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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밤 중에 알람 맞춰둔 것도 아닌데 갑자기 벌떡 일어나졌다.

 

밖으로 나가니 정말 칠흙같은 어둠이...

왜 여기서 별보기 좋은지 이해가 되었다.

우리의 올 곧은 소나무들이 정말 최소한의 불빛만 빼고 다 가려주고 있었으니!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우중충한 하늘은 여전했다.

아무리 하늘을 헤집어 봐도, 별은 정말이지 1개도 안 보였다... OTL

 

보름이라 하늘이 희뿌연것이, 뭔가 창호지문으로 보이는 불빛처럼 하늘만 환한 거 같긴 한데 구름으로 가려서 확실하게 보이진 않고...

 


밖에서 좌절해 있는데 나 말고 또 누가 별 보러 나온 것인지 어떤 불빛들이 다가 오는데 방갈로로 돌아가도 잠이 올 것 같지 않고, 폰 보고 있으면 불빛에 신랑이 깰까봐 공용화장실겸 샤워실로 갔다.

 

갑자기 막 너무 서러워서 뉴질랜드 여행루트에 접속해서 막 하소연하고 있는데 이 공용화장실겸 샤워실이 움직임이 없으면 불빛이 꺼지는 시스템인가보다.

갑자기 불빛은 꺼졌고 난 공용화장실겸 샤워실 안에 있고 주위가 깜깜해졌다.

 

급 무서워져서 폰으로 후레쉬를 켠 뒤 후다다다닥 일어나서 팔을 휘저으면서 이리저리 움직이다 불이 켜져서 나왔는데, 누군가가 때마침 문 앞에서 안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비밀번호 누르는 시스템)

 

모르긴 몰라도 안으로 들어오려던 그 사람은 껌껌했는데 갑자기 안에서 불 켜져서 놀랐을 거라는..ㅋ

 

정말 이번 여행은 별보는 건 아닌가 보다 하아... 한 숨 쉬면서 깜깜한 길을 핸드폰 후레쉬기능에 의지해 방갈로 쪽으로 걷는데, 자박자박 길 위에 깔린 자갈 소리를 내며  누가 나에게로 다가오더니 팔을 덥석 잡는 거다.

으아아아악~`` 소리를 내고 보니 신랑이다..ㅎ;;

 

나간 지 한 참 된거 같은데 안와서 찾으러 나왔단다.

그래서 신랑 붙들고 또 하소연함.ㅠ

오늘 원래 여기서 은하수 봐야 되는데 망연자실 해 있다가 누가 나오길래 무서워져서 공용화장실겸 샤워실 안에 들어가서 인터넷 카페 들어가서 하소연했는데 갑자기 불 꺼져서 식겁하고 나오는 길이라고.

 

별이 없는 걸 어떡하냐고 들어가서 자자 해서 신랑 손에 이끌려 다시 돌아갔다.

 

 

 

아침에 또 제일 먼저 눈이 떠져 폰을 들고 밖으로 나오니 Lake Tekapo는 경치가 장관이다. 

 

 

아침부터 어느 처자가 그 차가운 물에서 수영을 한 건지, 흰색 수건을 두르고 숙소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는데 그 뒤로 깔린 구름이 이뻤다.

 

역시 날씨따윈 상관하지 않고 예쁜 건 어떤 조건에도 예쁘구만.

 

 

 

오늘도 시작을 우중충한 날씨로 시작하지만 갈 길이 멀기에 또 아침을 해서 먹고 길을 나서야 하기에, 엽서에서나 볼 법한 그림 한 장 찍고 또 언제올 지 모르니 우리가 지냈던 곳들 풍경도 한 번 찍고.

 

 

 

밤새 비가 얼마나 왔는 지, 땅들이 촉촉하고 식사하며 삼삼오오 앉아 있던 테이블들도 물기를 가득 머금었다.

 

 

 

아침 얼른먹고 가자니까 먹으란 건 안 먹고 셔터만 눌러대는 신랑을 보고 뿔난 나... -_-)m

 

아침식사는 날이 서늘하기도 하고 해서 국물이 떙겼다.

입국심사대에서 식겁한 거대 멸치육수로 국물을 내고, 어제 먹다 남은 소고기와 계란으로 고명한 떡국인데, 간밤에 신나게 맥주를 마신 신랑과 동생은 속이 더부룩한 지 떡국이 느끼하단다.

 

난 뜨끈한 게 맛만 좋던데... -_-)

 

 

몇 숟가락 뜨다가 결국 자리를 뜬 신랑은 Lake Tekapo 사진을 더 찍으러 갔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이른 아침의 호수 분위기가 좋다.

 

 

 

이른 아침부터 누군가가 떠나기 전에 수영을 하고 있다. 물이 꽤 차가울 텐데.. ㄷㄷㄷ

 

 

 

아침을 대충 먹고 나처럼 Holiday park의 전경을 담기위해 곳곳의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던 신랑이 한 가득 오리 사진을 찍어 왔다.

꼭 동네 오리들이 다 모여서 오늘은 어디서 청소를 할 지(!) 모여서 구역을 정하는 회의를 하는 것 같다. ㅋ

 

 

 

설거지를 다 하고 각종 식기들, 그리고 공용 냉장고에서 우리 물품 챙겨 떠날 준비를 하는데 커피를 파는 직원이 나타났다.

Booking.com 숙소 이용 후기에 왤케 자꾸 커피를 언급하나 했더니 저렇게 팔고 있어서 사 마셔봤냐였군.

아침 일찍 서둘렀더니 9시가 되기 전에 짐을 다 챙겨서 떠날 수 있었다.

 

그 유명한, 세계에서 손꼽히는 이쁘고 호수에 가깝다는 교회, Church of the Good Shepherd (선한 목자의 교회)는 둘러봐야 할 것 같아서 아침 일찍부터 갔다.

 

교회는 정말 아담했고, 들어가볼 수는 있지만 내부 사진은 못 찍고... 밖에서 찍었다. -_-)

 

계단 앞에 출입 가능한 시간이 있었는데 아침 9시부터이다.

우리가 9시 10분도 안 되서 갔는데 벌써 삼삼오오 사람들이 몰리고 있었는데, 평소엔 얼마나 많을지!

 

교회 영내(?)로 들어서서 왼쪽으로 둘러보고 있는데 갑자기 한 대의 드론이 날아올랐다.

 

저런!! 방금 드론 날리지 말라는 팻말을 교회 왼편에서 보았는데!!!

 

그러고 나는 사진찍느라 교회 뒷편으로 걸어내려가서 못 봤는데 동생 말로는 그 드론 교회 관계자한테 뺏겼단다.

드론 가지고 여행하시는 분들은 조심하시길!

 

 

 

Church of the Good Shepherd에서 4 Square 쪽으로 넘어가는 다리 쪽에 물이 유난히 푸르다.

 

 

 

다리 아래 하얀게 뿅뿅뿅 떠 있는게 양식을 하는 건가? 설마 연...어?

 

 

 

멀리 Mt John 위에 천문대 건물이 조그맣게 보인다. 

 

 

 

다리에서 본 교회와 Tekapo 전경. 점점 더 많은 차들이 도착하고 있다.

 

 

어제 우리가 걸어서 갔던 4 square 언저리. 반대쪽서 보니 또 다르구나.

 

 

교회 전경

 

 

그 유명한 교회 내부

 

 

Shepherd 동상은 교회랑 가까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은근 호수를 마주보고 오른쪽 저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것도 막 사진과 같은 가시 덤불 사이에 싸여서.

왜 가시 덤불을 주위에 심어놨을까. 꼭 조각상이긴 하지만 왠지 댕댕이 도망 못가게 하는 느낌.ㅠ 

 

 

Church of the Good Shepherd에서 바라보는 경치도 장관이다.

폰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사람들이 점점 더 몰려들자 우리는 또 우리 일정을 위해 떠났다.

 

 

오늘의 메일 일정은 Mt Cook에 가서 Hooker Valley Tracking인데 어제 하루 종일 비 뿌린 것도 모자라 아침부터 흐린 날씨가 마음에 걸렸다. Tracking하면서 비가 안와야 할텐데..  

 

 

Mt Cook으로 향하는 길에 연어를 사서 갈 예정인데 Mount Cook Alpine Salmon이 Lake Pukaki에 있다고 해서 팻말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가고 있는데 저 멀리 구름이 푸르스름 하다?

 

 

 

가다가 그나마 좀 이뻐 보이는 곳에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는데 참 넓기 그지없다 허허

Lake Pukaki는 뭔가 소다수 같은 느낌?

왠지는 모르겠는데 약간 Lake Pukai의 물을 마시면 밀키스 맛이 날 것도 같았다.ㅎㅎ;

 

 

 

카페에서 보면 Lake Pukaki의 색이 훨씬 이쁘다고 하던데...

난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아니면 날씨 때문인가.ㅠㅠ

 

하나도 더 좋은 걸 모르겠다. 그냥 비슷한 색의 호수가 참~ 넓구나. 무지막지하게 넓구나 그 뿐.

 

 

가다 보니 Salmon 파는 가게가 오른쪽에 보인다.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아주~ 많은 사람들이 차를 세우고 Salmon을 사러 온 것 같지만, Salmon 보다 옆에 화장실 이용객과 Lake Pukaki를 감상할 겸 겸사겸사 차를 세우는 듯.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오면 주차장도 넓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동생이지만, Salmon을 먹고 안 좋은 기억이 있었던 동생과 원래 '날 것'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신랑, 글고 주면 먹고 뭐 없으면 말고인 나 인지라 그렇게 맛나다 후기가 많던 연어회를 세 사람인데도 한 팩만 샀다.

 

생각보다 가게는 아담하고 파는 곳도 규모가 작음.

Sashimi(회)랑 Fillet(넓적하게 살만 발라낸 것), 그리고 Whole fish(통째로) 등등 다양하게 팔고 있었는데 우리는 바로 Tracking 갈 거라 회만 한 팩 샀다.

