 

길 가다 보면 첫번 째 다리를 앞두고 탁트인 전경을 두고 위 사진처럼 설명이 적힌 Look out이 나온다.

 

잘 들어보면 만년설이 녹으면서 돌멩이나 눈이 떨어져 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데~~~

들리기는 무슨..ㅋ

호수에서 시작되는 강이 경사는 별로 안되어 보이는데 생각보다 콰콰콰 거리면서 흐르는 물소리와 주위가 온통 풀밭이다 보니 풀벌레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아.무.소.리.도. 안 들렸다.

 

대략 백년 전에는 빙하가 저 골짜기 바닥으로 떨어져나와서 여기서 빙하위로 걸어올라 가 볼 수도 있었단다. 

 

Tracking 하는 내내 더워서 그런가 산꼭대기에 있는 만년설 한 덩어리 떨어져 나왔으면(그러면 눈사태로 위험해질 수도 있겠지만!) 이러면서 첫 번째 다리와 점점 멀어져갔다.

 

 

 

Hooker Valley Tracking 내내 만나는 다리는 총 3개인데, 셋 다 흔들다리이다.

첫 번째 다리가 아마 제일 처음 경험해서 그런가 제일 무서웠다는 후기를 종종 접해서 첫 번째 다리서 엄청 쫄았는데 사실 나는 두 번째 다리가 더 무서웠다.

 

 

 

흔들다리를 지나가는데 흔들다리 바닥이 뭔가 허술하게 나무로 되어 있다. 그리고 바람에, 혹은 여행자들에 의해 흔들흔들거리는데 정말 무서움..ㅠㅠㅠㅠㅠㅠ 

걍 그냥 셋 다 무서움.ㄷㄷ 

 

 

 

이게 하중이 20명까지인데 건너기 전에 20명인가 아닌가 살피면서 걸어가는데 아무도 신경을 안 쓰는거다.

나만 쫄아가지고 숫자 세면서 후다다닥 걸어갔다. 

 

 

 

 

다리 아래 물은 깨끗함과 거리가 먼... 무슨 공사장에서나 볼법 한, 시멘트 씻은 물 같음

 

 

 

 

길에는 그 땡볕인데도 이끼도 있고 예쁜 풀꽃도 피어있다.

 

다리 3개만 지나면 된다고해서 다리가 언제 나오나 이것만 오매불망 기다리면서 걷는데 다리들 정말 안 나옴.ㅋ

출발하고 얼마 안되서 곧 화장실이 가고 싶어져서 물도 거의 안 마시고 걸었는데 다행히 2번째 다리던가? 건너고 나면 풀 숲 사이에 누가 툭 던져둔 거 같은 간이 화장실이 있다.

대형 성게처럼 생긴 풀도 어찌나 튼실하신지 막 허리까지 오는.ㄷㄷ

 

한국이나 호주처럼 간이 화장실은 냄새가 최악에 막 파리가 득실거릴 것으로 생각하고 가고 싶진 않았지만 Tracking 시작하고 10분도 안되서부터 입질이 온 지라 눈물을 머금고 갔는데 왠~일?

뉴질랜드는 간이 화장실도 깨끗하다!

 

바로 앞에는 다리 위에서 보던 시멘트 물이 아니라 Tekapo나 Pukaki 호수에서나 볼 법한 맑은 물이 흐르니 물에 손을 담그거나 씻을 수도 있다.

 

 

 

중간중간에 졸졸졸 흐르는 물은 깨끗하기 그지 없다. 신기함+_+

 

그렇다 해도 아무리 물이 깨끗해도 얼굴을 씻거나 팔을 씻거나 머리를 감거나 하면 안된다!

Tracking이 끝나고 나면 피부가 홀라당 탈 수가 있다. ㄱ-

 

다리 3개를 건너고 나서 걷다보니 1시간 30분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실상은 폰 밧데리가 다 떨어져서 사진을 거의 못 찍어서... 또르르.

 

도착해서 보니 Hooker Lake 근처에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이 있고, 그 주위도 평평하게 돌들로 울타리처럼 둘러싸져 있어서 그 위에 걸터 앉아 간식이나 점심을 먹을 수 있다.

 

우리가 나설 때 주차장에 차가 많더라니 거긴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만땅으로 점령하고 있었다.

 

그래서 날도 덥고해서 호수 가까이로 내려갔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Hooker Lake는 빙하호수라서 그런가 막 도착했을 때는 아주 더웠는데 아랫 쪽 호수 근처는 시원했다.

 

 

 

셋이서 먹다보니 한 팩이 금새 쭉쭉들어가서 먹다 말고 사진을 한 방!

 

호수 바로 앞에서 넓직한 바위 위에다 여기서 먹으려고 싸들고 온, 오는 길에 산 Salmon을 펼쳐서 먹었는데 정말이지 처음 먹어 본 Salmon 회는 탱글탱글하기 그지 없다!

사서 바로 먹었으면 더 맛있었을텐데 1시간 이상 따뜻한 날씨에 싸들고 와서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을텐데도 여전히 회가 시원했고 맛도 괜찮았다. 

 

Mount cook Alpine Salmon에서 파는 간장이랑 와사비에도 찍어 먹고, Kaikoura에서 회 먹을 때 썼던 초고추장도 들고 와서 찍어 먹고~ 맛있슴 +_+

 

개인적으론 초고추장이 더 좋았는데 동생은 와사비 간장이 완벽 궁합이라고..!

 

 

 

회를 먹고 주위를 둘러 보는데 이 햇살 쨍쨍한 날씨에 Hooker Lake에 빙하가 둥둥 떠 있다.

그리고 저 멀리 흙으로 덮힌 부분도 자세히 보면 그 아래는 뉴질랜드 전매특허 호수 색깔의 빙하가 있다!!!!

역시 줄 곧 예상했던대로 빙하와 만년설이 녹은 물들이 고여서 만들어진 호수가 에메랄드빛을 띄는 게 맞는 것 같다. 


어디서 읽었는 지 기억이 안나는데 뉴질랜드 빙하들이 15,000년 동안 녹아내리고 있다고 하는 글을 봤는데 비록 흙에 덮혀있어 직접 햇빛을 받지는 않겠지만 호수물에 맞닿아 있는 빙하라... 아무리 호수 물이 차다고 한들 결국은 다 녹지 않을까.

왠지 아주 오래 전에는 저렇게 멀찌감치서 흙에 덮혀서 보이는 빙하가 내가 서 있는 이 곳까지 가득차 있었을 것 같은데..?


지구 온난화 때문이든, 지구의 순환주기에 의한 변화든 이유가 뭐든 간에 따뜻한 기온에 샤벳트가 녹아서 결국은 설탕물이 되 듯, 다음이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녹아 저렇게 멀어진만큼 다음에 오면 흙으로 덮힌 빙하마저도 볼 수 없을 지도... 


그래서 빙하를 본 김에~ 만져보고 싶은데 빙하가 너무 멀리 있다.. -_-)

 

그나마 호수 오른쪽에 빙하들이 꽤 많고 가까이 있어서 왠 젊은이(!)들이 물에 들어가려는 지 수영복 차림이고, 왼쪽에서는 빙하가 더 가까이 둥둥 떠 있긴 했는데 많지는 않아서, 나도 둘 중에 한 군데에 가서 빙하를 만져보고 싶은데 두 군데 모두 물에 안들어가고 건지기엔 너무 멀다.ㅠ

 

호수 오른쪽 빙하앞에서 마치 물에 들어갈 것 같던 젊은이들은 물이 너무 차가워서인 지 안 들어가고 빙하를 돌 던져서 깰 요량인지 돌만 던지기에 혹시나 호수에 들어가면 꼽사리를 기대했다가 포기, 우리도 돌을 던졌...

