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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 땐 야간 근무 진저리나게 싫어했지만 호주에 오고 보니 야간 근무가 페이도 더 좋고 물론 더 떠들썩하게 바쁠 때도 있지만 낮보다 조용해서 기왕하는 거 가장 페이가 좋은 밤근무를 주로 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한국에서는 없는 IPS(individual patient special) 라는게 있는데, 간단히 말하면 혼자 둘 수 없는 환자를 1:1로 간호하는 것이다.
주로 정신이 온전 치 못한 환자들인데 침대서 낙상 위험이 아주 높거나 이미 떨어진 경력이 있는 환자, 병원 시스템과 치료를 거부하고 집에 가려고 출구 찾아 병동내를 돌아다니지만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 다른 환자를 해코지 한다거나 스스로를 해하려는 환자(자살을 시도 했거나 생각 있는 환자도 포함), 약물이나 술을 과하게 복용해서 지속적인 컨디션 여부 관찰이 필요한 환자들이 그 대상이다.
호주 병원에서 일하면서 아주 많고 다양한 케이스의 IPS 환자들을 봤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몇가지를 얘기해보고자 한다.
이 케이스는 내가 겪은 가장 드라마틱한 케이스이다. 20대초반 대학생이고 어디 서남아시아 국가에서 왔는지 히잡을 쓰고 있었는데 무슨 연유로 얼마전부터 정신줄을 놔버려 가족들이 병원에 데려왔으나 제대로 된 말도 못하고 짐승처럼 으어어 소리만 낼 뿐 일상생활이 안됐다. 호주는 환자인 아이가 어리다거나 부모가 위독한 상황이라거나 나이가 있는데 영어를 못해서 말이 안통한다거나와 같은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고는 보호자가 병실에 머무를 수 없다. 그래서 이 20대 학생도 밤에 홀로 남겨지면 혼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IPS로 배정받은 간호사가 낙상방지부터 일상케어까지 담당을 하는 것이다.
근무시작 할 땐 어쩌다 싶어 안쓰러웠지만 별 특이점을 못 느꼈고 소리는 내되 높낮이 조절이 안되고 장소 시간따위 고려를 못하니 근무 중간에 4인실에서 싱글룸으로 옮겼는데, 옮기고 나서는 왠일인지 너무 잘자는 거다. (개꿀인 부분? ㅎㅎ) 그렇게 잘~ 자고선 먹지도 꾸미지도 심지어 말도 못하던 이 환자가 새벽 4시쯤 눈을 떴는데 거짓말 같이 나에게 자기가 누구냐고 말을 건다. ㄷㄷ
이 갑작스러운 상황이 놀라웠지만 침착하게 내가 전달받은 환자에 관한 이름 나이 성별 그 때의 날짜 시간 장소 나는 누구며 우리는 왜 여기서 뭘하고 있는지 차분히 설명했다. 이 환자는 20대 아가씨였는데 본인은 50대 배불뚝이 아저씨인 줄 알았단다. 그래서 한 2주간 다이어트 하려고 음식을 안 먹었는데... 하는 거다. 정말 자기가 여자냐고 되묻기에 '20대 초반 여자이고 너 아주 날씬하다' 하면서 팔을 이끌어 화장실 거울 앞으로 데려갔다. 거울 속에는 빼빼마른 아가씨가 수척한 모습으로 서 있자 그제서야 머리빗으로 머리를 빗고, 세수도 하고 배도 고프다는 거다. 음식을 먹지 않아 food chart도 작성중이었었는데..! 그래서 오트밀을 우유 넣고 전자렌지에 돌려 갖다줬더니 한 그릇 뚝딱 비우고 그제서야 이런저런 사적인 많은 말들을 한다. 자기는 긴 꿈을 꾼 것 같다고. 한 2주간의 시간이 없어져버렸다는게 믿기지 않는단다. 나에게 어느 나라서 왔느냐 묻길래 답했더니 학창시절에 같은 반에 한국인이 있었고 자기랑 친했다며 친구 이름도 기억해서 말하고. 그녀는 그렇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식물인간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는 상황을 맞이하는 것마냥 그 날의 경험은 참 신기했다. 나에게 고맙다면서 자기 이름을 기억해달라 했지만 적어둔 이름 잃어버림.ㅠㅠ
며칠 뒤에 다시 일하러 가서 보니 이미 그녀는 퇴원해서 환자 리스트에 없었다.