특이하게 귀한(!) 젓가락과 와사비, 간장도 원래는 따로 사는 건지?? Free로 준다며 강조를! -_-;; 

 

 

 

 

그리고 남섬에서 가고 싶었던 곳 중에 한 군데인 Mt Cook으로 가는데 날씨 보소... ㅠㅠ

지대가 그리 높게는 안 느껴졌는데 신기하게 구름이 산을 비비면서 지나가고 있다.

 

 

 

왼쪽엔 산이, 오른쪽엔 Lake Pukaki를 끼고 달리는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오늘 이러다가 어느 후기에서 읽었던 것처럼 막 비바람을 헤치면서 Tracking하는 거 아닐까... 걱정하면서 Mt Cook을 향해 갔다.

 

우비를 챙겨오긴 했지만, 쓰고 싶진 않은데. 쩝.

 

 

 

 

 

참말이지 뉴질랜드 날씨는 진짜 변화무쌍하다.

Lake Pukaki를 지나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이 맑아졌다.

 

Mt Cook 가는 길이라고 해서 사실 산악지대에다 오르막길 막 있고 그런 험난한 길을 상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산꼭대기 만년설도 보인다.+_+

 

 

 

유독 산을 좋아하는 나는, 만년설이 남아 있는 산을 보니 사진찍고 싶은 충동이 절로 일어났다.

 

 

 

Mt Cook으로 가는 길이 그냥 엽서가 따로 없다.

만년설과 쭉쭉 뻣은 산세와 더불어 고맙게도 날씨도 점점 더 맑아졌다.

 

 

 

가면서 찍고 또 찍고 자꾸 길 가다가 차를 세우게 된다

 

 

 

캬~ 캠퍼벤까지 한 대 지나가주시고. 완벽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 중 여러 멋진 사진들이 있지만 이 사진은 단연코 최고로 멋짐! 乃

 

 

 

우리가 머물렀던 Aoraki village 전경

 

 

 

Tracking 하러 가는 길. Hooker Valley Tracking road.

만년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하악~

 

 

Hooker Valley Tracking 주차장에 많은 차들이 벌써 주차되어 있다.

 

아직 Check in 하긴 이른시간이라 Aoraki Village를 지나 Hermitage Hotel로 갔다.

원래는 여기서 1박 하고 싶었지만 어찌나 숙소가 빨리 차는지... 멋진 경치를 배경으로 식사라도 하자 싶었는데, 소문에 Hermitage Hotel에 중국인들이 뜨면 부페 자리가 없대서 Tracking 가는 길에 먼저 예약했다.

 

근데 초행길이라 어디로 가야할 지 막막했는데, 호텔 앞에 주차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보통 Check in 하는대로 Reception에서 예약을 하면 된다.

보니까 스테프가 커다란 예약노트를 펼쳐서 예약하면 시간대 별 아래에 이름을 적어둔다.

 

 

저녁 부페를 예약하고나서 Tracking을 하기 위에 Hooker Valley Tracking Road를 따라 끝까지 가니 차들이 잔뜩 있는 주차장이 나왔다.

11시 좀 넘은 시간인데 벌써 주차장은 관광객들로 거의 만차다.

 

만년설이 코앞에 보여서 우와~~~~ 함성 한번 발사해 주고 물과 간식만 챙겨 우리도 Tracking을 시작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면 화장실 건물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사람들이 가는 데로 따라 가면 된다.

시작길에는 Hooker Valley Tracking 팻말이 있는데 왕복 3시간 걸린단다.

 

 

 

주차장 전경

우뚝 솟은 나무 쪽으로 걸어가면 Tracking 시작이다

 

주차장에 보면 녹색 지붕의 화장실이 보이는데 Hooker Valley Tracking 길 중간에 간이 화장실이 있긴 하지만 1군데 뿐이고, 종점에는 아무 것도 없으니 들렀다 가는 것이 좋다.

만년설에 너무 정신이 팔려서 썬크림도 안 바르고, 화장실도 안 들르고 얼른 만년설을 더 가까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너무 준비없이 후다닥 Tracking을 나섰다.

 

길 나서기 전에 꼭 폰이랑 카메라 베터리를 확인하고, 물병에 물도 잘 채우고(600ml로 모자랐다) 간식이나 식사도 꼭 챙기고, 우산이나 우비도 챙기고 가길 바란다.

물은 거꾸로 꽂아 쓰는 정수기용 물통 싸이즈의 물을 들고 온 사람도 봤다. ㅋ 

 

 

 

가다가 보면 오른쪽에 우뚝 솟은 Hermitage 호텔도 보이고, Aoraki Village가 산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Hooker Valley 길은 자잘한 자갈 같은 돌들이 많은 길이 초반에 이어지고, 그늘은 초반에만 정말 잠깐 있다.

처음부터 거의 끝까지 계속 땡볕이라는 말을 후기에서 읽었던터라 나는 그늘이 없으면 내가 만들어 다니면 되지 싶어 애초부터 머리에 열이 많은 나는 모자대신 '양산'을 들고 길을 나섰다.

 

그리고 산자락이니까 혹시나 추울까봐 그리고 목부분을 화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나름 계산해서 짧은 소매의 목티를 입었는데 생각보다 평지여서 의외였... 결론은 매우매우 더웠슴.

그래도 혹시나 뉴질랜드 여행루트 카페에서 본 것처럼 화상으로 고생하느니 꿋꿋하게 옷으로 철통방어하고 Tracking을 했다.

 

 

 

만년설이 드디어 바로 앞에!

만년설이 녹아 폭포수처럼 흘러 내리는데 산에 있는 흙이 섞여내려 색깔이 뭔가 재를 섞은 것 같다. 

 

 

 

걷다 보면 나오는 첫 번째 흔들다리. 전경이 멋지다

 

 

 

 

첫 번째 흔들다리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만년설에 대한 설명이 있다

 

길 가다 보면 첫번 째 다리를 앞두고 탁트인 전경을 두고 위 사진처럼 설명이 적힌 Look out이 나온다.

 

잘 들어보면 만년설이 녹으면서 돌멩이나 눈이 떨어져 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데~~~

들리기는 무슨..ㅋ

호수에서 시작되는 강이 경사는 별로 안되어 보이는데 생각보다 콰콰콰 거리면서 흐르는 물소리와 주위가 온통 풀밭이다 보니 풀벌레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아.무.소.리.도. 안 들렸다.

 

대략 백년 전에는 빙하가 저 골짜기 바닥으로 떨어져나와서 여기서 빙하위로 걸어올라 가 볼 수도 있었단다. 

 

Tracking 하는 내내 더워서 그런가 산꼭대기에 있는 만년설 한 덩어리 떨어져 나왔으면(그러면 눈사태로 위험해질 수도 있겠지만!) 이러면서 첫 번째 다리와 점점 멀어져갔다.

 

 

 

Hooker Valley Tracking 내내 만나는 다리는 총 3개인데, 셋 다 흔들다리이다.

첫 번째 다리가 아마 제일 처음 경험해서 그런가 제일 무서웠다는 후기를 종종 접해서 첫 번째 다리서 엄청 쫄았는데 사실 나는 두 번째 다리가 더 무서웠다.

 

 

 

흔들다리를 지나가는데 흔들다리 바닥이 뭔가 허술하게 나무로 되어 있다. 그리고 바람에, 혹은 여행자들에 의해 흔들흔들거리는데 정말 무서움..ㅠㅠㅠㅠㅠㅠ 

걍 그냥 셋 다 무서움.ㄷㄷ 

 

 

 

이게 하중이 20명까지인데 건너기 전에 20명인가 아닌가 살피면서 걸어가는데 아무도 신경을 안 쓰는거다.

나만 쫄아가지고 숫자 세면서 후다다닥 걸어갔다. 

 

 

 

 

다리 아래 물은 깨끗함과 거리가 먼... 무슨 공사장에서나 볼법 한, 시멘트 씻은 물 같음

 

 

 

 

길에는 그 땡볕인데도 이끼도 있고 예쁜 풀꽃도 피어있다.

 

다리 3개만 지나면 된다고해서 다리가 언제 나오나 이것만 오매불망 기다리면서 걷는데 다리들 정말 안 나옴.ㅋ

출발하고 얼마 안되서 곧 화장실이 가고 싶어져서 물도 거의 안 마시고 걸었는데 다행히 2번째 다리던가? 건너고 나면 풀 숲 사이에 누가 툭 던져둔 거 같은 간이 화장실이 있다.

대형 성게처럼 생긴 풀도 어찌나 튼실하신지 막 허리까지 오는.ㄷㄷ

 

한국이나 호주처럼 간이 화장실은 냄새가 최악에 막 파리가 득실거릴 것으로 생각하고 가고 싶진 않았지만 Tracking 시작하고 10분도 안되서부터 입질이 온 지라 눈물을 머금고 갔는데 왠~일?

뉴질랜드는 간이 화장실도 깨끗하다!

 

바로 앞에는 다리 위에서 보던 시멘트 물이 아니라 Tekapo나 Pukaki 호수에서나 볼 법한 맑은 물이 흐르니 물에 손을 담그거나 씻을 수도 있다.

 

 

 

중간중간에 졸졸졸 흐르는 물은 깨끗하기 그지 없다. 신기함+_+

 

그렇다 해도 아무리 물이 깨끗해도 얼굴을 씻거나 팔을 씻거나 머리를 감거나 하면 안된다!

Tracking이 끝나고 나면 피부가 홀라당 탈 수가 있다. ㄱ-

 

다리 3개를 건너고 나서 걷다보니 1시간 30분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실상은 폰 밧데리가 다 떨어져서 사진을 거의 못 찍어서... 또르르.

 

도착해서 보니 Hooker Lake 근처에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이 있고, 그 주위도 평평하게 돌들로 울타리처럼 둘러싸져 있어서 그 위에 걸터 앉아 간식이나 점심을 먹을 수 있다.