근데 빙하를 맞추는 것도 잘 안되서 재빠르게 포기. ㅋ

 

빙하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우리 찍사님. 둥둥 떠다니는 빙하랑

 

저 멀리 호수 너머 3,724m 높이의 Mt Cook 꼭대기는 결국 구름에 가려서 못 봤는데, 느낌상으로는 별로 안 높아 보이지만 Lake Hooker 주위 산들도 꽤 높은지, 꽤 낮은 곳까지 만년설이 있다.

그 높아보이는 Lake Tekapo 주위 산들은 다 녹고 없는데!

 

 

 

셋이 단체 컷.

 

우리도 둥둥 떠다니는 빙하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여행객들은 사진을 찍는 모습도 참 제각각이다.

 

우리가 사진 찍었던 자리 옆에서는 왠 총각이 혼자 앉아 있었는데 카메라 렌즈도 막 머리만한 거 들고 와선 만지작만지작 거리면서 돌멩이를 던져서 파랑을 일으켜서 사진을 찍고 또 찍고... 물에도 막 들어가고 그러면서 작품을 찍는 듯 했고, 또 오른쪽에서는 원기활성한 젊은이들이 점프 하면서 사진을 찍는데 잘 안되는 지 깔깔깔 거리면서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고 있었다.

 

 

 

우리는 뛸 힘도 물에 들어갈 패기도 없어서 셋이 오붓하게 돌 위에서 삼각대를 세워 리모콘으로 편하게 찰칵하고 ㅎㅎ

 

 

 

호수 맨 왼쪽으로 가면 빙하와 만년설이 폭포수로 녹아 모인 빙하수(?)들이 다시 Hooker River가 되어 흐르는 입구가 있는데 진짜 물이 콸콸콸콸 흘러 내려간다.

 

뉴질랜드가 전체적으로 지대가 높은 건지, 아랫쪽으로 갈 수록 높은 산도, 강수량도 많아 보이고 겨울에 내린 많은 눈이 여름이 지나 가을로 접어드는 현재까지도 녹아내리면서 흐르고 있다니!

곧 또 겨울이 될텐데 그러면 또 눈이 내릴 것이고, 그렇게 내린 눈이 일년내내 녹아 흐르니 대지가 물이 풍부한거구나 싶었다. 

덕분에 나무들도 풀들도 푸르고 싱싱하기 그지 없고, 그 드넓은 대지에 풀들이 잘 자라서 양도 키울 수 있고!

 

양은 원래 유럽과 아시아가 원산지라는데 대지에 물이 풍부한 덕분에 뉴질랜드에서 제대로 목축업이 정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진찍는 사이 Mt Cook 산신령이 녹아내리는 빙하를 보호하려는 건지, 아님 오늘은 많이 봤으니 이만 내려가거라 하는 듯이 우릴 되돌려 보내려고 Lake Hooker에 도착하고는 얼마있지 않아 금새 하늘이 빠르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오는 길이 너무 더웠고, 호수 근처가 시원해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왠지 더 있다가는 폭우 만날까봐 얼른 돌아가기로 했다.

 

 

 

저 멀리 Lake Pukaki가 파란하늘 아래 아침과는 다르게 아주 푸른 색깔을 띄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비구름이 우리 뒤에 바짝 따라와서 쉬지도 않고 등떠밀리 듯 속도를 내서 걷는데도 구름이 점점 가까워져 왔다

 

 

 

자갈 길만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나무로 깔려있는 길도 있다. 

 

 

서양인들은 태양 아래서 태닝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가 호주에서 한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양산을 쓴 걸 따로 못 봤고, 양산이 필요한 순간에도 우산을 양산 용도로 쓰던데, 내가 양산 쓰고 걸어가니 마주오던 외국인 몇몇이 '그래 그래~ 이따 비 올 수도 있어'했는데, 두 번째 다리에 왔을 때쯤 갑자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진짜 비가 왔다. -_-)

 

 

 

거의 달리다시피해서 마지막 다리가 가까이 왔을 때쯤 갑자기 오른쪽에 만년설이 가득한 산에서 우르르릉~``` 하는 커다란 천둥소리 같은 게 들렸다.  

 

 

 

 

첨에는 구름으로 워낙 덮혀서 천둥인가? 했는데 Tracking 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그 자리에 얼음해서 산을 쳐다보는 것 아닌가! 

갑자기 앗! 하고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이 아까 처음 Look out에서 본 설명,

산꼭대기서 빙하가 떨어져 나가는 소리였던 것! 진짜 눈사태라도 나는 거 아닌가 싶어 갑자기 무서워졌다.

 

어느 새 풀벌레들도 조용해졌고, 사방은 내리는 비와 구름으로 점점 더 뿌옇게 덮히고 있고!

 

 

 

다리에 힘이 많이 빠졌지만 내달리다시피해서 첫 번째 다리도 지나니 초반부에 있는 돌무더기도 머지않아 보였다. 

 

휴~ 다 왔다!

 

 

 

주차장 가까이 오니 희안하게도 Tracking 시작할 때는 못 봤던 성공축하비 같은 게 있었다.

 

다 내려오니까 산신령님 그제서야 만족했는 지 비가 안오는...-_-)

우리가 내려갈 때쯤 Tracking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는데 비옷으로 무장을 하고 올라가던데 Mt Cook 꼭대기를 보는 건 둘째치고 Lake Hooker 까지 잘 갈 수 있으려나.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시간을 보니 3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땀으로 쩔은 몸을 이끌고 오늘의 숙소인 YHA Aoraki Mt Cook에 도착했다.  

근데 Google 지도 이상하다. Bowen Dr로 진입하면 가까운 데, 거길 두고 Terrace Rd로 가서 한바퀴 빙~ 둘러가게 만드는 지 모르겠슴. -_-^

혹시나해서 GPS가 안내하는 데로 따라갔는데 가까운 길로 가도 아무 문제 없다. 

 

 

 

산장처럼 생겼다고 하길래 막 나무색의 오두막처럼 생긴 걸 연상했는데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옻나무칠 같은 걸 했는 지 거무튀튀한 색깔이다.

 

처음에 직원이 내 이름을 못찾아서 예약번호를 알려주니 단번에 찾았다.

Check in은 4인실 침대 중에 3개를 예약해서 그런 지 다 따로 Check in 카드를 썼고 방 열쇠도 다 따로줬다.

Reception 주위로는 각종 여행 정보와 Free map도 있고 방으로 가는 복도에도 벽에 뭔가 잔뜩 붙어있는 것이 숙소자체가 여지껏과 다르게 정보가 가득했다. 

처음 접한 YHA 숙소인데 원래 다 그런 것인 지, 아니면 처음부터 끝판왕을 만난 것인 지?

 

 

 

숙소 안은 진짜 산장 같다. 사방이 다 통나무! +_+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지은 우리나라 전통가옥처럼 통나무에 홈을 파서 짜맞춰서 만든 것 같은?

 

이제까지 지낸 숙소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방안에 불켜는 스위치와 똑같은 스위치 하나로 에어컨을 켤 수도 있고(에어컨이 쎈데 온도 조절을 못해서 추운 건 함정), 사진에서처럼 개인용 캐비넷이 있는데, 안에는 USB로 폰 충전을 할 수도 있다! 완전 신선하다!

전기 코드가 나라마다 다르지만 USB는 전 세계 공통이니 USB가 충전하긴 훨씬 좋고 말이다.

 

 

TV 라운지도 있는데 소파가 여러 개에 소파에 추울까봐 담요도 소파마다 등받이 쪽에 걸쳐져 있다.

그리고 TV라운지 옆에는 문을 하나 사이에 두고 부엌이 있고 부엌 너머에는 또 나무로 된 식탁들이 쭉 있다.