이제 다시 아프지 말고 잘 지내고 있기를!
호주에서는 한국에서는 없는 IPS(individual patient special) 라는게 있는데, 간단히 말하면 혼자 둘 수 없는 환자를 1:1로 간호하는 것이다.
주로 정신이 온전 치 못한 환자들인데 침대서 낙상 위험이 아주 높거나 이미 떨어진 경력이 있는 환자, 병원 시스템과 치료를 거부하고 집에 가려고 출구 찾아 병동내를 돌아다니지만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 다른 환자를 해코지 한다거나 스스로를 해하려는 환자(자살을 시도 했거나 생각 있는 환자도 포함), 약물이나 술을 과하게 복용해서 지속적인 컨디션 여부 관찰이 필요한 환자들이 그 대상이다.
호주 병원에서 일하면서 아주 많고 다양한 케이스의 IPS 환자들을 봤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몇가지를 얘기해보고자 한다.
이 케이스는 내가 겪은 가장 드라마틱한 케이스이다. 20대초반 대학생이고 어디 서남아시아 국가에서 왔는지 히잡을 쓰고 있었는데 무슨 연유로 얼마전부터 정신줄을 놔버려 가족들이 병원에 데려왔으나 제대로 된 말도 못하고 짐승처럼 으어어 소리만 낼 뿐 일상생활이 안됐다. 호주는 환자인 아이가 어리다거나 부모가 위독한 상황이라거나 나이가 있는데 영어를 못해서 말이 안통한다거나와 같은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고는 보호자가 병실에 머무를 수 없다. 그래서 이 20대 학생도 밤에 홀로 남겨지면 혼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IPS로 배정받은 간호사가 낙상방지부터 일상케어까지 담당을 하는 것이다.
근무시작 할 땐 어쩌다 싶어 안쓰러웠지만 별 특이점을 못 느꼈고 소리는 내되 높낮이 조절이 안되고 장소 시간따위 고려를 못하니 근무 중간에 4인실에서 싱글룸으로 옮겼는데, 옮기고 나서는 왠일인지 너무 잘자는 거다. (개꿀인 부분? ㅎㅎ) 그렇게 잘~ 자고선 먹지도 꾸미지도 심지어 말도 못하던 이 환자가 새벽 4시쯤 눈을 떴는데 거짓말 같이 나에게 자기가 누구냐고 말을 건다. ㄷㄷ
이 갑작스러운 상황이 놀라웠지만 침착하게 내가 전달받은 환자에 관한 이름 나이 성별 그 때의 날짜 시간 장소 나는 누구며 우리는 왜 여기서 뭘하고 있는지 차분히 설명했다. 이 환자는 20대 아가씨였는데 본인은 50대 배불뚝이 아저씨인 줄 알았단다. 그래서 한 2주간 다이어트 하려고 음식을 안 먹었는데... 하는 거다. 정말 자기가 여자냐고 되묻기에 '20대 초반 여자이고 너 아주 날씬하다' 하면서 팔을 이끌어 화장실 거울 앞으로 데려갔다. 거울 속에는 빼빼마른 아가씨가 수척한 모습으로 서 있자 그제서야 머리빗으로 머리를 빗고, 세수도 하고 배도 고프다는 거다. 음식을 먹지 않아 food chart도 작성중이었었는데..! 그래서 오트밀을 우유 넣고 전자렌지에 돌려 갖다줬더니 한 그릇 뚝딱 비우고 그제서야 이런저런 사적인 많은 말들을 한다. 자기는 긴 꿈을 꾼 것 같다고. 한 2주간의 시간이 없어져버렸다는게 믿기지 않는단다. 나에게 어느 나라서 왔느냐 묻길래 답했더니 학창시절에 같은 반에 한국인이 있었고 자기랑 친했다며 친구 이름도 기억해서 말하고. 그녀는 그렇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식물인간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는 상황을 맞이하는 것마냥 그 날의 경험은 참 신기했다. 나에게 고맙다면서 자기 이름을 기억해달라 했지만 적어둔 이름 잃어버림.ㅠㅠ
며칠 뒤에 다시 일하러 가서 보니 이미 그녀는 퇴원해서 환자 리스트에 없었다.
이제 다시 아프지 말고 잘 지내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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