 

우리가 나설 때 주차장에 차가 많더라니 거긴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만땅으로 점령하고 있었다.

 

그래서 날도 덥고해서 호수 가까이로 내려갔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Hooker Lake는 빙하호수라서 그런가 막 도착했을 때는 아주 더웠는데 아랫 쪽 호수 근처는 시원했다.

 

 

 

셋이서 먹다보니 한 팩이 금새 쭉쭉들어가서 먹다 말고 사진을 한 방!

 

호수 바로 앞에서 넓직한 바위 위에다 여기서 먹으려고 싸들고 온, 오는 길에 산 Salmon을 펼쳐서 먹었는데 정말이지 처음 먹어 본 Salmon 회는 탱글탱글하기 그지 없다!

사서 바로 먹었으면 더 맛있었을텐데 1시간 이상 따뜻한 날씨에 싸들고 와서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을텐데도 여전히 회가 시원했고 맛도 괜찮았다. 

 

Mount cook Alpine Salmon에서 파는 간장이랑 와사비에도 찍어 먹고, Kaikoura에서 회 먹을 때 썼던 초고추장도 들고 와서 찍어 먹고~ 맛있슴 +_+

 

개인적으론 초고추장이 더 좋았는데 동생은 와사비 간장이 완벽 궁합이라고..!

 

 

 

회를 먹고 주위를 둘러 보는데 이 햇살 쨍쨍한 날씨에 Hooker Lake에 빙하가 둥둥 떠 있다.

그리고 저 멀리 흙으로 덮힌 부분도 자세히 보면 그 아래는 뉴질랜드 전매특허 호수 색깔의 빙하가 있다!!!!

역시 줄 곧 예상했던대로 빙하와 만년설이 녹은 물들이 고여서 만들어진 호수가 에메랄드빛을 띄는 게 맞는 것 같다. 


어디서 읽었는 지 기억이 안나는데 뉴질랜드 빙하들이 15,000년 동안 녹아내리고 있다고 하는 글을 봤는데 비록 흙에 덮혀있어 직접 햇빛을 받지는 않겠지만 호수물에 맞닿아 있는 빙하라... 아무리 호수 물이 차다고 한들 결국은 다 녹지 않을까.

왠지 아주 오래 전에는 저렇게 멀찌감치서 흙에 덮혀서 보이는 빙하가 내가 서 있는 이 곳까지 가득차 있었을 것 같은데..?


지구 온난화 때문이든, 지구의 순환주기에 의한 변화든 이유가 뭐든 간에 따뜻한 기온에 샤벳트가 녹아서 결국은 설탕물이 되 듯, 다음이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녹아 저렇게 멀어진만큼 다음에 오면 흙으로 덮힌 빙하마저도 볼 수 없을 지도... 


그래서 빙하를 본 김에~ 만져보고 싶은데 빙하가 너무 멀리 있다.. -_-)

 

그나마 호수 오른쪽에 빙하들이 꽤 많고 가까이 있어서 왠 젊은이(!)들이 물에 들어가려는 지 수영복 차림이고, 왼쪽에서는 빙하가 더 가까이 둥둥 떠 있긴 했는데 많지는 않아서, 나도 둘 중에 한 군데에 가서 빙하를 만져보고 싶은데 두 군데 모두 물에 안들어가고 건지기엔 너무 멀다.ㅠ

 

호수 오른쪽 빙하앞에서 마치 물에 들어갈 것 같던 젊은이들은 물이 너무 차가워서인 지 안 들어가고 빙하를 돌 던져서 깰 요량인지 돌만 던지기에 혹시나 호수에 들어가면 꼽사리를 기대했다가 포기, 우리도 돌을 던졌...

근데 빙하를 맞추는 것도 잘 안되서 재빠르게 포기. ㅋ

 

빙하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우리 찍사님. 둥둥 떠다니는 빙하랑

 

저 멀리 호수 너머 3,724m 높이의 Mt Cook 꼭대기는 결국 구름에 가려서 못 봤는데, 느낌상으로는 별로 안 높아 보이지만 Lake Hooker 주위 산들도 꽤 높은지, 꽤 낮은 곳까지 만년설이 있다.

그 높아보이는 Lake Tekapo 주위 산들은 다 녹고 없는데!

 

 

 

셋이 단체 컷.

 

우리도 둥둥 떠다니는 빙하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여행객들은 사진을 찍는 모습도 참 제각각이다.

 

우리가 사진 찍었던 자리 옆에서는 왠 총각이 혼자 앉아 있었는데 카메라 렌즈도 막 머리만한 거 들고 와선 만지작만지작 거리면서 돌멩이를 던져서 파랑을 일으켜서 사진을 찍고 또 찍고... 물에도 막 들어가고 그러면서 작품을 찍는 듯 했고, 또 오른쪽에서는 원기활성한 젊은이들이 점프 하면서 사진을 찍는데 잘 안되는 지 깔깔깔 거리면서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고 있었다.

 

 

 

우리는 뛸 힘도 물에 들어갈 패기도 없어서 셋이 오붓하게 돌 위에서 삼각대를 세워 리모콘으로 편하게 찰칵하고 ㅎㅎ

 

 

 

호수 맨 왼쪽으로 가면 빙하와 만년설이 폭포수로 녹아 모인 빙하수(?)들이 다시 Hooker River가 되어 흐르는 입구가 있는데 진짜 물이 콸콸콸콸 흘러 내려간다.

 

뉴질랜드가 전체적으로 지대가 높은 건지, 아랫쪽으로 갈 수록 높은 산도, 강수량도 많아 보이고 겨울에 내린 많은 눈이 여름이 지나 가을로 접어드는 현재까지도 녹아내리면서 흐르고 있다니!

곧 또 겨울이 될텐데 그러면 또 눈이 내릴 것이고, 그렇게 내린 눈이 일년내내 녹아 흐르니 대지가 물이 풍부한거구나 싶었다. 

덕분에 나무들도 풀들도 푸르고 싱싱하기 그지 없고, 그 드넓은 대지에 풀들이 잘 자라서 양도 키울 수 있고!

 

양은 원래 유럽과 아시아가 원산지라는데 대지에 물이 풍부한 덕분에 뉴질랜드에서 제대로 목축업이 정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진찍는 사이 Mt Cook 산신령이 녹아내리는 빙하를 보호하려는 건지, 아님 오늘은 많이 봤으니 이만 내려가거라 하는 듯이 우릴 되돌려 보내려고 Lake Hooker에 도착하고는 얼마있지 않아 금새 하늘이 빠르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오는 길이 너무 더웠고, 호수 근처가 시원해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왠지 더 있다가는 폭우 만날까봐 얼른 돌아가기로 했다.

 

 

 

저 멀리 Lake Pukaki가 파란하늘 아래 아침과는 다르게 아주 푸른 색깔을 띄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비구름이 우리 뒤에 바짝 따라와서 쉬지도 않고 등떠밀리 듯 속도를 내서 걷는데도 구름이 점점 가까워져 왔다

 

 

 

자갈 길만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나무로 깔려있는 길도 있다. 

 

 

서양인들은 태양 아래서 태닝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가 호주에서 한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양산을 쓴 걸 따로 못 봤고, 양산이 필요한 순간에도 우산을 양산 용도로 쓰던데, 내가 양산 쓰고 걸어가니 마주오던 외국인 몇몇이 '그래 그래~ 이따 비 올 수도 있어'했는데, 두 번째 다리에 왔을 때쯤 갑자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진짜 비가 왔다. -_-)

 

 

 

거의 달리다시피해서 마지막 다리가 가까이 왔을 때쯤 갑자기 오른쪽에 만년설이 가득한 산에서 우르르릉~``` 하는 커다란 천둥소리 같은 게 들렸다.  

 

 

 

 

첨에는 구름으로 워낙 덮혀서 천둥인가? 했는데 Tracking 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그 자리에 얼음해서 산을 쳐다보는 것 아닌가! 

갑자기 앗! 하고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이 아까 처음 Look out에서 본 설명,

산꼭대기서 빙하가 떨어져 나가는 소리였던 것! 진짜 눈사태라도 나는 거 아닌가 싶어 갑자기 무서워졌다.

 

어느 새 풀벌레들도 조용해졌고, 사방은 내리는 비와 구름으로 점점 더 뿌옇게 덮히고 있고!

 

 

 

다리에 힘이 많이 빠졌지만 내달리다시피해서 첫 번째 다리도 지나니 초반부에 있는 돌무더기도 머지않아 보였다. 

 

휴~ 다 왔다!

 

 

 

주차장 가까이 오니 희안하게도 Tracking 시작할 때는 못 봤던 성공축하비 같은 게 있었다.

 

다 내려오니까 산신령님 그제서야 만족했는 지 비가 안오는...-_-)

우리가 내려갈 때쯤 Tracking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는데 비옷으로 무장을 하고 올라가던데 Mt Cook 꼭대기를 보는 건 둘째치고 Lake Hooker 까지 잘 갈 수 있으려나.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시간을 보니 3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땀으로 쩔은 몸을 이끌고 오늘의 숙소인 YHA Aoraki Mt Cook에 도착했다.  

근데 Google 지도 이상하다. Bowen Dr로 진입하면 가까운 데, 거길 두고 Terrace Rd로 가서 한바퀴 빙~ 둘러가게 만드는 지 모르겠슴. -_-^

혹시나해서 GPS가 안내하는 데로 따라갔는데 가까운 길로 가도 아무 문제 없다. 

 

 

 

산장처럼 생겼다고 하길래 막 나무색의 오두막처럼 생긴 걸 연상했는데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옻나무칠 같은 걸 했는 지 거무튀튀한 색깔이다.

 

처음에 직원이 내 이름을 못찾아서 예약번호를 알려주니 단번에 찾았다.

Check in은 4인실 침대 중에 3개를 예약해서 그런 지 다 따로 Check in 카드를 썼고 방 열쇠도 다 따로줬다.