 

식탁 의자들 하나하나에 방석이 다 메여져있고, 벽에는 Maori족 언어로 유아들이 글 배울 때 벽에 붙여 놓는 것처럼 기본적인 단어들을 배울 수 있는 것들로 꾸며 놓았다.

뭔가 정말 직원들이 내 집처럼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내면서 3가지 안 좋은 점에 있었다면 하나는 2층 침대가 심하게 낮다.

앉으면 고개를 못 든다 너무 낮아서. 어린이용 침대같음.

낮은 걸 알면서도 걸터 앉아 있으면 목이 아파서 고개 들면 꼭 부딪히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로 만난 수건이 없는 숙소다.

웃긴 건 화장실겸 샤워실에 손을 씻고 닦을 수 있는 수건이 세면대 아랫쪽에 비치되어 있다.

물론 핸드타올도 따로 있고.

 

그리고 또 하나는 세탁실에 세탁기안에 YHA Mt Cook에서 제공하는 세제 같은 게 투명한 튜브 같은 걸로 연결되어 있는데 왠만하면 쓰지말 길 추천한다.

우리도 줄 곧 가루 세탁세제를 가지고 다녀서 그걸 쓰면 되는데 왜 구비된 걸 썼는 지... 또르르

 

그 세제가 치약처럼 paste식이라 끈적끈적한게 세탁기 안에 연결되어 있어서 버튼을 누르면 줄줄줄 들어가는데 시작버튼 누르고 세탁기 뚜껑 닫고 자리를 떴는데 이게 물에 잘 안녹나 보다.

빨래를 다 하고, 건조기(여긴 $3)에 다 말리고 봤더니 그 세제 자국이 옷에 선명하게 그대로 남아 있다... -_-)

 

그래도 좋은 점이 훨씬 많은 숙소였다.

무려 세탁실 옆에 Dry room도 있다.

빨래나 젖은 신발, Tracking 용품 같은 걸 따로 말리는 공간인데 안그래도 변화무쌍한 뉴질랜드 날씨에 참 고맙기 그지 없는, 센스가 돋보이는 공간이다. 그것도 모든 것이 실내 안에 다 있는 산장형식인데!

  

YHA Mt Cook은 실내 여기저기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거 찾아 읽는 맛이 있달까?

 

 

 

복도에는 YHA를 미리 다녀간 여행자들과 스텝들이 남겨둔 여행지 팁이 지도위에 빼곡하게 메모지 형태로 붙어있다.

다음에는 YHA만 예약해서 다녀도 좋겠다는 생각이 물씬드는 것이 정말 좋은 생각 같고 가장 인상 깊었다.

따로 광고가 뭐 필요 있나, 이게 광고지 싶었다. 

 

사진이 흔들려서 올리진 않았지만 뉴질랜드에서 볼 수 있는 동식물에 관한 정보도, 이 일대의 옛날 지도라던가, Mt Cook의 빙하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 지 그런 과거와 현재 비교 사진도 있고. 

 

 

 

빨래가 다 되길 기다리는 동안 침대에 누워 각자 책도 보고, 인터넷도 하다가 세탁실이 숙소 출입구 근처에 있어서 빨래를 찾으러 가는 김에 밖에 나가 봤더니 그 새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개었다. 

 

 

 

숙소 앞 주차장 너머로 무지개가 떠서 후다닥 폰을 들고 나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그 새 희미해졌다. -_-)

 

Hooker Valley Tracking이 평지고 쉽다고 하는 글을 많이 봤는데 체력이 워낙 저질인지 많이 피곤했다.

저녁에 부페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잠시 눈을 붙였다.

 

그리고 부페 시간에 맞춰서 Hermitage Hotel에 갔는데 부페 식당은 같은 층이고 Reception 반대쪽 구석에 있다.

비용은 식사를 다 하고 난 후에 지불을 하면된다.

 

 

 

나름 오전에 일찍 예약을 해서 그런가 창가 쪽으로 자리를 안내해줬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여름에도 이렇게 멋진데 겨울에는 정말 끝내줄 듯!

 

 

 

식사를 막 시작하려는데 밖에서 Tekapo에서 본 같은 류의 토끼 한 마리가 함께 식사를 하러 왔다.

 

 

 

밥 먹는데 직원이 와서 우리 사진기로 사진도 한 방 찍어줬다.

 

Hermitage Hotel 부페는 생각보다 별로였다.

부페가서 후회하는 경우가 잘 없는데 호주에 Star city라고 불리다가 "The Star"로 이름이 바뀐 시드니 카지노 부페 이후로 최악이었다.

The Star가 Star city로 불리던 시절에 $29달러짜리 부페 먹으러 친구들과 우르르 갔었는데 시장에 간 줄;; 

사람이 엄~~~~~~~청 많아 분위기 따위 1도 없는데다 음식 퀄리티 별로고. 지금은 좀 나아졌으려나? 

 

Hermitage Hotel는 Salmon 요리가 여러가지였는데 이미 싱싱한 회를 접해서 그런가 별로였고, 중국인 고객층이 많아서 그런지 중국인들을 겨냥한 듯한 요리들에 심지어 음료 메뉴판은 중국인 전용이 따로 있더라는!

 

동양인은 다 중국인인 줄 아는 지, 중국인 메뉴를 갖다주기에 아니라고 해서 더 많은 옵션이 있다는 영어 메뉴판으로 바꿔줬긴 했지만. 중국인 메뉴는 차 종류가 많았던거 같다.

 

우리가 식사할 때 단체 관광객으로 보이는 중국인들과 동유럽 어디쯤에서 왔을 것 같은, 연세가 좀 있는 다수의 은발머리 외국인 그룹이 있었는데 6시라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는 많지 않은 사람들이 식사를 했는데, 창가 자리가 왕창 비었는데도 불구 음식 가까이 테이블서 와글와글하게 식사를 했다.

 

창가 쪽 테이블과 음식이 가까이 있는 실내 쪽 테이블 사이에 경계가 있는 것이 뭔가 개인적으로 예약한 사람들은 창가 가까이, 단체로 패키지 관광 온 사람들은 좀 더 싸게 제공하는 대신 경치를 포기하고 실내쪽에 앉히는... 그런 느낌이랄까?

 

암튼, 결론은 음식 가짓수도 별로 없고 가격대비 정말 별로였다. 두당 $63. 카드로 계산하면 2% 추가비용도 발생한다.

 

그렇게 뭔가 좀 여유롭게 창가 쪽에 앉아서, 운전하느라 뉴질랜드 맥주를 맛 볼 기회가 생각보다 적었던 신랑과 동생이 맥주를 마시는 바람에 돌아갈 때는 드.디.어. 내가 운전을 해서 갔다.

 

얼마되지 않는 거리지만 경차만 운전해서 잔뜩 쫄아 있는데 해도 지고~ 또 그 새 비도 온다.

Mt Cook도 별보기 괜찮댔는데 오늘 저녁도 망했구나. 쩝.

 

식사를 하고 돌아오니 2층 침대 윗쪽에 룸메이트(?)가 들어와 있었다.

어디 유럽쪽에서 온 여자 여행자인거 같았는데 자기 몸뚱이 보다 더 큰 짐을 두 개나!

그것도 모자라 더 들고 오더니 동료가 다른방에 있는 지 또 갖고 사라지고!

3:1이라 그런가 서로 "Hello" 하고는 입도 뻥긋 안한다.

 

뭐 우리도 너무 피곤했고 식사 후 배까지 부르니 대화고 뭐시기고 흥미가 생기진 않았다.

원래 일찍 잠자리에 드는 새나라의 어린이인 동생은 오늘 Tracking으로 원래 좀 안 좋은 발목이 아프다며 일찌감치 자겠다고 하고, 나도 자고 싶은데 산장처럼 생긴 숙소가 꽤나 맘에 들었는지 신랑은 이대로 자기 싫다며 동생 자게 두고 나가잔다.

