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홀로, 그러나 두 발이 아닌 네 바퀴로 서기

깡 이 2018. 5. 16. 14:54
반응형

North Sydney에서 본 Sydney City의 아침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일조량이 적어지면서 원래도 안 쬐는 태양을 더더욱 안쬐서 그런 지 기분이 들쭉날쭉하다.

그제 13일 어머니 날에, 4일 연속 밤근무를 하고 시댁에 갔는데 내 몸 밧데리는 간당간당하지, 시댁 가는 길 차는 엄청 밀리지, 신경이 곤두 서 있다가 결국 신랑이랑 대판 싸웠다.
의도치 않게 시부모님 앞에서.
어머니날이라 밤샘하고 왔지만 어머니 날엔 부엌일 안하는 거라는 시어머니를 생각해서, 퇴근 길에 꽃에 케잌에 날씨도 춥고하기에 만둣국 끓일 준비까지 바리바리해서 갔는데 이런 나를 배려는 못할 망정 승질을 긁다니!
가는 길부터 삐걱대다 기어이 엄마 앞에서 고자질하는 초딩마냥 내가 만들 음식보다 시어머니가 만들 음식이 낫겠다 내지르는 신랑을 보고 기어이 참고 있던 이성의 끈이 풀려 그간의 서러움이 폭발해버렸다.
하여 1차전 2차전까지 대판하고 그나마 공감해 주시는 시엄머니 앞에서 닭똥 같은 눈물 몇 번 흘리고 집에와서는 냉전이다.

이틀동안 비도오고 기분도 그렇고 해서 오프겠다 뒹굴거리며 쉴만큼 쉬고나니 오늘 아침은 날씨가 화창했다.

창문을 열어 어느 웹툰에서 본 대로 묵은 공기를 내보내고 신선한 공기를 맞아들인 후에 혼자 차를 몰고 장보러 North Strathfield에 갔다.
혼자 차를 몰고 나간 것이 정말 한 6개월은 된 듯 하다. 
차를 산 지 1년 4개월이건만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고 신랑은 그간 어찌나 과잉보호를 하는지 내옆에 매번 앉아서 잔소리잔소리를 할 지언정 혼자 보내지 않았는데, 싸운김에 제대로 독립해야겠다 싶어 차를 끌고 나섰다.

요즘 집근처에서 빌딩을 짓고 있어 흙먼지가 장난 아니라 차고가 아닌 방문자 주차장에 세워둔 내 차는 끌고 나갈라치면 세차를 해야할 지경이다.
흙먼지에 새똥까지 너무 지저분해서...
오늘도 새똥과 흙먼지로 뒤덮혀있어 마침 끌고 나간 김에 새차도 해봤다.
아무 문제 없이 차를 끌고 나가 후방 주차도 해보고, 장을 무사히 본 다음 세차도 잘 했다.

문제는 보는 거랑 내가 하는 건 확실히 다르다는 것.
밀대 같이 생긴 것은 생각보다 무거웠고 세차하는게 팔도 아팠고 물도 너무 세고 90초의 시간은 참 짧았다...
신랑이 할 땐 참 쉬워 보였는데 그게 아니더라는...
세차도 매번 해 줘서 몰랐는데.. 나 혼자 잘 할 수 있을까? 앞으로도.

집에 오는 길에 보니 오른쪽 빽미러는 덜 헹궈서 거품이 남아 있었다 -_-)
어설픈 것..ㅜㅜ

그리고 집에 다 와서 보니 차 기름이 2칸뿐이 안남아서 다시 기름 채우러도 다녀왔다.
나간김에 사이드 주차 연습도 좀 하고...
생각만큼 잘 되진 않았지만... 앞으로 자주 좀 해야겠다 생각했다.
기름 넣고 집으로 오는 길은 차가 생각보다 많아져서 긴장 했지만 무사히 잘 왔고 집에 와서도 주차도 잘했다.
앞으로도 자주 혼자 나가봐야지.
이제 네 바퀴로 홀로 설 때이다.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은 쉽다잖아?
반응형