Reception 주위로는 각종 여행 정보와 Free map도 있고 방으로 가는 복도에도 벽에 뭔가 잔뜩 붙어있는 것이 숙소자체가 여지껏과 다르게 정보가 가득했다. 

처음 접한 YHA 숙소인데 원래 다 그런 것인 지, 아니면 처음부터 끝판왕을 만난 것인 지?

 

 

 

숙소 안은 진짜 산장 같다. 사방이 다 통나무! +_+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지은 우리나라 전통가옥처럼 통나무에 홈을 파서 짜맞춰서 만든 것 같은?

 

이제까지 지낸 숙소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방안에 불켜는 스위치와 똑같은 스위치 하나로 에어컨을 켤 수도 있고(에어컨이 쎈데 온도 조절을 못해서 추운 건 함정), 사진에서처럼 개인용 캐비넷이 있는데, 안에는 USB로 폰 충전을 할 수도 있다! 완전 신선하다!

전기 코드가 나라마다 다르지만 USB는 전 세계 공통이니 USB가 충전하긴 훨씬 좋고 말이다.

 

 

TV 라운지도 있는데 소파가 여러 개에 소파에 추울까봐 담요도 소파마다 등받이 쪽에 걸쳐져 있다.

그리고 TV라운지 옆에는 문을 하나 사이에 두고 부엌이 있고 부엌 너머에는 또 나무로 된 식탁들이 쭉 있다.

 

식탁 의자들 하나하나에 방석이 다 메여져있고, 벽에는 Maori족 언어로 유아들이 글 배울 때 벽에 붙여 놓는 것처럼 기본적인 단어들을 배울 수 있는 것들로 꾸며 놓았다.

뭔가 정말 직원들이 내 집처럼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내면서 3가지 안 좋은 점에 있었다면 하나는 2층 침대가 심하게 낮다.

앉으면 고개를 못 든다 너무 낮아서. 어린이용 침대같음.

낮은 걸 알면서도 걸터 앉아 있으면 목이 아파서 고개 들면 꼭 부딪히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로 만난 수건이 없는 숙소다.

웃긴 건 화장실겸 샤워실에 손을 씻고 닦을 수 있는 수건이 세면대 아랫쪽에 비치되어 있다.

물론 핸드타올도 따로 있고.

 

그리고 또 하나는 세탁실에 세탁기안에 YHA Mt Cook에서 제공하는 세제 같은 게 투명한 튜브 같은 걸로 연결되어 있는데 왠만하면 쓰지말 길 추천한다.

우리도 줄 곧 가루 세탁세제를 가지고 다녀서 그걸 쓰면 되는데 왜 구비된 걸 썼는 지... 또르르

 

그 세제가 치약처럼 paste식이라 끈적끈적한게 세탁기 안에 연결되어 있어서 버튼을 누르면 줄줄줄 들어가는데 시작버튼 누르고 세탁기 뚜껑 닫고 자리를 떴는데 이게 물에 잘 안녹나 보다.

빨래를 다 하고, 건조기(여긴 $3)에 다 말리고 봤더니 그 세제 자국이 옷에 선명하게 그대로 남아 있다... -_-)

 

그래도 좋은 점이 훨씬 많은 숙소였다.

무려 세탁실 옆에 Dry room도 있다.

빨래나 젖은 신발, Tracking 용품 같은 걸 따로 말리는 공간인데 안그래도 변화무쌍한 뉴질랜드 날씨에 참 고맙기 그지 없는, 센스가 돋보이는 공간이다. 그것도 모든 것이 실내 안에 다 있는 산장형식인데!

  

YHA Mt Cook은 실내 여기저기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거 찾아 읽는 맛이 있달까?

 

 

 

복도에는 YHA를 미리 다녀간 여행자들과 스텝들이 남겨둔 여행지 팁이 지도위에 빼곡하게 메모지 형태로 붙어있다.

다음에는 YHA만 예약해서 다녀도 좋겠다는 생각이 물씬드는 것이 정말 좋은 생각 같고 가장 인상 깊었다.

따로 광고가 뭐 필요 있나, 이게 광고지 싶었다. 

 

사진이 흔들려서 올리진 않았지만 뉴질랜드에서 볼 수 있는 동식물에 관한 정보도, 이 일대의 옛날 지도라던가, Mt Cook의 빙하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 지 그런 과거와 현재 비교 사진도 있고. 

 

 

 

빨래가 다 되길 기다리는 동안 침대에 누워 각자 책도 보고, 인터넷도 하다가 세탁실이 숙소 출입구 근처에 있어서 빨래를 찾으러 가는 김에 밖에 나가 봤더니 그 새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개었다. 

 

 

 

숙소 앞 주차장 너머로 무지개가 떠서 후다닥 폰을 들고 나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그 새 희미해졌다. -_-)

 

Hooker Valley Tracking이 평지고 쉽다고 하는 글을 많이 봤는데 체력이 워낙 저질인지 많이 피곤했다.

저녁에 부페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잠시 눈을 붙였다.

 

그리고 부페 시간에 맞춰서 Hermitage Hotel에 갔는데 부페 식당은 같은 층이고 Reception 반대쪽 구석에 있다.

비용은 식사를 다 하고 난 후에 지불을 하면된다.

 

 

 

나름 오전에 일찍 예약을 해서 그런가 창가 쪽으로 자리를 안내해줬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여름에도 이렇게 멋진데 겨울에는 정말 끝내줄 듯!

 

 

 

식사를 막 시작하려는데 밖에서 Tekapo에서 본 같은 류의 토끼 한 마리가 함께 식사를 하러 왔다.

 

 

 

밥 먹는데 직원이 와서 우리 사진기로 사진도 한 방 찍어줬다.

 

Hermitage Hotel 부페는 생각보다 별로였다.

부페가서 후회하는 경우가 잘 없는데 호주에 Star city라고 불리다가 "The Star"로 이름이 바뀐 시드니 카지노 부페 이후로 최악이었다.

The Star가 Star city로 불리던 시절에 $29달러짜리 부페 먹으러 친구들과 우르르 갔었는데 시장에 간 줄;; 

사람이 엄~~~~~~~청 많아 분위기 따위 1도 없는데다 음식 퀄리티 별로고. 지금은 좀 나아졌으려나? 

 

Hermitage Hotel는 Salmon 요리가 여러가지였는데 이미 싱싱한 회를 접해서 그런가 별로였고, 중국인 고객층이 많아서 그런지 중국인들을 겨냥한 듯한 요리들에 심지어 음료 메뉴판은 중국인 전용이 따로 있더라는!

 

동양인은 다 중국인인 줄 아는 지, 중국인 메뉴를 갖다주기에 아니라고 해서 더 많은 옵션이 있다는 영어 메뉴판으로 바꿔줬긴 했지만. 중국인 메뉴는 차 종류가 많았던거 같다.

 

우리가 식사할 때 단체 관광객으로 보이는 중국인들과 동유럽 어디쯤에서 왔을 것 같은, 연세가 좀 있는 다수의 은발머리 외국인 그룹이 있었는데 6시라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는 많지 않은 사람들이 식사를 했는데, 창가 자리가 왕창 비었는데도 불구 음식 가까이 테이블서 와글와글하게 식사를 했다.

 

창가 쪽 테이블과 음식이 가까이 있는 실내 쪽 테이블 사이에 경계가 있는 것이 뭔가 개인적으로 예약한 사람들은 창가 가까이, 단체로 패키지 관광 온 사람들은 좀 더 싸게 제공하는 대신 경치를 포기하고 실내쪽에 앉히는... 그런 느낌이랄까?

 

암튼, 결론은 음식 가짓수도 별로 없고 가격대비 정말 별로였다. 두당 $63. 카드로 계산하면 2% 추가비용도 발생한다.

 

그렇게 뭔가 좀 여유롭게 창가 쪽에 앉아서, 운전하느라 뉴질랜드 맥주를 맛 볼 기회가 생각보다 적었던 신랑과 동생이 맥주를 마시는 바람에 돌아갈 때는 드.디.어. 내가 운전을 해서 갔다.

 

얼마되지 않는 거리지만 경차만 운전해서 잔뜩 쫄아 있는데 해도 지고~ 또 그 새 비도 온다.

Mt Cook도 별보기 괜찮댔는데 오늘 저녁도 망했구나. 쩝.

 

식사를 하고 돌아오니 2층 침대 윗쪽에 룸메이트(?)가 들어와 있었다.

어디 유럽쪽에서 온 여자 여행자인거 같았는데 자기 몸뚱이 보다 더 큰 짐을 두 개나!

그것도 모자라 더 들고 오더니 동료가 다른방에 있는 지 또 갖고 사라지고!

3:1이라 그런가 서로 "Hello" 하고는 입도 뻥긋 안한다.

 

뭐 우리도 너무 피곤했고 식사 후 배까지 부르니 대화고 뭐시기고 흥미가 생기진 않았다.

원래 일찍 잠자리에 드는 새나라의 어린이인 동생은 오늘 Tracking으로 원래 좀 안 좋은 발목이 아프다며 일찌감치 자겠다고 하고, 나도 자고 싶은데 산장처럼 생긴 숙소가 꽤나 맘에 들었는지 신랑은 이대로 자기 싫다며 동생 자게 두고 나가잔다.

 

TV 라운지로 가니 삼삼오오 여행자들이 앉아서 TV를 보는 사람도, 일정을 점검하는 사람도, TV라운지 옆에는 부엌도 있는데 부엌에선 늦은 저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각기 굽고 지지고 삶고 있었다.

 

참, YHA Mt Cook 숙소는 정말 세심한 것이, 부엌 한 구석에 당연히 나무로 커다란 책꽂이 마냥 선반을 만들어 뒀는데 거기다가 식재료를 보관한다. 녹색으로 된 스티커에 자기 이름과 방 번호, 언제 출발할 건 지 적어서 칸에다가 붙여두면 된다.