 

TV 라운지로 가니 삼삼오오 여행자들이 앉아서 TV를 보는 사람도, 일정을 점검하는 사람도, TV라운지 옆에는 부엌도 있는데 부엌에선 늦은 저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각기 굽고 지지고 삶고 있었다.

 

참, YHA Mt Cook 숙소는 정말 세심한 것이, 부엌 한 구석에 당연히 나무로 커다란 책꽂이 마냥 선반을 만들어 뒀는데 거기다가 식재료를 보관한다. 녹색으로 된 스티커에 자기 이름과 방 번호, 언제 출발할 건 지 적어서 칸에다가 붙여두면 된다.

 

냉장고도 여러개다. 냉장고 마다 언제 청소를 하는 지 요일별로 청소하는 날이 다르니 장기간 머무른다면 잘 보고 똑같이 이름 방번호 떠나는 날짜 붙여서 넣으면 된다.

 

그리고 부엌 다른 쪽에는 한 쪽 면이 전부 각종 식기들로 가득 차 있고, 음식을 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거의 다 있다. 심지어 기본적으로 많이 쓰는 양념들도 구비되어 있다. 허브나 후추 소금 뭐 이런 것들 한 8가지? 정도.

 

티 타올도 깨끗한 것 쓴 것 따로 구분해서 바구니 안에 충분하게 있고.

 

없는 게 있다면 코팅된 프라이팬?(코팅이 잘 된 프라이팬은 거의 보물 수준이다!)

 

풍경을 보면서 차 한 잔 하고 싶어도 그 간 마땅한 컵이 하나 없어서 그러지 못했는데 마침 아주 큰 싸이즈의 머그컵도 있어서 홍차 한 잔씩 타서 부엌 식탁에 앉아 마시면서 신랑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얘기 나누다 말고 낮에 Tracking 하다가 너무 덥다고 졸졸졸 흐르는 맑은 물에 신랑이 머리를 감 듯 물을 뒤집어 썼는데 익은 것 같다며 변해버린 피부색을 걱정했다.

혹시나 화상을 입으면 쓰려고 샀던 Aloe Cooling Spray가 피부 재생을 도와줄거라고 하니, 질색팔색하던 신랑이 왠일로 순순히 뿌린다.

 

나도 양산을 써서 괜찮을 줄 알았지만 긴 소매 옷 덕분에 양 손등과 함께 의외로 얼굴이 탔다.

양볼이 발갛게 달아오르더라니. 양산보단 창이 넓은 모자가 최곤가 보다.

 

Aloe Cooling Spray를 뿌리곤 너무 피곤해져서 TV 라운지 소파에 누워서 있다보니 피곤했는 지 잠이 들었는데 신랑이 자러가자고 깨워서 시간을 보니 벌써 12시다.

 

 

 

 

 

보태기: YHA Aoraki Mt Cook 숙소 내 벽에 붙어 있던, 근처에서 할 수 있는 것들 정보.

 

 

 

 

 

 

 

 

 

 

 

 

 

 

 

 

 

 

 

반응형
반응형

Jucy snooze 이불이 너무 포근해서 이불을 덮었다가 발로 차면서 걷었다가 잠이 안와서 뒤척뒤척 거리는데

다른 Pod안에선 다들 코골이로 합창을 해도 될만큼 신나게 각자의 소리를 내면서 잘 자는 것 같았다.

(다인실에서 자고 싶다면, 귀마개 혹은 이어폰 끼고 노래 듣기 필수!)

 

물갈이를 하는 것인 지, 내 뱃속은 요동을 치고, 내 요동치는 뱃 속 만큼이나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도 어제도 흐리다 비오다 하면서 파란 하늘 하나 보여주지 않더니, 오늘도 꾸물꾸물...

 

어제 초저녁부터 문 앞의 원래 내자리를 실수로 사용해서 결국은 Pod를 나와 교환했던 아저씨는 어디를 다치셨는지 피부가 상했을 때 바르는 약을 얼마나 바르셨는지 오래 신은 양말 같은 고약한 냄새가 1번방 전체에 진동을 했다.(Zinc 크림이라고 아는 약 냄새인데도 참... 낯선 데서 오래 맡으니 싫다..-_-)

 

배도 아픈데 코까지 괴로우니 화장실을 들락거리다 날도 샜고, 털고 일어나 일정표를 들고 공동구역으로 가서 오늘 일정을 점검을 했다.

 

오늘 일정은 Sim card를 사고, About New Zealand, Christchurch 공항지점에서 렌트카를 인수받고, 며칠 먹을 장을 봐서 Kaikoura로 이동, 오후 4시에 예약해둔 Fishing tour를 하고, 남동생이 좋아라 하는 해산물, 특히 Crayfish를 저녁으로 냠냠 먹는 것이다.

수 많은 여행기들을 읽으면서 Crayfish가 그렇게 맛나다는 글을 하도 자주 봐서 나와 특히나 동생은 오늘 일정을 매우 기대하고 있고, 동생과 좋아하는 부류가 상극인 신랑은 돌고래랑 수영이나 하지 바다곤충(sea insect)을 왜 그리 좋아하느냐고..ㅋ

 

화장실을 들락거리면서 본 표지판. 2016년에 얼마나 지진이 심하게 왔으면, 혹은 얼마나 자주 지진이 일어나면

저런 표지판을 화장실에 다 만들어 놨을까 싶었다. 

 

 

어제 밤 늦게 도착해서 본 공동 구역의 부엌 상태를 봐버려서 뭔가를 만들어 먹기가 꺼려졌는데 아침엔 그 새 치웠는지 좀 정리정돈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뭔가를 만들고 할 자신이 없어서 가지고 간 햇반과 밑반찬으로 아침을 떼웠다.

 

8시 30분에 렌터카 인수 받기로 되어 있어서 7시 반 넘어서 짐을 챙겨 공항으로 다시 걸어갔다.

 

뉴질랜드는 Sim card만 사도 전화,인터넷이 되서 여러 후기에서 체크한 데로, Voda보다는 인터넷이나 전화가 잘 터진다는 Spark로 진작부터 정했기에 어제 봐 두었던 매장으로 이번엔 한 번에 잘 찾아갔다.

 

 

 

 

  

사진이 심히 흔들렸지만 맨 윗줄에 보면 Traveller's pack이라고 $29, $49, $99 짜리가 있는데도 중년의 아주머니 판매사원은 우리를 보자마자 Data lover Rollover pack을 권유했다.

 

영어 울렁증인 동생은 Data only란 말을 듣고 폰이 가장 최신 것이니 동생폰으로 구글지도나 검색할 때 데이터만 있으면 된다고 그걸 덥석, 신랑도 덩달아 그걸 덥석, 각종 예약과 확인 전화를 담당한 나는 Data도 중요하지만 전화와 문자를 쓸 수 있는 걸로 해달라고 했는데 내 말을 듣지도 않고 이 아주머니 판매사원은 똑같이 나를 그냥 $45불짜리 data only로 가입을 시켰다.

 

Sim 카드를 끼우고 작동시키는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꽤 오래 시간을 잡아 먹어서 이미 시간은 8시 10분을 넘어가고 있고, 8시 반까지 렌트카 사무실까지 찾아가야 하는데 마음이 급해진 나는 안내 팜플렛을 제대로 읽을 틈도 없이 주는 대로 받아서 렌트카 셔틀을 타는 방법을 확실히 하기 위해 공항 내 I-site를 향해 뛰었다.

 

I-site에 가니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서 계셨는데 About new zealand rental shuttle을 불러야 하는데 전화를 어디서 해야하느냐고 물으니 전화번호가 여러 개라 사무실이 어딘지 봐야한다며 예약확인서 보여달래서 보여주니 전화번호를 보시고는 단번에 Apex구나 하시고는 Apex는 따로 전화하지 않아도 매 20분마다 shuttle이 오니 공항 문번호 2번 앞으로 가라 하셨다.

 

2번문은 I-site에서 보이는 가까운 문 밖으로 나가서 오른쪽 맨 끝까지 곧장 가면 되는데 8시 20분에 차가 오니, 그 때 시간이 이미 8시 18분 쯤이어서 얼른 뛰어가라고 해서 짐을 들고 우다다다 달렸다.

2번 문앞에 도착해서 한 숨 돌리고 있으니 Apex렌트카 셔틀이 바로 도착해서 타고 사무실로 이동했다.

 

Apex Christchurch Airport 지점은 About New Zealand Christchurch Airport 지점이랑 사실 이름만 다르고 같은 회사이다.

Apex에서 굴리던 차가 연식이 좀 되면 Apex라는 이름을 지우고 About newzealand라 이름을 고쳐서 싼 값에 렌트를 계속 해가는 시스템인 것 같다.

우리가 렌트 한 차도 첨엔 Apex였다가 About new Zealand로 옮긴 흔적이 있었으니.

 

 

우리 차 트렁크 위에 올라 앉은 Kea새. 호머 터널앞에서 촬영한 것이다.

뒷 유리창 글귀가 Apex에서 about new zealand로 둔갑을...

 

 

Christchurch Airport 지점은 직원들이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아니나 다를까 까탈스럽게 생긴 노란머리 덩치 좀 있는 여자직원이 우리 더러 앉으라더니 굉장한 모노톤 목소리로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 맞추는 것도 없이 굉장히 쌀쌀 맞게 진행을 했다.

 

신랑과 나는 호주 운전면허증이 있어서 따로 주행관련 질문은 하지 않았지만, 동생이 한국 면허증에 국제 면허증을 보여주자 왼쪽 차선 운전을 해봤느냐, 시외에서 주행속도는? 타운 내에서 주행속도는?과 같은 기본적인 지식을 질문했다.

 

동생이 100Km는 hundred 라고 대답했는데 50km를 오십이라고 하는 바람에 내가 영어로 고쳐준다고 fifty라고 했더니 나를 째려 보면서 "니가 가르쳐 주면 안되지! 그런 건 가르쳐 주면 안돼"하고 바로 쏘아 붙였다.

 

동생에게 홈페이지에서 찾은 호주 운전 관련 자료를 미리 보내서 읽어보도록 했고 동생도 알고 있는데 한국말로 대답해서 영어로 고쳐준거라고 했더니 찝찝하다는 표정을 짓더니만, "주로 운전은 너희 둘이 할거지?" 이러면서 신랑과 나를 가리키며 다짐시켰다.

그렇다고 재빨리 대답을 하니 그제서야 결제를 진행하고 차를 내어 주었다.

 

driving-in-nz_korean.pdf

 

 

 

우리가 주문한 차는 토요타 캠리 2009~2010년식이었는데 사진으로 보면 말끔해 보이지만 오른쪽 미등에 하얀부분이 깨져서 덧대져 있었고 사진상 티는 잘 안나지만 앞뒤 범퍼부터 옆쪽까지 스크래치 흔적이 어마어마 했다.

 

타이어도 동생이 보더니 마모가 심한데... 조심해야겠는데? 하며 걱정했다.

 

동생이 걱정하는 것을 신랑에게 얘기했더니 신랑이 촬영한 뒷 타이어.

동생 왈~ 백원짜리 동전을 홈에 집어 넣었을 때 이순신 할배 모자 옆부분이 보이면 갈아야 된단다.

 

계약서에 언제가 다음 점검 예정일인지도 적혀 있는데 우리가 빌린 캠리는 다음달 16일이 점검 예정일이란다.

한달 남짓 더 남은 기간을 고생고생하며 달리겠구나 하고 모든 차를 무척 아끼는 우리 신랑은 차가 불쌍하다며...^^;    

차를 렌트하고 나서는 신랑이 가장 왼쪽 차선에도 익숙하고 운전기간도 길어서 신랑이 먼저 운전대를 잡았다.

 

우리 셋이 재밌는 점이, 셋 다 운전 면허는 있는데 하나씩 취약점이 있어서 이번 자유여행은 솔직히 걱정이 좀 되긴 했다.

 

일단 나는 장롱면허 경력이 길어서 운전면허증을 호주에서 Full 면허(속도 제한이 따로 없는 최고 단계, 한국 면허증을 3년 이상 소지하면 발급가능함)로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이제 차 끌고 도로로 나온 지 총 기간만 치면 두 달이 채 안되는, 운전에 영 자신이 없지만 영어가능하고, 지도 읽기 능력만(!) 탁월해서 인간네비게이션이다. 그런데 방향감각은.......-_-)a

 

신랑은 운전경력 오래됐고, 차분해서 왼쪽 차선은 당연히 능수능란하고 산악지역도 곧 잘 가는데 지도를 못 읽는다 -_-;;

그런데도 한 번 지나갔던 길은 잘 찾아서 돌아간다. 운전을 오래해서 그런지 기억력이 좋음.

 

동생은 한국에서 운전을 오래해서 운전은 셋 중에 제일 잘한다. 주차도 잘하고 지도도 잘 읽고. 문제는 왼쪽 차선에 익숙하지 않고, 일본에서 잠깐 해본 게 전부, 영어 울렁증이라 표지판이라던가 그런 건 도시이름 빼고는 보고도 그냥 지나친다.

 

하나씩 취약점을 가진 셋이서 초행길인 뉴질랜드 자유 여행 9박 10일을 감행했으니 운전자 옆자리 보조석은 항상 인간네비게이션인 내 차지이고, 신랑과 동생이 번갈아 가면서 운전을 했다.

 

렌트카를 빌리는 와중에 차가 준비되길 기다리면서 잠깐 신랑한테 폰으로 전화를 하니 전화가 안걸려서, 신랑한테도 동생한테도 다 해보라고 하니 전부 전화가 안됐다. Data only니 인터넷만 되는 것인데 동생은 인터넷 된다고 패스~ 이러고, 신랑도 패스~ 이러고 나만 안달이 나서 장을 보러 다시 공항 Countdown으로 가는 길에 Spark를 다시 들렀다.

 

 

문자와 전화가 되는 걸로 해달라고 했는데 왜 내 폰이 전화도 문자도 안되냐고 하니 나보고 충전을 해야지 한다.

아이고... 그제서야 다시 설명을 들으니 내것도 Data only 옵션이라 문자 전화는 위에껄 보고 다시 충전해야 쓸 수 있단다.

그래서 Data only 옵션 하나도 안 썼는데 취소하고 Traveller's pack으로 바꿔줄 수 없냐고 하니 또 그렇게는 안된단다.

그래서 위에꺼를 찬찬히 읽을 시간이 없어서 문자랑 통화 $5불 어치 해달라니 충전 최소 금액은 10불인데 5불씩하면 통화가 50분이라고 해서 혹시나 말이 안통하거나 뭔 일이 생기거나 해서 말이 길어지면 어쩌나 싶어 결국 10불씩으로 20불을 더 내고 충전했다.

진작에 Traveller's pack으로 했으면 이런 불상사가 없었을텐데 이번 여행 두번 째 삽질을 또 했다..ㅠㅠㅠㅠ

 

이렇게 Spark랑 실랑이 벌이는 동안에 공항안에 주차 할 데가 없어서 신랑과 동생은 공항 주위를 배회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나오는 나를 보고 태워서 공항 근처 Countdown으로 갔다.

 

거기서 먹거리 잔뜩 사고 한인마트 Kosco로 갔는데 Kosco는 Christchurch에 여러 군데가 있다.