 

냉장고도 여러개다. 냉장고 마다 언제 청소를 하는 지 요일별로 청소하는 날이 다르니 장기간 머무른다면 잘 보고 똑같이 이름 방번호 떠나는 날짜 붙여서 넣으면 된다.

 

그리고 부엌 다른 쪽에는 한 쪽 면이 전부 각종 식기들로 가득 차 있고, 음식을 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거의 다 있다. 심지어 기본적으로 많이 쓰는 양념들도 구비되어 있다. 허브나 후추 소금 뭐 이런 것들 한 8가지? 정도.

 

티 타올도 깨끗한 것 쓴 것 따로 구분해서 바구니 안에 충분하게 있고.

 

없는 게 있다면 코팅된 프라이팬?(코팅이 잘 된 프라이팬은 거의 보물 수준이다!)

 

풍경을 보면서 차 한 잔 하고 싶어도 그 간 마땅한 컵이 하나 없어서 그러지 못했는데 마침 아주 큰 싸이즈의 머그컵도 있어서 홍차 한 잔씩 타서 부엌 식탁에 앉아 마시면서 신랑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얘기 나누다 말고 낮에 Tracking 하다가 너무 덥다고 졸졸졸 흐르는 맑은 물에 신랑이 머리를 감 듯 물을 뒤집어 썼는데 익은 것 같다며 변해버린 피부색을 걱정했다.

혹시나 화상을 입으면 쓰려고 샀던 Aloe Cooling Spray가 피부 재생을 도와줄거라고 하니, 질색팔색하던 신랑이 왠일로 순순히 뿌린다.

 

나도 양산을 써서 괜찮을 줄 알았지만 긴 소매 옷 덕분에 양 손등과 함께 의외로 얼굴이 탔다.

양볼이 발갛게 달아오르더라니. 양산보단 창이 넓은 모자가 최곤가 보다.

 

Aloe Cooling Spray를 뿌리곤 너무 피곤해져서 TV 라운지 소파에 누워서 있다보니 피곤했는 지 잠이 들었는데 신랑이 자러가자고 깨워서 시간을 보니 벌써 12시다.

 

 

 

 

 

보태기: YHA Aoraki Mt Cook 숙소 내 벽에 붙어 있던, 근처에서 할 수 있는 것들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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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terbury지역에서 West cost지역으로 넘어가는 길 중 하나인 Arthur's pass는 Southern Alpine 산맥 중턱에 위치해 있어 아무래도 1년 내내 추운 날들이 많다 보니 그 언저리에 묵은 숙소에서 드디어 "전기장판"을 보았다.

 

Kaikoura에서 춥다고 한 것을 안쓰럽게 생각했던지, 잠자는 중에 무의식적으로 왤케 침대가 뜨끈하지 역시 뉴질랜드 양모이불인가! 하며 감탄했더니 신랑이 내가 자는 사이 전기장판을 켜주었던거다.. -_-)

 

Bealey hotel은 다른 건 몰라도 난방시설은 잘되어 있어서 방안에 전기히터가 있었고, 집 자체는 허술해 보였지만 추운지역답게 단열처리를 잘 한 것인지, 그 전기히터만으로도 방안이 금새 후끈해져서 따뜻했는데 전기장판까지!

 

동생도 히터 틀어 놓고 자다가 더워서 끄고 잤다는데, 문 바로 앞에 침대고, 침대 위로 창문도 하나 더 있어서 추울까봐 걱정했더니 외려 따뜻하게 푹 잘잤다고 했다.

더워서 전기장판을 끄고 뒤척이다 일어나고 보니 신랑은 벌써 일어나서 어디가고 없다.

 

어제 자러 가기 전에 펼쳐 놓았던, 덜 마른 옷가지들을 주섬주섬 챙기고 뭐 아침이라고 만들 것도, 사 먹을 데도 없는 지라 어제보다 더 열악하게 국물도 없는 백반에 밑반찬으로 아침을 먹고, 첫 날 Countdown에서 산 오렌지 쥬스를 한 모금 마시다 말고 버리고.. ㅠ

점심은 따뜻하고 맛난 걸로 가다가 사 먹기로 다짐하고 아침 일찍 나섰다.

(오렌지 쥬스 살 때 위 아래로 뒤집어 보고 안 새는 걸로 사세요. 신선해 보인다고 산 게 하필 새는 거 사서 이틀만에 상했...ㄷㄷ) 

 

 

 

아침 일찍 일어나 마실을 나간 신랑이 찍어온 이름도 어려운 강가 사진.

저 넓은 강이 봄이나 초여름에는 혹은 한 여름에는 눈 녹은 물로 가득차겠지?

 

오늘은 살짝 흐리긴 했지만 길을 나서는데 아침부터 파란 하늘을 보여서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비로부터 벗어나는 것인가! 뉴질랜드에 발 들이고 처음으로 보는 파란하늘이다.

 

 

 

 

 

파란 하늘마저 눈웃음 치는 좋은 날씨에 출발부터 기분 좋은 오늘의 목적지는 내가 이번 여행에 꼭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인, 그 이름도 유명한 Lake Tekapo.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Arthur's pass에서 내려오는 길도 무척이나 이뻤다.

어제 분명히 지나간 길이었을 진데 어째서 보질 못했을까.

하늘이 푸르니 마음까지 열리는 것인가!

 

달리는 차 안에서 폰으로 대충 찍어도 한 장의 엽서가 따로 없다.

 

이번에 뉴질랜드를 여행하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는 뉴질랜드는 물 부족 국가인 한국, 호주와는 다르게 대지가 물이 많은 것 같고, 그래서 그런 지 싱싱하고 울창한 소나무가 정말 많다는 거다.

그것도 아주 똑바로, 제대로 올 곧은 소나무가.

나무가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파릇파릇하면서 올 곧은 지..-_-;;;

 

여행하면서 현지인들과 접촉(?)할 기회가 식당에서 혹은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 혹은 집주인이랑 만날 일 외에는 잘 없어서, 대화를 오래할 기회가 없어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일자로 똑바로 자란 나무들이 사방 천지에 널린 걸 보니 뉴질랜드는 사람들마저도 심성이 올 곧을 것 같은 느낌이다!

 

길거리나 도로에도 쓰레기 하나 없이 그렇게 어딜가나 깨끗하기 그지 없어서 시설은 낡았을 지언정 어디든지 참 깨끗하듯이.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소나무의 에이즈라 불리는 재선충이 가끔 보이는 것 같다.

따로 뉴스를 찾아보진 않았지만 뉴질랜드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지 않을까 싶다.

 

Arthur's pass를 올라가고 내려오면서 보면 가끔 산에 나무들이 하얗거나 붉은 색으로 변해있고, 그 나무들이 처참하게 베어져 있는 모습들이 있었다.

재선충이 퍼지면 소나무에 줄기에 구멍이 숭숭숭 뚫려서 양분과 수분을 전달하지 못하게 되어 소나무가 말라 죽는다.

 

위에 사진에 찍힌 그 일대가 전부 그런 것이, 아직은 그렇게 심각해보이진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 현장을 직접봐서 그런가 안 그래도 많은 눈으로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민둥산이 많은 뉴질랜드인데 싱싱하고 올 곧은 소나무가 질병없이 잘 자랐으면 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소나무가 병든 것 같아보이는 건 아니지만, 나무를 심어서 팔려고 벤 건 지, 아님 병들어서 벤 건 지 알 수 없는, 소나무들이 무참하게 베이고 남은 흔적들은 꽤 자주 보였다.

 

Castle hill도 지나고 점점 평지쪽으로 내려오다 보니 풍경이 점점 달라졌는데 Mt Hutt 앞쪽으로 흐르는 Rakaia 강을 지나갈 때는 우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사진으로 보면 별로지만 실제로 봤을 땐 우와~ 소리가 나왔던 Rakaia River 근처 언덕에서

 

계속 흐린 날씨에다 겨울에 눈 덮혔던 산에 눈 녹아 없어지고 난 뒤의 거무튀튀한 산이나 바다만 구경하다가 갑자기 녹음이 짙은 들판을 보니 뭔가 마음도 평화로워지고 제대로 뉴질랜드구나~ 싶은 경치에 즐거워졌다.

 

 

그리고 Lake Tekapo로 향하는 길에는 양들이 참 많았는데, Christchurch에서 Kaikoura쪽으로 가는 길도 그렇고 Arthur's pass에서 Tekapo로 가는 길도 그렇고 양들이 참 덩치도 크고 하얬다.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남섬의 아랫쪽으로 갈 수록 기온이 더 내려가는데, 양들도 색깔이 하얗다기보단 아랫쪽으로 갈 수록 회색빛에 가까워지고, 덩치도 훨씬 애기애기 한 것이 첨에는 새끼들만 모아놨나 했는데 전반적으로 더 작았다.

종이 다른 것인지? 아니면 추위 때문에 덜 자라는 것인지..?

심지어 검은 양도 있던데...-_-????

 

 

 

 

 

 

뉴질랜드에는 사람숫자보다 양숫자가 더 많다더니 어딜가나 평화롭게 풀 뜯고 있는 양들을 보고 우리는 양 사진을 찍기로 했다.

너무 자주 접한다고 계속 그냥 지나쳐버리면 나중엔 왠지 양 사진 하나도 없이 뉴질랜드를 떠날 것 같아서 양들이 많은 곳에서 잘 찍어보자고 가면서 울타리 근처에 모여 있는 양들을 공략하기로 했다.

근데 이 넘들, 눈치가 어찌나 빠른지..ㅠㅠ

 

한 무리의 양들이 마침 울타리 근처에 우르르 몰려 있길래 동생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

양 무리들 중 하나가 고개들어 경계하나 싶더니 풀 뜯던 다른 양들도 이내 일제히 우리쪽으로 고개들고 쳐다봤다.