구글로 검색해서 그나마 별점이 괜찮고 시내에 가까이에 있는, 92A Riccarton Road의 Kosco에서 장을 봤다.

장을 다 본 후에 시내 성당도 구경할 겸 Re:start mall에서 점심으로 피자가 맛나다는데 사 먹을까 해서.

 

장을 보고 나니 근처에 은행이 있어서 환전도 하고, 카드로 ATM기를 이용해서 호주카드로 NZ달러 현금을 뽑았다.

 

뉴질랜드 여행루트 카페에서는 한국에서 어떻게 뉴질랜드를 여행할 것인가에 대한 정보는 많지만, 호주에서 뉴질랜드를 여행하는 정보는 별로 없다.

그래서 환전에 대해서는 어떤게 가장 좋은 방법인지를 모르겠기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싶었다.

 

동생이 현금을 11월에 환율이 쌀 때 NZ$1300 바꿔서 들고 오고, 우리는 캐쉬를 들고 뉴질랜드 가서 은행에서 환전을 시도하기도, 호주에서 쓰는 Visa 카드를 가지고 뉴질랜드 은행에서 ATM기를 이용해 뽑기도, 호주 카드를 가지고 그냥 긁어 보기도 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시도를 했다.

 

1년 정도 지켜본 바로는 11월과 5월 경 환율이 가장 떨어져서 그 때 현찰로 바꿔서 가는 게 제일 좋은 거 같고, 현찰이 부담이 되면 카드를 쓰는데 한국에서는 신한멀티 카드를, 호주에서는 ING direct 카드가 최고였다!

 

ING direct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은행이긴 한데, 지점이 없고 인터넷으로 모든 걸 다 해결하는 은행이라서 한 달에 5번 이상 이 카드로 물건을 사고, 외부에서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이 달에 1000불을 넘으면 모든 ATM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심지어 현금서비스를 받느라 돈을 뽑을 때 발생하는 ATM비용을 돌려 준다.

 

이번에 그래서 이 카드로 뉴질랜드 가서 돈을 뽑아서도 써보고, 직접 가게서 카드긁기도 했는데 긁어서 발생하는 international transaction fee도 다시 돌려줬고, ATM에서 돈 뽑아서 생긴 수수로도 다시 돌려 받았다.

 

 

 

 

장을 다 보고 현금도 좀 뽑고 바꾸고, 이제 시내로 이동하기 전에 미리 email로 4시에 있을 Kaikoura fishing tour에 배가 뜨는 지 확인 전화를 넣어주기로 약속을 해 둔 상태라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었더니 전화를 받은 사람이 배가 뜨기는 하는데, 지난 주에 태풍으로 화요일부터 해안도로가 막혔으니 산쪽으로 둘러 와야 한다고 Christchurch면 좀 일찍 출발하라는 거였다!

 

아니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ㅠㅠ

 

네이버 뉴질랜드 여행루트 카페에서 여행하시던 분이 태풍이 와서 비가 엄청 왔다, 섬지역이 피해가 심하다더라그런 소식을 전해줘서 얘기는 들었는데 그 태풍으로 오매불망 마음 졸이면서 계속 예의주시하던 1번 해안도로가 뚫린지 얼마나 됐다고 또 막히는 참사가...ㅠㅠ

나에게 Kaikoura에 오지 말라는 건가 싶어 암울했지만 그래도 계획한 것이니 강행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Christchuch 시내는 근처도 못가보고 점심도 가다가 먹기로 하고 11시 30분 쯤 Kaikoura를 향해 바로 출발했다.

 

  

 

 

실제로 Kaikoura 가는 길은 위 사진에 보이다시피, 해안 도로가 막혀서 왼쪽으로 우회해서 가야 했는데,

많은 여행자들이 신문이나 TV를 보지 않는 것을 아는 지, 가다가 점심 먹으러 들른 Culverden의 한 식당벽에 저렇게 팜플랫이 걸려 있었다.

아마도 모든 식당에 다 걸려 있는 듯. 위의 팜플렛은 심심찮게 보이니.

 

 

 

저거 말고도 그 식당에는 재밌는 뉴질랜드 엑센트 글귀라던가, 화징실 표시판이 너무 재밌었다.ㅎㅎ

Um, can I please have... six pieces of fish / umm... seven potato fritters / five hot dogs / and umm.... one large chips / that's it thanks!" 위에 두 번째 뉴질랜드 엑센트를 영어로 쓰면 이 문장들인데 뉴질랜드 엑센트는 영국도 미국도 호주도 아닌 것이 좀 더 특이함. 난 재밌던데 (알아 듣기 힘들지만.ㅠ) 신랑은 질색함.  

 

 

 

요거는 Door stopper. 문이 안 닫기게 괴는 역할하는 건데 아이스크림이 바닥에 있어서 첨엔 진짜 아이스크림 떨어뜨린 줄.. ㅋ

 

 

그리고 Culverden에서 버거와 감자칩을 먹고 (감자칩을 특이하게 큰 종이 2장에 둘둘둘 감싸서 줬슴;;) 열심히 달려서 카이코우라를 갔는데 카이코우라로 향하는 우회로 길에서 남긴 사진은 한 장도 없다.

 

왜냐면 산악지역인데다가 공사를 하는 구간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많았다.

(날 흐린데 가시는 분들 정말 운전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말 어이 없는 것은 공사 지역이다 보니 속도를 줄여야 할 곳도, 비포장도로도 많고 게다가 비까지 와서 미끄러운데 속도 표시판은 제각각 정말이지 멋대로였다!!!

 

꼬불꼬불한 길에 반대 차선에서 차가 오는 지 볼 수도 없는 길이 추월 차선인건 비일비재하고, 그 꼬부랑길이 100Km이질 않나 100Km와 50KM가 나란히 있기도 하고, 100Km였다가 10미터도 안가서 30Km인 곳도 있고 갈 때도 그렇고, 올 때도 그렇고 도로 표지판이 너무 엉망이다 보니 긴장이 되서 사진 찍을 엄두가 안났다.

 

운전은 신랑이 했는데 옆에서 조바심이 나서 미쳤다 미쳤다 이러면서 긴장하느라;; 진짜 사진이 한 장도 없슴.

 

그리고 달리고 달려서 Kaikoura를 떠난 지 4시간이 다되어 갈 때 쯤 드디어 Kaikoura에 무사히 도착.

 

우리가 묵을 숙소는 The Palace라고 Fishing tour 할 장소 바로 근처이다.

다른 건 몰라도 숙소 위치 하나는 참 잘 잡은 거 같았다 하하하하

 

The Palace는 Kaikoura의 South bay지역에 위치한 Cottage인데 Holiday house 싸이트를 통해 잡은 곳인다.

1박이 되는 Holiday house가 잘 없는데 여긴 되서 1박 $160불 가격을 주고 빌림.

4인이 이용하는 곳이지만 인원이 3명인지라.. 쩝

 

집주인은 어느 노부부였는데 집 뒷쪽에 따로 자가가 있고 이 집은 Holiday house용으로 따로 지은 것 같았고 각종 기본적인 시설들이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쳐갔는지 흔적들이 고스란히...;;

 

너무 긴장 했는 지 짐을 내려놓자 마자 모두 소파에 앉아 잠시 눈을 붙이고,

Fishing tour는 4시에 출발할 예정이지만 10분 전에 바다에 정박해 있는 검은배를 찾아 오라고 해서 준비해 간 멀미약을 챙겨 먹고 걸어서 5분도 안걸리는 거리를 45분 쯤에 슬렁슬렁 걸어 갔다.

 

Fishing tour는 총 2시간 예정이고 우리 뿐일까봐 걱정했는데 우리 말고도 4인 중국인지 대만인지 가족과 어느 유럽쪽으로 보이는 아저씨 한 분, 그리고 우리 셋, 선원 두 명 총 10명이 배에 올라탔다.

예약은 이리로. https://www.kaikoura-fishing-tours.co.nz/

 

노란머리 키 큰 총각이 우릴 맞이 했는데 이름이 Simon이란다.

그리고 Boss는 Tomo라고 출발할 때 쯤 되니 왔다.

 

출발 할 때 쯤 되니 비가 부슬부슬 오고 날씨가 흐렸지만, 파도는 그리 쎈거 같지 않았다.

Tomo가 인원을 체크하고, 수영 못하는 사람들은 구명조끼를 나눠주며 입으라고 했다.

(입는게 좋음 나중에 물 튀고 난리)

 

그리고 드디어 바다로 출발한 지 얼마 안되서 바다 위에서 물개가 한 마리 수영하며 놀다 우리를 발견, 배 완전 가까이에서 재롱을 피웠다!

바닷물 위에서 수영하면서 물 속으로 나왔다 들어갔다하니 소리도 내고 어찌나 귀여운지! 다들 귀여워서 소리 지르니 물 속으로 도망가버림.ㅠ

 

아무튼 처음에 배를 타면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Crayfish를 건지러 가는데 미리 던져 둔 커다랗고 사각형인 통발을 건져 올리면 파닥파닥거리는 Crayfish가 들어 있다.

 

총 3군데를 건져 올렸는데 뒤로 갈 수록 더 많은 Crayfish가 잡혔다 +_+

 

폰을 가지고 갔지만 구명조끼를 입었고 배가 꽤나 비틀거려서 넘어질까봐 또 사진을 찍지 않았... ㅜㅜ

 

Crayfish를 잡으면 Simon이 암컷인 지, 숫컷인 지를 구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배쪽에 보면 맨 윗쪽에 납작하게 비늘 같은게 붙어 있는데 그걸 보고 뭐가 2개면 암컷, 1개면 수컷!

그리고 발들 중에 맨 아랫쪽에 암컷은 가시 같은게 뭐가 더 있댔는데 암만봐도 뭐가 뭔지...-_-)

 

족히 50마리 이상 잡은 Crayfish를 다 먹어 버리면 멸종해 버리기 때문에 배 윗부분을 가로로 자로 재서 길이가 암컷은 60mm, 수컷은 54mm이상이 되어야 가져갈 수 있다.

문제는 그 많은 Crayfish를 Simon혼자 다 끄집어 내고 재고 하려니 손이 딸려서, 우리 더러 한 팀에 한명씩 나와서 도와 달라더니 장갑을 왕창 준비해두고 한 마리씩 집어서 갖다 달라고... -_-;;

 

Crayfish가 팔딱팔딱 거리는 거 보면 완전 싱싱하고 생각보다 커서 무서운데 등쪽을 잡으면 해치지 않는다.

첨엔 무서워서 으으으.. 거리다가 나중엔 어떡하든 통과시켜 보겠다고 아주 적극적으로 나서게 됨 ㅋ

10마리 잡으면 한 두마리 빼곤 다 바다로 되돌려지는 신세다 보니 오기가 생긴달까...-_-)

  

1개의 통발은 가로세로 1미터 족히 되어 보이는 커다란 통발인데 안에 Crayfish의 먹이로는 낚시로 잡고 남은 고기들을 미끼로 쓰고 있었다!

참 편리한 시스템이라는.ㅋ 따로 미끼를 준비할 필요 없이 낚시해서 잡은 고기를 살만 뜨고 남은 뼈와 머리는 다시 통발에 꿰어서 던저 넣고 다음 공간으로 이동.

해서 낚시하고 난 고기는 통에 잘 담아뒀다가 다음 번에 쓰고 한다.

어쩐지 우리 탔을 때도 배에 살 발린 생선들이 있더라니.

 

그렇게 3개의 통발을 건져서 8명 분의 Crayfish 크기를 재서 따로 빼 내고, 세번 째 통발에서는 Crayfish가 엄청 많이 잡혀서 솔직히 동생한테 '와... 이 분들 오늘 돈 좀 벌겠는데? 저거 남은 거 가져가서 팔아도 돈 꽤 될건데' 했는데, 이런 내 생각을 마치 미리 읽었다는 듯이 Simon이 "우리 오늘 필요한 건 다 건졌으니까 나머진 살려주자" 이러고 통발에서 큰 통으로 옮겨 담았던 크기 재지 않은 Crayfish들을 다 바다로 돌려 보내주었다.

 

에어 뉴질랜드에 이어 두 번째 충격이었다 솔직히.

우리 나라 같았으면 저것도 다 돈인데 싶어 근처 식당에라도 팔았을텐데.. 물건 남품? 그런 명목으로.

 

계속 투어도 해야하고, Crayfish도 커야 되니까 저렇게 되돌려줌으로써 Crayfish숫자가 유지가 되고 Kaikoura가 오랫동안 Crayfish 유명한 지역으로 이어져올 수 있었구나 싶어 감동했다!

 

두당 1마리씩 건진 Crayfish는 또 그들만의 합법적인 표시를 하고 나서야 우리에게 건내주는데, Crayfish 꼬리 부분에 지느러미를 보면 부채처럼 5개의 긴 지느러미 부분이 있다.

새우도 두 갠가 있지 꼬리 쪽에. 그게 5개가 있는데 3번째 중간꼬리 지느러미를 가위로 싹둑 자른다.

3번째 꼬리 지느러미가 없다는 말은 합법적으로 싸이즈를 재서 통과된 Crayfish라는 자기들만의 표시인 셈이다.

 

Simon말이 혹시 식당에 갔는데 꼬리 부분 지느러미 3번째 꼬리 지느러미가 잘리지 않고 그대로 있다면 주저 없이 나오라고 했다. 왜냐면 그 식당은 불법으로 Crayfish를 잡아서 팔거나, 잡은 것을 사서 파는 식당이라고.

 

Crayfish를 두 당 1마리씩 싸이즈 재서 획득하고 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낚시를 하러 간다.

낚시 포인트는 Tomo가 알아서 배를 몰고 가서 세우는데, 생각보다 파도가 일렁거려서 낚시 할 때는 멀미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팀은 멀미약을 먹지 않은 신랑이 결국 피자 한 판을 찍어냈고 다른 팀도 중국인지 대만인지 가족 중에 여자애가 여러 번 물고기 밥을 바다에 뿌려줬고~ 그 부부 중 아저씨도 거의 말미에 따님과 함께 물고기들을 즐겁게 해줬다.

 

낚싯대는 넉넉하게 배 주위로 Simon이 떠나기 전에 미리 미끼까지 꽂아서 셋팅을 해 두는데 Kaikoura는 이 무슨 물반 고기반인지 아님 애들 굶긴건지...-_-) 낚싯대 던지면 바로 물린다.

오죽하면 Simon이 오늘 너희들 1~2마리는 내가 다 보장한다고 했을까.;;

 

근데 문제는 똑.같.은. 고기만 잡힘.

그나마 해산물에 조예가 싶으신 우리 남동생 말로는 볼락이라는데, 색깔이 주황빛 나는 고기로 영어 이름은 Sea perch.

우리 배에 총 10명(선원 2명 포함)이 타고 있었고 열심히 낚시를 했는데 유럽인지 어디서 온 아저씨가 검은빛 나는 물고기 1마리 잡은거 말고는 전부 같은 Sea perch.

 

낚싯대 줄을 던져서 줄을 돌돌돌돌 풀어 내리면 잘 내려 가다가 문득 멈추는가 싶으면 찌가 바닥에 닿은 거란다.

그때부터 낚시줄을 고정 시키고 몇 초 기다리면 알아서 물고기들이 문다.