신랑도 뒷따라 내렸는데 그 중 누가 '헐, 아저씨들 뭐예요! 얘들아 도망쳐~!'라고 외친건지 갑자기 다들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가는 거다.ㅠ

 

'얘들아 가지마~~`` 우리 나쁜 사람 아니야~~' 외쳐봤지만 더 멀리 도망 감.ㅠㅠㅠㅠㅠㅠㅠㅠ

영어로 외쳤어야 했나... -_-)a

 

 

 

여지껏 우리가 다닌 곳은 그렇게 어딜 가나 사람이 별로 없어서 양은 사람을 겁내지 않겠지, 양은 순진하겠거니 했던 착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우리는 얼마 안 가서 다시 울타리 근처에서 한가로이 풀 뜯고 있는 양 무리를 발견했다.

 

이번에는 차에서 내리지 말자고, 차 안에서 창문을 내리니 아니나 다를까 풀 뜯던 넘들 중에 몇 마리가 또 빤히 쳐다봤다.

 

그래도 여행하며 지나가는 차들은 많이 봤는 지, 울타리 근처에 차를 세웠는데도 이번에는 도망가지는 않았다!

(양 사진은 차 안에서 찍어야 합니다. 내리면 안돼요..-_-)

 

털 깎힌 지 얼마되지 않은 양들인 모양이다.

털을 깎는 걸 본 적은 없어서 대충 깎은 건지, 원래 저런 건지 모르겠지만 얼룩덜룩하게 정말이지 대충 깎은 것 같은 양들이었다.

하긴 저 많은 애들 꼼꼼하게 이쁘게 미용하듯이 깎아 주려면 1년 365일 깎아야 할 지도..ㄷㄷ

 

찍고 나니 별로 안이뻤지만 왠지 앞서 도망간 애들이 더 이쁜 것 같았지만, 그래도 양 사진 찍으려고 양 무리들 물색하다 보니 어느 새 Geraldine에 도착했다.

 

드디어 제대로 밥을 좀 먹겠구나 하고 차를 세웠는데.... 마땅한 밥집이 안 보인다.ㅠ

대충 차를 어느 한 골목에 대고 걸으면서 근처에서 밥집을 찾아 보기로 했다.

 

 

 

오늘은 뭐 일찍 나선데다가 따로 예약한 것도 없고~ Holiday park에 check in만 하면 되서 슬렁슬렁~ 동네 구경이나 하지뭐 마인드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부동산 시세도 한 번 쳐다 보고~ 어제 산 엽서에 붙일 우표도 사고~

 

언젠가부터 시드니 부동산은 Auction 대세인지라 얼마면 그 집을 살 수 있는 지 가격을 안 적어놓아서 집 구경하는 재미가 떨어졌는데, 여기는 원하는 가격이 다 게시되어 있는 것만으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땅덩이 엄청 넓고 좋은 집이 4~5억에 팔더만요. 저 정도면 시드니는 15억도 넘을텐데.. ㄷㄷ)

 

Geraldine은 Christchurch를 떠난 이후로 3일 만에 본 가장 큰 동네였다! 와우~! 은행도 있고...-_-;

(Kaikoura에선 낚시 한 후로 피곤해 마을 구경 제대로 못하고 떠나와서...)

 

 

 

마땅히 밥 먹을 곳을 못찾고 있는데 I-site가 마침 보이길래 안으로 들어가 봤더니 한 쪽 벽에 커다란 지도와 함께 우리가 어딘지 보여주고 있었고 Tekapo도 멀지 않았으며, 그 앞에는 각종 여행정보와 옆에는 식당까지 있는 것이 아닌가! 

 

거기엔 아시안들을 위한 메뉴까지 있었다! 영어 옆에 중국어로. 중국인들이 얼마나 많으면...-_-;)

 

 

동생이 여기서 처음 접한 Ginger beer. 이름은 beer지만 술이 아니라 무알코올 음료다.

달달하고 맛있슴~ 이 날 이후로 동생의 Ginger beer 사랑은 여행 끝까지 쭉 이어졌다.

 

어제 내내 한 끼도 넉넉찮게 먹었던지라 뭐든 마음에 드는 걸로 시키라고 했건만, 비싸기는 또 오지게 비싼 그 식당에서 신랑은 미트파이 한 개를, 동생은 치킨과 채소 볶음 요리를, 나는 그 나마 젤 무난해 보이는 카레를 시켰다.

 

우리가 음식 주문을 하고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이 동네에 사시면서 이 음식점 메뉴를 다 섭렵한 것 같은, 만렙 할머니 두 분이 근처 동생 어깨너머 자리에 앉아서 시킨 점심 메뉴가 나왔는데... 대체 뭘 시키신 건지, 칼 질 하시는데 어찌나 냄새가 좋던지.ㅠㅠ

감자 향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윽고 우리가 받은 메뉴는 아시안 메뉴인데 밥은 날아갈 것 같고, 야채 몇 개 떠 다니는 짙은 갈색빛의 카레는 그 나마 좀 먹을만 했지만 동생이 시킨 치킨과 채소 볶음 요리는 간이 거의 되지 않은, 그냥 닭과 옥수수 완두콩 피망 브로콜리 당근을 소금 살짝 치고 후추 살짝 치고 기름에 쩔이면서 볶은 요리에 밥은 또 한 공기를 그 옆에 엎어서 나온 거였다. ㄷㄷ 우린 대체 뭘 시킨 것인가...! OTL

 

 

배가 고팠던 동생은 음식은 남기는 거 아니라며 느끼한 데도 꾸역꾸역 다 먹고 Tekapo를 향해 본격 출발!  

 

 

 

Geraldine을 지나면서 부터는 길이 확실히 완만해지고 예뻤다.

운전하기 겁나시는 분들은 여기부터 하시면 될 듯.(그러나 나는 안하고 동생을 시켰...)

경치도 눈에 띄게 푸르렀고, 가을 시작점인데도 녹음이 지천이었다.

 

Tekapo에 다가갈 수록 점점 평지가 낮아지는 데 그 사이에 Fairlie라는 곳에서 차들이 우르르 서 있기에

'오오~저기 뭔가 대단한게 있나? Tekapo가 한 눈에 보이는 것인가! 왠 차들이 저렇게 서 있지?'

내심 기대를 했으나~~ 그저 수 많은 look out 중에 하나였다.

 

 

 

많은 차들이 서 있어서 낚였던 Fairlie 전경.

마을보다 공룡들이 두 발로 서서 우르르 지나가는 것 같은 구름이 더 인상적이다.

 

 

Fairlie 초입의 look out에서 둥글게 원 그리면서 길따라 내려가면서 지도상에서는 Lake Tekapo가 점점 가까워지는데, 횡량한 들판만 보일 뿐 호수는 보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Tekapo 호수도 뭔가 Rakaia River처럼, 근처 언덕에서 내려다 보며 우와~ 했던 것처럼, 갑자기 에메랄드빛 호수가 눈앞에 뙇! 펼쳐져서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그런 드라마틱한 장면을 상상하며 계속 달려가고 있는데, 아무리 달려도 호수쪽으로 점점 가까워지면 질 수록 오히려 더 건조하고 메마른 들판만 보이자 동생이 농담을 던졌다.

 

'혹시 그 사이에 호수가 다 말라서 옆에 보이는 언덕 저거 바닥드러낸 호수인 거 아냐?'

'맞네, 빙 둘러 가면서 언덕이 있는 것이... 여기다 물 채우면 호수 되겠구만.'

'진짜 그런거 아냐? ㄷㄷㄷㄷ 우리 호수 바닥 지나가고 있슴 ㅇㅇ'

 

옛날에 가끔 고향 저수지에 농사 짓느라 물 다 빼버리고 나면 바닥이 다 드러난 저수지에 물고기가 파닥파닥거리는데, 그거 줏으러 장화신고 들어갔을 때 보이던 것처럼, 동생 농담에 주위가 뭔가 호수를 둘러싼 언덕 같고 호수가 크던데 우리가 물 다 빠지고 건조해진 호수 바닥을 차로 건너고 있는 거 아닌가 상상 하니까 정말 그런건가 싶을 정도였다.

 

설마... 이러고 농담하는 사이 차가 드디어 Tekapo에 도착했다는데!! 도도한 호수는 소나무에 가려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늘 묵을 숙소는 Lake Tekapo motel & holiday park.

위치설정을 다시 하니 호수를 앞에 두고 왼쪽 귀퉁이로 안내를 한다.

 

 

 

뭔가 이 쪽은 아닌 것 같은, 포장도로도 비포장도로도 아닌 것 같이 생긴 길을 따라 쭉 들어가니 시원하게 쭉쭉 뻗은 소나무들 사이로 옹기종기 건물들이 보였다.

 

 

 

 

그 중에 Reception이 보이기에 오 제대로 찾아 왔구나 싶어 차에서 내려서 뒤를 돌아보니...

 

 

차 뒤로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Lake Tekapo!!!

 

근처 배경인 멋진 산들은... 그럼 그렇지.ㅠ

여지껏 사진에서 봤던 내 머릿속의 Tekapo 풍경과는 다르게 눈이 다 녹아서 Arthur's pass에서 질리도록 본 잿빛 속살을 드러내고 있고... Tekapo는 하늘이 우중충한데도 불구하고 물이 참 푸르스름~ 하구나...!

너무 기대를 했는 지 솔직히 우와~ 까진 안나왔다.

 

 

그나저나, 이번 숙소 이름이 Motel & holiday park인데, Holiday park를 여지껏 접해본 적 없는데다, 예약할 때 Booking.com에서 인원 수대로 넣고 보여주는대로 예약을 해서 사실 우리가 묵을 숙소가 어떤 형태인지 감이 오질 않았다.

 

 

 

숙소 지역이 너무나 방대한데다 우리에게 주어진 숙소로 가는 길에는 아주~ 다양한 형태의 숙소들이 있었다.

제발 내가 예약한 곳이 Motel이어라... 마음 속으로 계속 외쳤는데 Reception에서 지도에 표시해 준 곳으로 가니 방갈로가 있었다.