 

그러면 그 때부터 죽어라 줄을 감아 올리면 되는데 생각보다 팔이 아픔.ㅠ

실컷 감아 올리다 보면 어라 좀 묵직하네 싶으면 2마리 잡아 올리기도 여사다. 허허허

 

 

아무런 테크닉 없이 줄을 던진 후 몇 초 기다렸다 감아 올렸는데 잡힌 Sea perch 2마리. 왕초보도 가능!

그래도 기록은 남겨야지 하고 점퍼에서 주섬주섬 폰 꺼내서 사진 찍음.

 

 

    

피자 한 판 부친 후에 허옇게 질린 신랑님. 뒤늦게 2마리 잡고 신났다.

옆에 장화 신은 아저씨는 Tomo, 배 주인.

 

 

이렇게 신나게 잡아 올린다고 다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건 아니다.

Sea perch도 26cm이상이 되어야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실컷 잡았는데 길이에서 미달이 된 물고기들은 Simon이 가차 없이 바다로 던져 버린다.

 

 

 

같이 탄 손님(?)들이 너무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서 Simon이 자꾸 물고기를 바다에 던지자, 나타난 포식자 알바트로스들!

 

처음엔 헐 이게 왠 눈매가 날카로운 새인가 했는데, Fishing boat들이 고기 던지는 걸 아는 지, 낚시 시작하고 작은 고기들은 살려주기 시작하면서부터 나타나서는 우리 배 근처를 둥둥 떠 다니면서 이쪽으로 왔다가 저쪽으로 갔다가 배를 맴돌면서 '아, 거 한 마리 좀 던져 주세요' 하듯 날카로운 눈매로 계속 째려봤다.

 

Simon이 한 마리 던지면 저 3마리가 우르르 쌈나고 난리다.

 

낚시가 거의 끝날 때 쯤이면 3마리 전부 날아 올라서 우리 배 주위를 빙글빙글 돌다가 사라졌는데 따로 알바트로스 구경 갈 필요 없다. Fishing tour 짱!

 

2시간의 여정이 끝나갈 즈음이면 Simon이 그룹 사람들에게 물고기는 어떻게 가져갈 건지 물어본다.

Fillet(살만 넓게 발라서 가져가는 것)으로 가져 갈 것인 지, Whole fish(통으로)로 가져갈 것인지.

 

회 쳐 먹고 매운탕 끓여 먹을 수 있으면야 통으로 가져가면 좋지만 우리는 간단하게 회로 먹을 요량으로 Fillet으로 가져갔다.

 

Kaikoura fishing tour는 두 당 Crayfish 1마리와 잡은 물고기들을 적절히 인원수대로 나눠서 위생봉지에 담아서 내릴 때 나눠 주는데, 2시간 과정에 물개도 보고 알바트로스도 보고 낚싯줄 감아올리는 중노동에 물고기 간식을 뿌려주는 사태가 종종 발생하긴 하지만, 두 당 NZ$120에 이 정도 효율이면 가성비 최고 엑티비티가 아닐까 한다.

 

그렇게 획득(!)한 크레이 피쉬 3마리와 물고기 fillet 봉지를 들고 우리 숙소로 터벅터벅 걸어 오니 아직도 속이 울렁 거린다는 신랑과 뒤늦게 멀미가 온 동생, 나는 멀미약 덕분인 지 멀쩡했지만 배가 워낙 일렁 거려서 땅이 일렁일렁 거려서 셋 다 정신 못차리고 있는데 어떤 한 여자분이 내 이름을 부른다. 오잉? 이 타지에서..ㄷㄷ

 

알고 봤더니 집주인인 Raylene 이었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 뒤에서 우리가 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다가와서는 낚시하고 왔냐고 친절하게 먼저 물어줘서 Crayfish를 잡아오긴 왔는데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남편을 불러서 삶아주겠다고 했다.

이런 고마울 데가! 뉴질랜드 사람들 친절하다더니 진짜 친절함 +_+

 

샤워중이라던 Graeme이 좀 있으니 우리 숙소를 찾아와서 Crayfish를 건네주니 10분쯤 있다오라고 했다.

 

Crayfish는 바닷생물이라 민물에 10분 담궈두면 죽으니 일단 물에 담궈 생명을 끊은 다음, 커다란 통에다가 물을 넣고 7분만 삶으면 끝!

10분 후에 밖으로 나가니 Crayfish가 큰 물통 물 속에서 잠수 중이고, 옆에는 물이 펄펄펄 끓고 있었다.

 

어떻게 삶나 싶어서 구경하러 셋이 같이 갔는데, Raylene과 Graeme의 집에는 Crayfish를 무진장 많이 잡아다 먹었을 것 같은 장비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Tomo의 배에서 봤던 커다란 통발이 마당에 떡하니 놓여 있었고, Crayfish를 입수시킬 물통과 삶는 통까지 있었으니!

마당엔 아예 커다란 가스 통과 불까지 항상 거기 있는 것 같았다.

 

7분동안 보글보글 삶아진 Crayfish는 새우마냥 U자로 굽어지는데 삶은 후에 꼬리 부분을 찜통걸쳐서 잠시 두었다. 그러면 물이 빠져 나오는 듯.

 

다 익은 Crayfish를 들고 와서 한 상 벌였다. 으흐흐흐흐흐~

 

 

 

중간에 접시 회는 우리가 잡은 Sea perch Fillet을 동생이 물기를 좀 빼고 한인마트에서 산 날이 바짝 선 칼로 더 잘게 회 크기로 썰고, Crayfish는 중간에 칼집을 넣어 쪼개기 쉽게 한 다음 1인당 1마리씩.

 

한인 마트에서 산 쌈장, 초고추장, 깻잎, 마늘이 힘을 발휘하는 순간. +_+)

찍어 먹을 고추를 못 산게 안타까웠지만 맥주 한 잔과 함께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위에 사진은 동생이 먹은 Crayfish인데 Crayfish라고 다 맛이 같은 것은 아니다.

 

사진에 약간 붉은 빛 띄며 누런것이 내장인데 먹는 방법은 배부분의 살을 저기 내장에 콕콕 찍어서 먹으면 된다.

동생이 먹은 것은 내장이 달달하여 여지껏 먹은 해산물 중 단연최고였다며 극찬을 했다.

내 것도 달달까지는 모르겠고 달달한 편이었던거 같아서 배 부분 살을 콕콕 찍어서 잘 먹었는데 어쩐지 우리 신랑은 안그래도 바다곤충이라며 별로 안 좋아하는데 배부분은 열심히 먹었지만 내장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나중에 반 쯤 먹다가 다 못먹겠다며 주길래 받아 먹어봤더니 하필 신랑 것은 내장부분이 씁쓸한 맛이었다.


Crayfish 배부분에 워낙 많은 양의 살이 있고, 잡아서 금방 삶아 먹어서 그런가 살이 정말 탱글탱글하고 맛있었다.

다리 부분에도 살이 있긴 하지만, 워낙 배 쪽에 살이 많아서 다리는 그닥..

해산물 특히 새우 게 이런거 좋아하시는 분들 초초초강추!


회 한 접시 깻잎에 마늘에 쌈장에 초고추장 찍어 싸서 거하게 먹고 나니 졸음이 쏟아졌다.

다행히 숙소 내에는 세탁기와 건조대, 빨래 세제까지 구비가 되어 있어서 바닷물에 쩔은 옷들을 빨아서 거실에 널고 나니

역시나 오늘도 밤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해서 집안이 너무 추웠다.


숙소가 바닷가 바로 앞에 있는데, 난방 장치는 없고, 침대에 전기담요도 없었다.

그런데도 역시나 양모 이불을 쓰는 건지, 뜨거운 물이 펑펑 나와서 뜨거운 물에 씻고 잘 때는 포근하게 잘 잤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