 

 

 

우리가 묵었던 30번 방갈로는 사진에서 맨 왼쪽, 방갈로 왼쪽 옆에는 바로 주차할 수 있도록 Parking 공간도 있다.

차가 주차된 위 사진 바로 왼쪽 옆에는 마치 몽골 사람들이 살 것 같은 글램핑이 있었는데 안이 궁금하게시리 키세스 쵸콜릿처럼 생겼다. -_-)

 

 

 

방갈로 안은 심플하기 그지 없다.

2인용 침대 하나, 2층 침대 하나, 소파 하나, 의자 몇 개. 그리고 사진 찍은 오른쪽으로 벽에 거울 하나, 탁자 하나.

탁자 위에는 왠 상자 안에 이 방에만 배정된 것같은 느낌의 식기와 취사도구들이 있었다.

침대위에는 사진처럼 추울까봐 폭신폭신한 이불 하나 더에 개인 수건까지!

 

벽에는 역시 물가라 그런가 얼마나 벌레가 많으면 벌레 경고! 문구까지 있었다.

 

 

짐을 대충 던져 놓고 아직 문닫으려면 이르긴 하지만, 저녁 먹기 전에 근처 Mt John에 있는 천문대와 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아침에 분명 날씨가 좋았는데 Tekapo에 오니 다시 꾸역꾸역 구름이 끼는 것이 영 불안하다.ㅠ

오늘 밤만은~!!!! 제발 오늘 밤만은 비오면 안된다고!!!!

 

Mt John엔 우리 숙소로부터 걸어가면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셋 다 체력이 저질이라 차를 끌고 올라갔다.

입구에서 $8을 내고 산 길 전문 신랑이 운전을 했는데 걸어서 1시간이라길래 그저 제주도 오름 하나 정도겠거니 했던 건 큰 착각이었다. 그래도 나름 "산"이라고 가는 길이 꼬불꼬불꼬불꼬불...

 

가는 길이 좁고 꼬불꼬불한데다 오르막길에.. 경사도 꽤 있는데다가 외길도 있고.. 아주 종합위험셋트였다. ㄷㄷ

겨울에 눈왔을 때 차 끌고 올라간다면 진짜로 정말로 위험할 듯. 

 

꼭대기까지 올라가니 천문대들이 하나씩 보이고, 드 넓은 Lake Tekapo도 보이고, 카페도 보이고...

역시나 산꼭대기 답게 바람도 엄청 불고 꽤 쌀쌀했다.

 

 

Tekapo가 왜 신비로운가 했더니 흐린 날씨에도 불구 푸른빛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카페 뒷쪽으로 걸어가니 비교하기 아주 좋은 호수가 옆에 하나 더 있었다. 찾아보니 Lake Alexandrina.

원래 일반 호수라면 다 저럴진데, Tekapo옆에 있다 보니 물이 참 시커멓다 못해 냄새날 거 같고 썩어 보였다.-_-;;

 

 

 

근처를 한 바퀴 빙 돌고, 남들처럼 Lake Tekapo를 뒷배경으로 우뚝 솟은 바위 위에서 우리도 변신할 것처럼 양팔 벌려 사진 찍고 있노라니 오늘도 역시나 그 분이 오셨다...

 

오늘 밤만은 안된다고 했는데 뚜둑뚜둑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돼~~~``` 안된다고... ㅜㅜㅜㅜㅜㅜ

 

신비롭던 마음에 찬물을 확 끼얹는 빗방울에 맘이 상해서 Astro cafe안으로 들어가 달달하고 씁쓸한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우리가 주문한 라떼, 카푸치노, 차이라떼와 치즈케잌, 브라우니, 당근케잌

 

다시는 안시킨다고 다짐했던 당근케잌도 브라우니도 치즈케잌도 진짜 맛있었다!!

(달달한거 좋아하시는 분들 강추!)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cafe 안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리고, 이 날씨에 어떻게 웨딩촬영을 하겠다는 건지 웨딩드레스 입은 커플과 찍사도 카페에 앉아서 먹고 마시고, 커피에 남들처럼 행성 모양도 그려주고...

다 좋은데 저 커피잔, 정말 크고 양 많다. 곧 저녁 먹어야 되는데... 벌써 배가 불러왔다.

 

그래도 제대로 된 저녁을 먹어 보자며, 비 더오기 전에 얼른 장봐서 고기 굽자고, 뉴질랜드에 왔으니 신선한 고기 BBQ해서 먹어봐야 되지 않겠냐고 Mt John에서 내려와 근처 4 square에 갔다.

 

Christchurch를 떠난 후로 처음 보는 장이라 이것저것 샀더니 짐이 최고로 많아졌다. 이런;; 

 

Lake Tepako Holiday park 주방시설은 상상외로 넓고 깨끗하고 냉장고도 크고 넓고 냉동실도 있고 다 좋은데, 방갈로들 중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서 왔다갔다하는 게 좀 번거로웠다.

 

짐은 많은데 냉장고는 다른 건물에 있고, 씻는 것도 공동으로 사용하는 샤워시설이 2군데인데 우리 방갈로는 하필 중간지점이다;;

 

 

 

상하기 쉬운 것들을 우선 부엌으로 나르고, 필요한 식기들 옮긴 후, 저녁으로 먹을 고기에 마늘, 소금, 후추, 사가지고 간 각종 허브와 향신료들을 뿌려 밑간 한 다음 신랑한테 건네주면 동생이 Holiday park내에 있는 BBQ 시설에다가 구워서 냈다.

스테이크 식으로 먹으려고 각자 선호하는 고기를 골라서 온거라, 좀 쎄게 간 했는데 채소들 씻고 마늘 양파까고 김치도 통에 덜고 나왔더니 이미 다 해체되어 있었다... -_-)

 

BBQ 시설 옆에 정자처럼 지붕이 있고 탁자가 있어서 거기서 한 상 펼쳐서 신랑과 동생은 맥주까지 곁들여 호수를 바라보며 먹는데.. 고기 구울 때부터 내리던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 붓기 시작했다.... OTL

 

 

 

그 때 어디서 냄새를 맡은 건지 오리들이 비오거나 말거나 식사하는 근처로 다녔다.

풀어서 키우는 건지, 야생인 지 알 수 없는 오리들이 우리쪽으로 우르르 몰려와서 진을 쳤다.

이 때는 몰랐는데 Lake Tekapo 주변이 동물천지였다.

 

 

Geraldine에서 점심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Astro cafe에서 커피에 디저트까지 드시고, 저녁까지 먹었으니...

여지껏 소식하다가 갑자기 몰아서 먹으니 배가 터질 것 같아서 근처 산책을 가기로 했다.

 

먹은 것들 다 치우고 설거지 하는 사이에 신랑과 동생은 맥주 한 병씩 들고 먼저 출발했는데 다 정리하고 나왔더니 둘이 안 보여서 그냥 나 혼자 따로 걸었다.

 

Holiday Park에서 호수를 바라보고 왼쪽에 Tekapo Springs라는 온천이 있어서 가볼까 했는데 평점이 천차만별이라 예약은 안하고 지나면서 어찌 생겼나 구경이나 해볼까 싶어 그 쪽을 향해 걸었다.

 

 

포만감으로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온천 방향으로 걷는데 저기 앞 멀리서 한 생명체가 길 가 돌덩이 뒤에서 나오더니 시멘트 길을 가로 질러 반대쪽으로 쪼로록 가는 게 아닌가!

 

안그래도 방금 전에 설거지한 식기들 방갈로에 갖다 놓으러 가는데 토끼 한 마리가 방갈로 앞을 후다다닥 뛰어가길래 헐~ 여기 동물천국인 건가 했더니 정말인가보다!

 

뭔가 싶어서 살금살금 목표 노리는 고양이 걸음으로 다가가서 봤더니! 

 

 

Hedgehog라 불리는 고슴도치였다 >_<

 

한 마리가 마실 나온 건지 돌 뒤에서 나와서 풀숲으로 가길래 따라가서 구경하고 있는데 신랑과 동생이 Tekapo Springs 쪽에서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후다다닥 뛰어가서 저기 고슴도치 있다고 고슴도치 처음봐서 자랑자랑 했더니 어디어디? 하고 같이 후다닥 왔는데 내가 발견한 곳에서 멀리가지 않고 근처에 있었다.

 

 

 

동생과 나는 혹시나 고슴도치가 놀래서 도망갈까봐 멀찌감치 떨어져서 폰으로 사진찍고 있는데,

평소에도 야생 동물이건 곤충이건 호기심 만땅 풀게이지인 신랑은 성큼성큼 가더니 고슴도치 앞에 쪼그리고 앉아 초근접샷으로 사진을 찍고는, 강아지나 고양이 토닥토닥 하듯 고슴도치 머리랑 등에 난 가시를 살짝 살짝 쓸면서 만지는데도 고슴도치가 도망을 안간다. 신기방기 -_-)..

 

희안하게 신랑에게선 동물들이 적의? 살기? 그런게 안 느껴지는지, 예전에도 연애할 때 산책하러 시드니 시내에 있는 하이드 파크를 걷다가 "포섬"이라고 불리는 고양이도 원숭이도 아닌 것이 비스므리하게 생긴 야생동물이 야자나무 꼭대기서 아래로 쪼로록 내려와 매달려 있는 것을, 가까이 가서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더라니... -_-;;

그때 남친이었던 신랑이 멀찍이 서 있는 나를 보고, 와서 보라고 해서 나름 살금살금 갔는데 내가 접근하니까 나무 위로 후다다닥 도망가버려서 뻘쭘했는데...ㅠ

 

또 그럴까봐 동생이랑 둘이 멀리 소심하게 서서 신랑이 하는 모양새를 보고 실화냐... 이러고 쳐다보고 있으니 고슴도치가 화내는 것 같다면서 등에 가시를 세운다며 신랑도 더는 안 만지고 고슴도치를 뒤로하고 운동삼아 그 유명한 Church of the Good Shepherd(선한 목자의 교회)에 가보기로 했다.

 

 

 

부슬부슬 오던 비도 잦아들어 호숫가를 따라 걷는데, Tekapo 물 색깔이 그 새 달라져 있었다.

 

아까 Mt John 꼭대기서 내려다 볼 때는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짙은 초록색 물감으로 칠한 뒤 물통에다가 붓으로 씻으면 다른 색깔이랑 섞여서 나올 법한 탁해 보이는 짙은 초록색이었는데, 비가 오고 빗물에 희석이 된 건지 가까이서 봐서 그런 지, 투명해진 옅은 초록색이었다.

시시각각 물 빛깔이 변한다더니 정말!

 

 

 

Lake Tekapo 물 속이 훤히 다 보여서 손을 담가보니 물이 너무 찼다.

신랑은 물이 너무 깨끗하다면서 이따가 저녁에 수영하러 다시 올 거란다.

동생은 Bealey Hotel에서 본 커피 포트에 하얀 부유물을 본 후로, 물이 좀 푸르다 싶으면 물 속에 석회질이 섞인거 같다며, 몸에 안 좋다고 물에 들어가지 말란다.

그러거나 말거나 배도 부르겠다 흥이 난 신랑은 내 귀에다가 대고 소곤소곤 저녁에 꼭 다시 수영하러 올거란다.

 

 

리셉션을 지나 우리가 차 타고 들어왔던 길과 호수 사이로 난 산책길을 걸어가는데 이번엔 토끼들이 후다다닥 거리며 뛰어 다녔다.

 

 

 

 

눈은 완전 새까맣고 초롱초롱하고 털은 회갈색인데, 희안한 건 꼬리 아랫부분이 흰색이라 뛸 때마다 그 부분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게 특이하고 귀엽다. 꼬리에 흰 솜뭉치 달고 달리는 거 마냥 ㅎㅎ

 

Holiday park에서 4 squre까지 가지도 못했는데 10마리는 본 듯.

거기가 집중 서식지인가 보다. 

 

토끼가 여러마리 마구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저거 잡아 먹으면 맛있겠는데 농담하며 걷는데 어느 새 Hoilday park 지역에서 제법 멀어졌다.

 

그런데 토끼들이 뛰놀던 보라색 꽃들이 있는 곳을 지나치자 점점 더 많은,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것들이 양 사방에 시커멓게 삐죽삐죽 올라와 있었다.

 

무슨 씨앗과 줄기 같은데, 크기가 작은 것도 아니고, 한 두개도 아니고 시커먼 줄기가 너무 흉물스러워 맘 같아선 줄기들을 잘라내버렸으면 했다.  

시커먼 식물 줄기 때문에 Tekapo의 아름다운 경치가 퇴색되는 느낌?

 

 

 

사진으로 보면 길쭉길쭉 시커먼 색만 보이지만 실제로 걸으면서 가까이서 보면 굵직굵직한 씨앗들이 꽃들이 진 자리에 알알이 박힌게 좀 징그럽게 생겼다. ㄷㄷ

 

 

 

 

그것의 정체는 많은 사람들이 Lake Tekapo에 가면 호수 물빛과 어우러져 그토록 아름답다고 격찬했던 Lupin.

 

지나가다가 뒤늦게 핀 꽃이 간혹 하나씩 듬성 듬성 있었는데, 두 개가 같이 있는 게 보기 힘들정도로 이미 다 져버렸다.

꽃이 지고, 그 자리에 씨앗들을 잔뜩 품은 줄기들이 얼른 영글어 땅에 떨어지면 좀 나으려나.

눈이 와서 덮혀버리면 괜찮으려나.

 

저 시커먼 줄기들이 전부 위에 사진처럼 예쁜색의 꽃으로 바뀐다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

근데 우리가 갔을 땐... 정말 이건 아니었다. 쩝.

 

져버린 Lupin의 흔적을 양쪽으로 끼고 걷다가 결국 교회까지는 커녕 4 squre 근처서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해 도로 돌아와서는 밀린 빨래를 돌렸다.

 

Lake Tekapo 세탁기는 한 통에 $4.

그 동안 세탁 못한 옷과 오늘은 비가 많이 와서 다 젖은 옷들까지 다 빨았다. 

세제를 따로 구비해 놓진 않으니 개인이 가지고 다녀야 된다.

근데 세탁실에 보니 누군가가 기증한 듯 세탁기 위에 여러 개 있었다.

 

첨엔 왠지 건조기 사용료가 비쌀 것 같아서 건조기 사용은 엄두도 안내다가 오늘 Tekapo 온 후로 계속 비가 와서 방갈로 안에 널어봤자 안 마를 거 같아 기왕하는거 말려서 가자 싶어 비싸더라도 해야지뭐 하고 써 봤다.

근데 건조기도 한 통에 $2불. 생각보다 훨 싸다. +_+

 

이 후로 세탁기, 건조기 다 있는 곳엔 다 써봤는데 다 똑같이 생겼는데 건조기 가격이 남섬 아래쪽으로 갈 수록 비싸짐. Tekapo $2, Mt Cook $3, Queenstown $4

 

 

 

빨래가 건조까지 다 되길 기다리는 사이 해가 졌다.

그 사이 그 많던 캠퍼벤 싸이트도 점점 자리가 찼다.

 

동생은 마음의 양식을 쌓겠다며 한국에서 들고온 책을 읽고 있고, 와이파이 켜서 인터넷 하던 신랑은 어둠이 깔리자 뜬금없이 진짜로 수영을 하러 가잔다. 그 얼음장 같던 물에. ㄷㄷㄷ

 

그간 마트가 없어서 술 살 곳도, 운전하느라 마실 틈도 없어서 잘 참다가 오늘 드디어 가까운 곳에 마트가 있어 좋아하는 맥주 사다 거나하게 마신 뒤라 물에 들어갔다가 사고 날까봐 말리고 싶었지만, 가겠다는데 어쩌랴.

물을 극도로 싫어하는 동생은 방갈로에 남겠다고 해서 수영도 못하는 내가 따라 나섰다.

 

신랑은 어릴 적 그 유명한 호주의 본다이 비치(Bondi Beach) 해변가에서 자라서 시아버지 따라 스노우쿨링을 종종 했단다.

크면서 내륙쪽(?)으로 이사가는 바람에 수영할 일이 크게 줄었는데, 내가 신랑을 만나 사귀고 결혼한 10년이 넘은 세월 동안 신랑이 수영하는 걸 한.번.도. 본 적도 물놀이 한 번 간 적도 없어서 내심 걱정이 됐다.   

 

커다란 수건 하나 들고, 혹시나 저체온증으로 뭔 일 날까봐 내가 마신다는 핑계로 따뜻한 홍차 한 잔 만들어 손에 들고 폰도 손에 쥐고 나는 수영을 못하니 혼자 놀아야 되는데 그래도 할거냐니 하겠단다.

 

기어코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는 호수로 가서 진짜 풍덩풍덩 거리면서 자유영도 했다가 배영도 했다가...ㅋㅋㅋ

물이 밤이라 엄청 차가울 텐데도 재밌는지 풍덩풍덩 거리다가 밖에 나와서 내가 건네는 홍차 한 입 마시고, 또 들어 가서 풍덩풍덩 한 세 번쯤 하니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신랑이야 그렇다 쳐도 나는 이러다 쫄딱 젖을 판이라 들어가자고, Wanaka나 Queenstown에도 호수 근처에 숙소를 잡았으니 거기가서 더 하라고 꼬시니 그러까? 이러고 순순히 물에서 나왔다. 

 

Tekapo Holiday park에는 샤워실이 두 곳인데, 하나는 정중앙에 키친과 같은 건물에 있는 건데  성별이 따로 되어 있고, 또 하나는 리셉션에서 Holiday park 지역 입구로 들어오다 보면 바로 오른쪽에 있는 남녀공용 화장실 겸 샤워실.

 

내가 Booking.com이나 예약할 당시에 봤을 때엔 샤워 시엔 $2불 넣어야 따뜻한 물이 나온다고 게시되어 있었다.

 

그래서 Reception에서 준 이용규칙 종이는 읽어보지도 않고, -_-) 신랑과 어떻게 이용해야하는 지 동생에게 알려 주려고 공용샤워실에 함께 가서 봤더니, $2불 넣는 건 테이프로 막아놨다.

샤워하기 전에 각각 샤워칸 문 앞에 있는 녹색 버튼만 눌러주면 됨.

 

문제는 따뜻한 물이 바로 안나오므로 먼저 눌러두고 옷 벗은 후 씻으면 된다. 

따뜻한 물은 6분간 나오는데 동작이 느린 신랑님께서는 중간에 찬물 나와서 샤워칸 밖에 서 있다가 한 번 더 눌러줬다. ㅋ

2인 1조로 씻으러 가면 편함!

 

해가 지고 밤이 깊어지자 날벌레들이 아주 난리를 쳤는데, 잠시만 문을 열어둬도 불빛을 보고 100m 전력질주하 듯 안으로 날아든다.

외출 시엔 안에 비치 되어 있는 '홈키파' 같은 날벌레 퇴치약을 손에 들고~ 불을 끄고 재빨리 나간 뒤, 들어 올 때는 문 앞에서 홈키파 뿌리고 문열고 재빨리 들어가는 게 팁!

 

 

하루 막바지에 들어 잠자리에 들기전에 침대에 누우니 새벽에 별을 볼 수 있을까..? 걱정됐다.

원래는 내일 날짜로 보름이라 달빛 때문에 별빛이 안 보일것 같아서 천문대 투어 신청도 하려다가 말았는데,

이렇게 가는 곳마다 비를 몰고 다니게 될 줄이야..ㅠㅠ

 

제발제발 낮에 비 많이 왔으니 밤에는 맑게 해주세요.

안 맑아도 좋으니 별 조금만이라도 보게 해주세요 간절히 빌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 보태기: Lake Tekapo Holiday park 이용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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